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순 대전동산초 교감 |
학교는 겨울방학을 마치고 개학을 맞이한 학생들의 재잘거림으로 오랜만에 떠들썩하니 살아있는 느낌이 난다. 역시 학교는 학생들이 있어야 활력이 넘치고 생기가 난다.
달콤했던 방학이 지나고 새롭게 시작하는 새 학년으로의 발돋움을 할 즈음에 우리 교사들도 새로운 마음가짐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몇 해 전 첫 발령지에서 가르친 학생들이 서른이 훌쩍 넘은 나이에 어릴 때의 얼굴모습을 그대로 하여 추억을 가득 담고 찾아와 회포를 풀었다. 이 아이들을 가르칠 때만 해도 모든 아이들을 마음가짐이 반듯하면서도 공부는 일등으로 잘하는 사람으로 만들고자 학생들을 매우 엄하게 가르쳤던 기억이 난다. 최고의 열정으로 마음먹은 대로 안 되는 것이 없을 줄 알고 있던 새내기 시절로 어찌나 규칙에 얽매여 학생들을 못살게 했던지 지금생각하면 서투른 가르침에 민망하기 그지없다.
그런데도 지나간 추억은 모두 아름다운 것인지 재미있었던 일로 되새기며 즐거워하고 이야기를 실컷 나누다 선생님의 건강을 걱정해 운동복이라며 선물상자를 주고 갔다. 선생님의 건강을 생각하는 제자들의 마음이 기특하여 기분이 좋았다. 선물 포장을 풀어보니 빨간색의 마음에 쏙 드는 운동복이었다.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섭섭하게도 나는 그 운동복을 입고 운동을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사이즈가 너무 커서 입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작은 키에 체구도 작아 늘 자격지심이 있는 나인데 왜 이렇게 큰 사이즈를 사왔을까 생각해보니 어렸을 때 보았던 선생님의 크기에 맞게 사이즈를 맞춘 것 이었다. 웃음이 나오면서도 갑자기 많은 생각이 스쳐 교사로서 새롭게 정신을 가다듬게 하였다. 그렇다. 어린 눈으로 선생님을 보았을 때 뭐든지 대단하고 크게 보였으리라. 그때의 선생님을 생각하고 고심해 사온 운동복이었던 것이다. 지금도 옷장에 걸려 있는 운동복을 보면서 학생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도록 정성을 다하여 가르치고자 마음을 먹는다.
요즈음은 복잡하고 변화의 속도가 빠른 사회를 살아가면서 삶의 방식의 변화가 오고 가족의 결속력도 약화 되면서 학생들의 분위기도 많이 달라지고 예전 같지는 않다. 그래서인지 교사와 소통이 잘 안되고 가르치기 어려운 학생도 많이 있다. 그러나 교사와 제자 사이의 소중한 관계는 예나 지금이나 변할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우리 선생님의 사랑을 바탕으로 한 가르침을 받으며 성장하는 아이들이 아닌가? 한 번이라도 더 선생님의 눈길과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아닌가?
그들이 바라보는 우리선생님은 여전히 대단하고 커다란 존재인 것은 분명하다. 이 아이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도 또한 드러나 있는 교육과정이 아니라 등교한 아침부터 하교할 때까지 함께 같은 공간에 있는 선생님이다. 선생님의 칭찬 한 마디가 학생들에게 장래의 꿈을 갖게 하고 꿈을 이루게 하는 힘이 있듯이 알게 모르게 학생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이 선생님인 것이다. 이런 힘이 있음을 되새기며 다시 한 번 초심으로 돌아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의 마음가짐을 가다듬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새 학년이 올라가는 삼월이 되면 마음 설레며 새로 만나는 선생님에 대한 기대에 한껏 부풀어있을 우리의 소중한 학생들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 아이들을 기쁘고 반갑게 맞이하여 먼 훗날 커다란 운동복을 선물로 받고 웃을 수 있도록 좋은 교사와 제자의 만남을 만들어 가면 좋겠다.
이성순 대전동산초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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