교단만필
2015-06-16
며칠전 KBS에서 '거꾸로 교실'을 방영했다. 학교 수업장면을 다루는 내용에도 불구하고 EBS가 아닌 KBS1에서, 파노라마 특집 시리즈로 방송되고 있는 현실이 신기했다.
'거꾸로 교실'은 수업에 잘 참여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돕기 위해 주입식 강의를 없애보자는 단..
2015-06-09
나무들이 무성하거나 꽉 들어찬 곳을 숲이라 부른다. 우리학교 로하스 4경인 대숲 오솔길은 대나무가 꽉 들어찬 곳에서부터 시작된다. 면적이 넓진 않지만 숲의 전이를 보여주는 귀한 숲이다. 망중한의 틈을 내 찾는 숲에서 나는 나무를 본다. 큰 나무 밑에 작은 나무, 그 밑..
2015-06-02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행복 추구'라고 생각한다. 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 교육을 하는 것이다. 즉, 행복에 대한 바람직한 가치관을 형성시키고 실천하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라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 학교 교문에 들어서면 '행복한 나' 구호와 그에 대한 내..
2015-05-26
서해의 바다 바람이 며칠 동안 세차게 불고 갔지만 교정의 나무들은 5월의 신록을 더해가고 있다. 빨간 벽돌로 쌓아올린 유럽식 시계탑이 우뚝 솟아있고, 관망대에서는 몽산포 해수욕장이 보이고, 소나무와 운동장이 조화롭게 정돈된 아담한 태안의 통합학교 남면초중의 모습이다...
2015-05-19
“교장선생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2년 전 교장실에 인사를 하러 온 신규교사의 첫 마디였다. 발령 축하와 몇 가지 당부를 하면서 '열심히 하겠다'가 아닌 '잘 하겠다'라는 말이 듣고 싶고, 말만이 아닌 실제로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닌 잘 해야 한다고 했더니 놀라고..
2015-05-12
나의 꿈은 단 한 번도 교사인 적이 없었다. 부모님의 권유로 사범대학 음악교육과를 진학했고, 교원임용고시를 보지 않겠다는 딸의 고집은 “으이구! 떨어질까봐 안 보겠다는 거지?”하는 어머니의 자극적인 한마디에 뚝 꺾이고 말았다. '그래~ 임용고시는 꼭 붙을 거야! 그리고..
2015-05-05
중간놀이 시간, 운동장에서 신나게 뛰어노는 학생들을 보면서 문득 어린 시절을 떠 올려본다. 우리 동네엔 골목 놀이의 리더인 주성이 형이 있었다. 우리를 심심할 틈이 없도록 해었다. 손재주가 무척이나 좋았다. 대나무 조각과 고무줄만 있으면 딱총을 만들자며, 그 뾰족한 끝..
2015-04-28
'Better late than never'라는 영어속담이 있다. 'It's better to do something late than to never do it at all'을 줄여서 쓰는 말인데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다', '전혀 안하는 것보다 늦게라..
2015-04-21
지난 해 4월 하순, 뜻밖의 귀한 방문객을 맞았다. 주홍색 티셔츠를 입은 4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젊은이(?)는 덩치가 산(山)만했는데 앞으로 무너질 듯 축 처진 어깨는 삶의 무게 때문일까 힘들어 보였다.
'무슨 일로 방문을 했을까?' 그러잖아도 세월호 사건으로..
2015-04-14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누가 말하지 않아도 2014년 4월의 대한민국은 표현할 수도, 형용할 수 없는 잔인하다 못해 극악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전 국민을 슬픔의 나락으로 빠뜨린 세월호 침몰 사고일 것이다.
우리들의 희망이고, 미래며 국가의 당간지주들인 생떼같은..
2015-04-07
“사랑합니다!”
아침 인사를 건네며 줄줄이 등교하는 한 무리의 아이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외쳐대는 이 사랑 고백이 이제는 일상이 되었다. 처음에는 쑥스러운 인사말이었지만 삼 년째 방송조회, 각종 학교행사의 첫인사와 끝인사로 써먹었더니 지금은 입술에 차지게 붙는다...
2015-03-31
바야흐로 꽃의 철이다.
겨우내 잠들었던 산과 들이 기지개를 켜고, 풀과 나무는 채색표에도 없는 각양각색의 꽃을 피운다.
서로 다른 빛깔과 향기를 갖고 수줍게 핀 꽃들을 보며 우리 남성의 아이들을 닮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며칠 전 비오는 아침, 학교 뜰을..
2015-03-24
우수 경칩이 지나고 춘분이 낼 모레다. 햇볕은 더 없이 따뜻해졌고 얼굴을 스치는 바람에게서 포근함이 느껴진다. 엊그제 반가운 봄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더 없이 맑고 푸른 하늘이다. 이곳 대전교육연수원 뜰에도 봄빛이 완연하다. 노란 산수유 꽃이 꽃망울을 터트렸고 기다렸다는..
