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현 보령 대천여중 교장 |
그 날은 박목월 시인의 '물새알 산새알'을 가지고 수업을 했는데, 강평 시간에 장학사님께서 “이 시에서 왜 문장 성분을 가르치셨습니까?”하고 물으셨다. 나는 한치 망설임도 없이 곧바로 “그거 시험에 잘 나오는 것이거든요”라고 대답했다. 시 속에 '물새알은 물새알이라서 날갯죽지 하얀 물새가 된다'라는 구절이 나오고 나는 '물새가'의 문장 성분에 대해서 열강했던 것이다. 장학사님께서는 빙그레 웃으시면서, “백선생님, 시는 시답게 가르치셔야지요”하셨다. 시를 시답게 가르쳐야한다는 장학사님의 말씀이 지금도 내 귓가에 쟁쟁하니 남아있다.
학교가 변하고 있다. 최근 교육계의 화두는 단연 혁신이다. 혁신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매우 급진적이고 과거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해 일각에서는 더러 거부감을 표명하기도 하지만, 행복한 학교를 위해 새로운 교육의 패러다임을 구축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이는 학교가 건너야 할 큰 강임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충남교육청은 작년 7월 김지철 교육감 취임이후 '행복한 학교, 학생중심 충남교육'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학교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학교 운영 체제의 개선과 학교 교육력 강화 그리고 교육과정 및 수업 혁신이 그 목표라고 한다.
혁신은 변화다. 기존의 질서에서 벗어나 새로운 변화를 요구한다. 그러기에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것도 사실이고 오랫동안 길들여진 습관을 고치기가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껍데기가 깨지는 아픔을 겪어야 비상하는 날개를 얻을 수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혁신을 위해서는 먼저 학교장이 변해야 하리라. 혁신 마인드를 제고하고 교직원을 독려하며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학교운영체제 개선과 학생의 성장에 초점을 둔 교육력 강화에 앞장서야 한다. 의외로 학교장의 변화는 수월하게 추진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교사들이다. 쉽지 않다. 교사의 수업혁신은 인식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한 부수적인 업무로 각고의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고된 수업과 업무처리 그리고 생활지도에 시달리는 교사들에게 새로운 수업으로의 변화는 엄청난 압박으로 다가온다. 핵심성취기준에 따른 교과교육과정의 재구성이 그러하고, 활동중심 학습지도안 구안·적용이 그러하며, 아직은 생소하기만 한 미래핵심역량 함양을 위한 교육과정 구성과 새로운 학습방법 및 내용을 마련하는 일이 또한 그러하다. 과정 중심의 평가 및 생활기록부 기록은 덤이다. 아직은 모든 것이 부담스러울 뿐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어차피 이 길이 우리가 가야할 길이라면 우리는 줄탁동시의 노력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교육청 및 관계 부처에서는 선생님들에게 수업혁신이 과중한 짐이 되지 않도록 업무 매뉴얼을 비롯한 각종 자료 제작 및 보급으로 그들을 지원해야 할 것이고 선생님들은 서두르지 말고 미래핵심역량에 대한 이해와 배움 중심, 협력수업 시스템 숙지를 통해 새로운 수업을 받아들일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 아이들의 행복이 우리의 희망이지 않은가?
이제 곧 3월이다. 나뭇가지에서 물 위에서 둑에서 솟는 대지의 눈처럼, 생명을 생명답게 키우는 소중한 꿈들이 학교 현장 여기저기에서 소담스럽게 피어나기를 기대한다.
백상현 보령 대천여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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