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덕희 대전서부교육청 초등교육과장 |
2년 전 교장실에 인사를 하러 온 신규교사의 첫 마디였다. 발령 축하와 몇 가지 당부를 하면서 '열심히 하겠다'가 아닌 '잘 하겠다'라는 말이 듣고 싶고, 말만이 아닌 실제로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닌 잘 해야 한다고 했더니 놀라고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열심히 한다는 것'은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고, 잘 한다는 것은 '역할'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교사의 역할 수행에 대한 평가는 학생과 학부모의 몫이므로 교사 자신은 열심히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교육적인 의미가 있다고 판단되더라도 교사입장을 먼저 생각하기보다는 학생 맞춤형으로 역지사지하여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바라는 의미에서 한 말이다. 그리고 열심히 하는 것은 교사자격증과 함께 이미 기본으로 전제되어 있어야 한다…'는 설명을 늘어놓으면서 학생들에게 필요한 선생님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고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에서 한 말이라고 하였더니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신규 교사는 내 말에 공감했다는 듯이 오후에 있은 교직원회의의 인사자리에서 일성으로 '잘 하겠습니다!'라는 다짐말을 하여 모두에게 기대감을 주었고, 그 다짐대로 교사로서 모범을 보이며 학생들에게 헌신하다가 지난 4월 장교로 입대하였다.
입대하기 전 찾아온 교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제대한 후에도 잘 하겠습니다!'라는 말을 하길래 그때는 '잘 하겠다'가 아닌 '잘 되게 하겠다'라는 말이 듣고 싶다고 대답하였다. 무슨 뜻인지 궁금해 하길래 이렇게 나의 생각을 말해 주고 아쉬운 작별을 하였다.
“무릇 교육은 학생 스스로 소질과 적성을 찾아 그들이 원하는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하는데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교사이다. 교사가 가르치는 일에 열심히 하는 것은 기본이고 학생 맞춤형으로 역할 수행을 잘 해야 하지만, 아무리 잘 해도 학생이 잘 되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국어사전에 '되다'라는 말의 뜻을 '무엇이 제 모습을 갖추어 만들어지고, 일이 목적한 바대로 잘 이루어진다'라고 풀어놓은 것처럼, 학생이 자라면서 그리고 자라서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잘 되게 하려면 교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더 고민하고 방법을 탐구하고 실천하려는 사명감으로 역량을 갖추고 무장해야 한다. 그러러면 내가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넘어서 학생이 잘 되게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학생교육에 임했으면 좋겠다.”
나 아닌 누구를 잘 되게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것도 하물며 어린 학생일 때는 더하다. 교사가 학생을 잘 되게 한다는 것은 아무리 도움을 준다 해도 결과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고, 학생이 마음먹고 행하지 않으면 오히려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도 있고 역효과가 날 수도 있지 않던가. 그러나 아무리 수많은 변수가 작용하더라도 학생이 열심히 그리고 잘 하도록 모든 것을 헤아려 적당한 때에 올바른 방법으로 끌어주고, 밀어주고, 다독여주는 것이 교사가 할 수 있는 그리고 해야 할 학생이 잘 되게 하는 일이다.
작년에 함께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그리고 공식적이건 비공식적이건 만나는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 선생님들에게 건방지게도 공자가 말한 정치의 요체인'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를 일컬으며 '잘 합시다'를 마구 주문했었다.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부모는 부모답게, 자식은 자식답게'라는 말처럼 각자 맡은 역할을 '○○답게' 잘 하자는 말이었다.
2015년이 되어서 나의 주문은 '잘 되게 합시다'로 업그레이드 되었다. 교육청은 학교가 잘 되게, 학교는 학생이 잘 되게…. 듣는 이들이 모두 어렵다고들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해야 한다. 교육은 하는 것이 아니라 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왕이면 잘 되게.
고덕희 대전서부교육청 초등교육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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