2015-03-17
청양과 공주를 잇는 국도변에 한 학교가 있다. 운동장을 인조잔디와 우레탄 트랙으로 단장한 학교다. 방음벽에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스케이트와 팝송을 즐기는 학교.”
출장으로, 개인사로, 이 길을 숱하게 지났지만 이 학교를 눈여겨보기 시작한지는 그리 오래 되지..
2015-03-10
봄이다. 봄은 행복 그 자체. 꽃말이 '영원한 행복'인 복수초! 올해도 교정에 노란 얼굴을 내밀고 있다. 행복은 우리 모두가 꿈꾸는 낙원.
필자는 봄 맞이 숲을 거닐다 문득 “나의 행복을 계량할 수 있다면, 그 무게는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에 잠기면서, 세 가지..
2015-03-03
TV 예능 프로그램 중 '라디오스타'에선 가끔 인상적인 질문을 던진다. 어떤 대상에 대해 정의를 내리는 상황이 재미있게 묘사된다. 예를 들면 “규현에게 라디오스타란?”등의 질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교육 가족에게 '혁신'이란 무엇일까?
'혁신'이란 단어의 사전적 의..
2015-02-24
어릴 적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나즈막한 산 위에서 본 우리 동네는 특별할 것이 별로 없는 평범하고 자그마한 농촌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봄이 되면 마을 곳곳에 연분홍색 복숭아꽃이 새색시의 발그레한 볼처럼 화사하게 피어 멋과는 거리가 멀었던 마을을 일 년 중 가장 아름답..
2015-02-17
언 땅이 오래 참았던 깊은 숨을 내쉰 듯 복수초 꽃이 노랗게 솟아올랐다. 남매처럼 따뜻한 납매의 개화 소식이 차고 메마른 이월의 날씨를 흔들고 있다. 봄이 오고 있다고. 그래, 봄 맞을 준비를 해야지. 겨울 등산 장비를 정리하고 무겁고 칙칙한 겨울 외투가 걸려있던 자리..
2015-02-10
겨울 초기에 느꼈던 매서운 추위는 이 겨울을 어떻게 나야할지 겁을 먹게 했으나, 기대와는 달리 그리 춥지 않은 겨울이 벌써 지나고 어느새 입춘을 맞아 봄으로 가는 길목에 와 있다.
학교는 겨울방학을 마치고 개학을 맞이한 학생들의 재잘거림으로 오랜만에 떠들썩하니 살..
2015-02-03
30여년 전 초임교사 시절 조병화 시인의 '해마다 봄이 되면'이라는 시를 가르치던 생각이 난다. 봄을 소재로 하여 '봄처럼 부지런해라, 꿈을 지녀라, 새로워라!'라는 주제의 시다. 그런데 그 시절에 내가 이 시를 어떻게 가르쳤는가 돌이켜 보면 참으로 한심하고 어처구니..
2015-01-27
청양(靑羊)의 새해가 밝은지 벌써 한 달이 되어간다.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우리가 가장 많이 주고받는 이야기, 생각하는 것이 꿈에 관한 것일지도 모른다. 가깝게는 2015년 한 해의 꿈에서, 멀게는 20년, 30년, 50년 후의 꿈을 바라보며 말이다.
'꿈'하면..
2015-01-20
시간을 내어 TV 다시 보기를 한다. 요즘 이어서 쭉 본 프로그램이 EBS 인문학특강 '현대 철학자, 노자'였다. 14강까지 이어진 강의에서 최진석 교수는 시 두 편을 낭송한다. 정호승 시인의 '거미줄'과 마지막 14강 질의 응답 시간에 유치환의 '생명의 서', 특히..
2015-01-13
요즈음 교육 기관이나 교육 프로그램에서 가장 많이 강조하는 슬로건이 '행복교육' 이다. '행복'의 사전적인 정의는 “삶에서 기쁨과 만족감을 느껴 흐뭇한 것”을 말한다. 교육수요자가 기쁨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교육을 하겠다는 의지 속엔 아이들 미래의 삶도 행복으로 채..
2015-01-06
케이블 방송에서 방영되었던 프로그램인 '삼시세끼'가 큰 인기를 얻었다. 두 명의 도시남자가 강원도 산골의 농가에서 하루 삼시세끼를 주변의 산야에 널려 있는 식자재들을 활용하여 해결한다는 내용이다. 푸성귀를 따다가 재료를 마련하고 장작으로 아궁이에 불을 붙여 겨우 아침식..
2014-12-30
벌써 갑오년의 끝자락에 선 12월이다. 학기말고사가 다가와서 그런지 학생들도 여느 때와는 다르게 수업과 자기주도 학습을 하는 자세들이 사뭇 진지하다. 하지만 때 이른 강추위와 시험에 대한 부담이 학생들의 어깨를 한껏 움츠리게 하고 있다.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열심히 시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