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옥 부여 송간초 교장 |
늦은 나이에 영어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교사이면서 며느리, 딸, 엄마, 아내로서 바빴던 시절이었다. 분주한 가운데 내가 좋아하는 영어공부는 항상 뒷전이어야만 했던 때, 하고 싶은 공부는 늘 충족되지 않았었다. 급기야 'Absent make the heart grow fonder'(보지 않으면 그리움이 더해진다)라는 속담을 '여건이 허락되지 않아 충족되지 않으면 더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고 나름대로 해석하며 1보 물러서면 2보 전진한다는 결심을 하고 노력하였다.
그러다보니 언제부터인가 영어가 튀어나오게 되었고, 방송통신대, 영어석사과정을 거치는 동안 영어는 나에게 친숙해졌다. 1개월짜리 해외연수도 다녀오게 되었으며, 교사들의 영어연수에 강사로도 활동하였다. 어쩌다 나에게 영향을 받아 영어공부를 시작하였다는 사람도 생겼다.
201*년 *월, 송간초등학교에 발령을 받았다. 퇴직을 일년 반 남기고 받은 큰 선물이다. 학교는 부여읍의 변두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집에서 차로 5분 남짓한 거리에 있다. 우뚝 솟아 푸른 기세를 자랑하는 소나무 숲 사이로 회색바탕에 빨강, 노랑, 초록 무늬가 새겨진 학교건물이 참 아름답다. 교직생활의 마지막을 보낼 곳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정이 갔다. '교장으로서 어떤 경영자가 되어야 할까?' 다시 한 번 고민해 보았다. 30여년의 교사생활, 5년의 전문직 생활, 3년의 교감생활을 토대로 학생, 교직원, 학부모 모두 행복한 학교를 만들고 싶다.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마지막까지 성실히 근무하는 것이 나의 소임이라 생각하며….
부임하자마자 학생명부를 옆에 두고 이름을 모두 외었다. 그들의 장래희망과 가정사항도 파악하였다. 교내에서 학생들을 만나면 이름을 불러주고 얼굴표정이 평소와 다른 아이들에겐 이렇게 말을 걸었다. “좋은 일이 있나 봐. 싱글벙글 하네”, “오늘 얼굴 빛이 다르네 무슨 걱정이 있니?” 아울러 칭찬과 격려의 말도 아끼지 않았다.
현악부, 밴드부는 우리학교의 자랑거리다. 나는 교사로 재직할 때 음악관련 지도를 많이 해 보았기 때문에 관심이 컸다. 2014년 대회 준비를 위해 방과후 강사에게 더 높은 수준의 음악지도를 요구하였다. 학생들에게는 더욱 열심히 교육활동에 참여하도록 격려하며 담당교사와 나는 가끔 악기 연습을 하는 교실에 들러 확인하였다. 그 결과, 음악경연대회에서 금상, 은상을 받았다. 그러나 더 보람있는 것은 이전보다 학생들의 연주 실력이 크게 향상되었고, 학교장으로서 그들에게 음악적 소양을 한층 더 길러주도록 관심을 가졌다는 사실이다. 올해는 1학년과 2학년도 방과후활동에 바이올린부서를 개설하여 전교생이 바이올린과 첼로를 배우고 있다.
2015학년도 학생수가 1학년 7명, 원아 5명이 늘어 초등학생이 53명 유치원생이 13명이 되었다. 학교교육과정도 크게 개편할 수 있었다. 영어독서중점학교로 선정되어 영어를 특색교육으로 정하고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중점교육으로는 'Oh!(5)달인제'로 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5 달인제란 영어, 독서, 한자, 줄넘기, 컴퓨터(타자) 분야에서 일정 기준에 도달한 학생들에게 인증을 해 주는 프로젝트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에게 각자의 목표를 정하게 하고 그에 도달하도록 함으로써 자아실현의 성취감을 맛보게 하는 것이다.
오늘 아침에 나는 8시와 8시 25분, 두 번에 걸쳐 통학버스를 타고 등교하는 학생들 모두와 활짝 웃으며 악수하였다. 모두가 건강하고 씩씩해 보였다. 참 기분이 좋다. 나는 이 마음이 계속되길 바라며 행복한 마음으로 교장실로 향하였다.
남들이 늦었다고 하는 나이에 교장의 직위에 올랐다. 'Better late than never'의 마음을 갖고 노력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아름다운 학교에서 좋은 학생, 교직원, 학부모님들을 만날 수 있었을까? 그저 감사할 뿐이다.
최순옥 부여 송간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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