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열심히 하기, 잘 하기, 잘 되게 하기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 열심히 하기, 잘 하기, 잘 되게 하기

고덕희 대전서부교육청 초등교육과장

  • 승인 2015-05-19 14:31
  • 신문게재 2015-05-20 18면
  • 고덕희 대전서부교육청 초등교육과장고덕희 대전서부교육청 초등교육과장
▲ 고덕희 대전서부교육청 초등교육과장
▲ 고덕희 대전서부교육청 초등교육과장
“교장선생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2년 전 교장실에 인사를 하러 온 신규교사의 첫 마디였다. 발령 축하와 몇 가지 당부를 하면서 '열심히 하겠다'가 아닌 '잘 하겠다'라는 말이 듣고 싶고, 말만이 아닌 실제로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닌 잘 해야 한다고 했더니 놀라고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열심히 한다는 것'은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고, 잘 한다는 것은 '역할'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교사의 역할 수행에 대한 평가는 학생과 학부모의 몫이므로 교사 자신은 열심히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교육적인 의미가 있다고 판단되더라도 교사입장을 먼저 생각하기보다는 학생 맞춤형으로 역지사지하여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바라는 의미에서 한 말이다. 그리고 열심히 하는 것은 교사자격증과 함께 이미 기본으로 전제되어 있어야 한다…'는 설명을 늘어놓으면서 학생들에게 필요한 선생님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고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에서 한 말이라고 하였더니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신규 교사는 내 말에 공감했다는 듯이 오후에 있은 교직원회의의 인사자리에서 일성으로 '잘 하겠습니다!'라는 다짐말을 하여 모두에게 기대감을 주었고, 그 다짐대로 교사로서 모범을 보이며 학생들에게 헌신하다가 지난 4월 장교로 입대하였다.

입대하기 전 찾아온 교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제대한 후에도 잘 하겠습니다!'라는 말을 하길래 그때는 '잘 하겠다'가 아닌 '잘 되게 하겠다'라는 말이 듣고 싶다고 대답하였다. 무슨 뜻인지 궁금해 하길래 이렇게 나의 생각을 말해 주고 아쉬운 작별을 하였다.

“무릇 교육은 학생 스스로 소질과 적성을 찾아 그들이 원하는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하는데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교사이다. 교사가 가르치는 일에 열심히 하는 것은 기본이고 학생 맞춤형으로 역할 수행을 잘 해야 하지만, 아무리 잘 해도 학생이 잘 되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국어사전에 '되다'라는 말의 뜻을 '무엇이 제 모습을 갖추어 만들어지고, 일이 목적한 바대로 잘 이루어진다'라고 풀어놓은 것처럼, 학생이 자라면서 그리고 자라서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잘 되게 하려면 교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더 고민하고 방법을 탐구하고 실천하려는 사명감으로 역량을 갖추고 무장해야 한다. 그러러면 내가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넘어서 학생이 잘 되게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학생교육에 임했으면 좋겠다.”

나 아닌 누구를 잘 되게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것도 하물며 어린 학생일 때는 더하다. 교사가 학생을 잘 되게 한다는 것은 아무리 도움을 준다 해도 결과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고, 학생이 마음먹고 행하지 않으면 오히려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도 있고 역효과가 날 수도 있지 않던가. 그러나 아무리 수많은 변수가 작용하더라도 학생이 열심히 그리고 잘 하도록 모든 것을 헤아려 적당한 때에 올바른 방법으로 끌어주고, 밀어주고, 다독여주는 것이 교사가 할 수 있는 그리고 해야 할 학생이 잘 되게 하는 일이다.

작년에 함께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그리고 공식적이건 비공식적이건 만나는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 선생님들에게 건방지게도 공자가 말한 정치의 요체인'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를 일컬으며 '잘 합시다'를 마구 주문했었다.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부모는 부모답게, 자식은 자식답게'라는 말처럼 각자 맡은 역할을 '○○답게' 잘 하자는 말이었다.

2015년이 되어서 나의 주문은 '잘 되게 합시다'로 업그레이드 되었다. 교육청은 학교가 잘 되게, 학교는 학생이 잘 되게…. 듣는 이들이 모두 어렵다고들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해야 한다. 교육은 하는 것이 아니라 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왕이면 잘 되게.

고덕희 대전서부교육청 초등교육과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긴박했던 6시간] 윤 대통령 계엄 선포부터 해제까지
  2.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국회 본회의 가결
  3. 계엄사 "국회 정당 등 모든 정치활동 금지"
  4. 충남대, 공주대와 통합 관련 내부소통… 학생들은 반대 목소리
  5. "한밤중 계엄령" 대전시-자치구 화들짝… 관가 종일 술렁
  1. 계엄사 "언론·출판 통제…파업 의료인 48시간 내 본업 복귀해야" [전문]
  2.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3. 갑작스런 비상계엄령에 대전도 후폭풍… 8년 만에 촛불 들었다
  4.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
  5. [사설] 교육공무직·철도노조 파업 자제해야

헤드라인 뉴스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충청권 현안사업·예산 초비상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충청권 현안사업·예산 초비상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면서 정기국회 등 올 연말 여의도에서 추진 동력 확보가 시급한 충청 현안들에 빨간불이 켜졌다. 또 다시 연기된 2차 공공기관 이전부터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 충남 아산경찰병원 건립,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구축, 중부고속도로 확장까지 지역에 즐비한 현안들이 탄핵정국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 전 지역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과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단 지적이다. 3일 오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4일 새벽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 등 밤사이 정국은 긴박하게 돌아갔..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는 4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국내 유망기업 7개 사와 1195억 원 규모 투자와 360여 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이장우 대전시장과 정태희 대전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아이스펙 한순갑 대표 ▲㈜이즈파크 정재운 부사장 ▲코츠테크놀로지㈜ 임시정 이사 ▲태경전자㈜ 안혜리 대표 ▲㈜테라시스 최치영 대표 ▲㈜한밭중공업 최성일 사장 ▲㈜한빛레이저 김정묵 대표가 참석했다. 협약서에는 기업의 이전 및 신설 투자와 함께, 기업의 원활한 투자 진행을 위한 대전시의 행정적·재정적 지원과 신규고용 창출 및 지역..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이 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빠르면 6일부터 표결에 들어갈 수도 있으며 본회의 의결 시 윤석열 대통령은 즉시 직무가 정지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은 이날 오후 2시 43분쯤 국회 의안과를 방문해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탄핵소추안 발의에는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한 6당 의원 190명 전원과 무소속 김종민 의원(세종갑)이 참여했다. 탄핵안에는 윤 대통령이 12월 3일 22시 28분 선포한 비상계엄이 계엄에 필요한 어떤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