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균 대전용운초 교장 |
'거꾸로 교실'은 수업에 잘 참여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돕기 위해 주입식 강의를 없애보자는 단순한 발상에서 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동영상 제작으로 학생들에게 흥미와 자극을 어떻게 줄까 고민하는 선생님, 시큰둥하게 반응했던 학생들이 변해 '수업이 재미있다' '선생님이 변했다' '감동적이다'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필자는 순간, 추억의 세계 속으로 빠져들었다. 바로 필자의 '자동화반'이다.
“그런 어린이들이 다 있어?” 처음에는 믿지 않았던 동료교사들도 시스템을 인식한 후에는 '자동화 반'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숙제가 없어도 스스로 찾아서 공부하고, 집에서 거울을 보며 발표연습을 하고, 쉬는 시간에는 서로가 가르쳐주겠다고, 가르쳐달라고, 짝과 함께, 모둠친구들과 함께, 삼삼오오 협력학습 열기로 시끌벅적했던 교실, 수업시작종이 울리면 과목박사의 진행으로 예습발표가 시작되었고 전체토의, 소집단토의, 짝토의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논쟁을 즐기던 어린이들, 아침 등굣길에는 휴지를 스스로 줍고 교실 안에서 각종 봉사활동을 양심과 싸우며 경쟁적으로 실천했던 어린이들, '아침을 여는 시간' '자동신고' '자동재판' 등 일련의 과정이 시스템으로 움직였던 학급, 사랑과 배려를 실천하며 신나는 공부로 환호했던, 실로 동화같은 이야기! 바로 '자동화 반' 스토리다.
'자동화 반'은 필자가 1996년부터 교감으로 승진하던 2007년까지 약 10여 년간 계속되었다. 당시 한 학년을 마칠 때 마다 좀 특별한 책자를 남겼다. 이름하여 '추억보따리'였다. 1998년도 성룡초 5학년9반(자동화반 3기)의 '추억보따리'가 달랑 남아있어 필자의 재산목록 1호가 되었다. 필자는 장학사 때도, 현재 교장으로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 '자동화 반'을 젊은 선생님들에게 소개해 왔다.
필자는 지난 해 시교육청 사업 일환으로 '365 일상수업 혁신방안'이라는 연구를 수행하였다. 보고서에 실렸던 어느 선생님의 글부터 보자. '저는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이 있습니다. 저희 아들은 4학년이 되니 아침마다 하는 소리가, “엄마, 학교가기 싫어.” “학교가 재미없어.” “수업이 너무 지루해.”입니다. 아들과 좀 더 얘기를 하다보니, 담임 선생님이 '아이스크림'에만 의존해 수업을 하신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3년반 동안 같은 구성의 영상을, 하루에 5시간씩 쳐다보고 있으니 얼마나 지루하겠습니까.(중략) 문제는 시작과 끝, 동기유발부터 정리까지 교사들이 '아이스크림'에만 의존하는 것을 조금만 접고, '인디스쿨' 자료만 찾아봐도, 수업시간은 훨씬 재미있을 것입니다.'(이하 생략)
이 글은 교사로서, 한 학생의 어머니로서 고민과 갈등이 잘 드러나 있다. 본 연구를 수행하면서 자발적으로 보내 온 이와 같은 수많은 사연을 접하면서 대전권 많은 선생님들의 뜨거운 수업관심과 열정, 애환, 그리고 생생한 목마름을 확인했다. 그것은 또 하나의 잠재된 대전교육 희망의 빛이었다.
우리 대전용운초등학교는 교내수업장학도 기존의 장학방식을 탈피한 '365 일상수업'의 질 관리에 특단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행복중시 용운교육'은 여러분야에서 놀라운 교육적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용운선생님들은 지난해 각종 교직원 배구대회 우승으로 용운배구의 특별한 자존감과 행복감을 만끽하면서 '재미있게 가르치자', '알기쉽게 가르치자'는 수업정신을 펼치고 있다. 수업정신! 그것은 바로 교사로서의 삶, 정체성 확립에서 우러나온 열정이요, 신선한 도전정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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