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종 천안부성중 교장 |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삼시세끼를 우리의 아이들은 잘 챙겨먹고 있을까? 한 학교의 장으로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학교의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학생의 약 22% 정도가 아침을 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면상으로 보면 아침을 거르는 이유는 다양했다. 그냥 먹기 싫어서, 배가 아파서, 늦잠을 자서 등이 이유였다.
그러나 담임교사나 상담교사를 통해 좀 더 깊이 알아본 결과는 좀 다르게 나타났다. 적지 않은 학생들이 먹기 싫거나 게을러서가 아니라, 집안 형편 상 먹을 수가 없어서 아침을 굶고 있었던 것이었다.
어려운 형편에 처한 학생들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부모님이 일찍 출근하시고 동생들 밥을 챙겨주다 보면 자신은 먹을 시간이 없는 경우도 있었고, 밤늦게 퇴근하시는 홀어머니를 깨우지 않기 위해 아침식사를 거르는 경우도 있었다. 부모님과 떨어져 자매 둘이서 생활한다는 학생들은 아침에 조금만 늦으면 아침밥을 먹을 수 없이 학교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나마 아침만 거르는 학생들은 다행인 편이었다. 부모들이 병환중이거나 경제적 무능력으로 저녁식사까지도 챙겨먹을 형편이 안 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끼니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학업을 제대로 해나갈 수 있을까? 시간을 두고 학생들을 관찰해 보았다. 관찰 결과, 끼니를 거르는 학생들은 지각하는 일이 많았고, 수업시간 중인데도 아침부터 엎어져 있는 것이 자주 목격되었다. 더구나 교내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폭력 사안에는 예외 없이 그 학생들이 포함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흔히 “의식이 족해야 예절을 안다”고 해왔다. 어른들도 배가 고프면 본능적으로 짜증스러워지고 전투적으로 변하는 법이다. 하물며 아이들은 어떠하겠는가?
이에 백방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 충남의 경우 2014학년도부터 중학생 대상으로 무상급식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점심은 학교에서 먹일 수 있지만, 아침을 먹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행히 한 학부모의 노력으로 어느 기업인을 만났다. 사연을 전해들은 사장님은 선뜻 거금을 발전기금으로 기탁해주었다. 그 덕에 지난 9월 말부터 47명의 아침을 거르던 학생들이 학교 앞 식당에서 따뜻한 아침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쑥스러워하며 고개를 숙이고 아침밥을 먹던 학생들이 이제는 밝은 모습으로 식사를 한다.
그 덕분인지 지난 학기 동안 우리학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은 지각생들이 크게 줄었다. 아침에 학교에 오기 싫어하던 학생들이 아침 식사를 위해 학교로 달려오고, 아침을 든든히 먹은 덕에 수업에도 졸지 않고 열심히 참여한다. 짜증스런 마음으로 동료들과 드잡이를 하고 후배들에게 손찌검을 하던 버릇들이 사라지고, 학교폭력도 크게 줄었다.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있다. 한국인은 주식인 밥으로부터 에너지를 얻고 그 힘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말이다.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든든하게 밥을 먹여야 한다. 그래야 그들이 밥심으로 이 나라의 미래사회를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
조영종 천안부성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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