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대전원신흥초 교장 |
지금 생각하면 연탄 리어카 한 대 겨우 지나갈 정도의 좁은 골목길었지만, 그 골목엔 아이들의 노는 소리가 끊기지 않던 그 시절이었다. 마당이 무척이나 넓었던 병찬이네 집은 우리가 마음껏 놀 수 있었던 놀이터였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면 밥 먹으러 오라고 부르는 소리가 가장 싫었다. 물론, 늑장부리다가 들어가서 엄마한테 혼나기 일쑤였지만 말이다.
요즘은 학교에서 놀이를 가르친다. 많은 학교들이 하루에 적어도 50분의 시간을 제대로 놀도록 하기 위해 등교시간을 조정하거나, 점심시간을 조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동네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놀 수 있는 문화가 사라졌으니, 학교에서라도 노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자 함이다.
그런데, 요즘의 아이들은 혼자있는 시간이 많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기회가 적다보니, 함께 놀이하는 방법도 서툰 것 같다. 편을 가르고 팀을 짜서 함께 어울리는 놀이에 특히 서툴다. 대장을 뽑아도 좀처럼 따르려 하지 않거나, 팀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는 생각도 별로 하지 않기에, 체육시간에 놀이지도 하는 것이 무척이나 어렵다고 한다.
학교의 실내외 여유 공간에 놀잇감도 비치했건만, 막상 오후가 되면 놀이공간엔 여전히 아이들이 없다. 아이들은 방과후 프로그램에 가야하고, 학원에 가느라 너무나 바쁘다 보니, 놀 시간이 없는 것 같다. 제대로 놀 줄 아는 아이가 창의력도 뛰어나고 올바른 인성도 갖게 된다는 사실은 부모들도 이미 알고 있을텐데 말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은 내 아이가 바쁘게 움직이는 것이 장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었을 것 같다. 20여년전, 우리집 아이들에게 창의성을 키우는데 효과적이라는 비싼 교구를 큰 맘 먹고 사주었던 기억이 나에게도 있다. 처음엔 무척이나 복잡했던 매뉴얼을 읽으며 고민도 했었지만, 결국 번거롭다는 이유로 본전도 못 찾고 옆집아이에게 선물로 주었다. 이후로 아이의 놀잇감은 혼자서 노는 조립용 블록과 로봇이 대부분이었기에, 같이 놀아주는 수고를 덜 수 있어서 당시엔 다행(?)스럽게 생각했었다.
최근, 화려한 스펙중심에서 벗어나, 블라인딩 전형을 바탕으로 신입사원을 선발하는 기업이 화제가 되고 있다.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풍부한 노하우를 엮어내는 자기주도적 스토리 구성 능력이 있는 신입사원을 선발하고자 했다고 한다. 그들이 자신만의 스토리를 엮는데 가장 중요했던 경험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아마도, 학력과 자격증에 대한 편견을 버리는 과정을 통해 면접위원이 응시자의 눈을 제대로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많이 놀아본 경험을 가진 사람이 훨씬 더 또렷한 눈망울을 가지고 있었을테니까 말이다. 치열한 경쟁의 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한 혜안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바로 그들에게서 나오지 않을까 싶다.
김현수 대전원신흥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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