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2011-05-25
“세월이, 경험이, 과거의 잘못된 실수가 프로그램에 나와서 진정성 있는 노래를 하는 데 토양이 된 거죠. 아, 이거를 하게끔 돼 있었던가 보다, 운명이….” 임재범.
'재미있게 잘 쓰는' 사람을 누가 묻기에 즉석에서 '기욤 뮈소'를 추천했다. 그의 글은 은근한..
2011-05-11
'물리적으로 두 번째로 친 번개는 첫 번째로 친 번개보다 과거의 번개다.' 싱거운 소리 같지만 한 물리학자의 저서 전편에 걸쳐 가장 감명 깊은 부분이다. 이 구절에서 번개처럼 스치는 무언가가 있었다. 한국 가수들의 일본 내 활약이 두 번째 번개가 아닐까 하는 데 생각..
2011-04-27
수도 함락으로 천도한 예는 드물다. 백제의 웅진(공주) 천도와 고려의 강화 천도 단 두 번이다. 행정수도 개념이 첫 대두됐을 당시, 사람들은 수도 이전이라 했다. 행정도시가 되자 수도 분할이라 했고. 조선 정조가 수원 화성에 구상하던 행정도시 겸 상업도시를 연상한..
2011-04-13
'매일 2ℓ씩 2년 간 빗물' 식 비교 보도에 어느 신문사 정수기에 빗물을 채우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거 쉽지 않다. 서재에 붙여둔 연암 박지원의 '소단적치인(騷壇赤幟引)'을 훑어 읽는다. 문장은 부대의 대오 행진, 빛나는 표현은 진군나팔이나 북, 비유는 유격의 기병..
2011-03-30
여보, 딸에게 잘해줄 마지막 기회네요.” 이 한마디 베갯밑공사로 오동나무 장롱에다 이것저것 사다 보니 기둥뿌리 뽑히게 생겼다. 소위 '딸의 결혼식 증후군'과 유사한 현상에 이 나라가 중병을 앓고 있다. 잘못된 '머슴들' 때문이다. ('주인들' 때문인가?) 선거 기법..
2011-03-16
눈이 요염한 건 칼날, 눈썹이 굽은 건 도끼, 두 볼이 통통한 건 독약, 살결이 매끄러운 건 보이지 않는 좀…. 안에서 생긴 해로움도 이와 같은데 밖에서 생기는 해로움은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크게는 군왕, 작게는 벼슬아치들이 나라 망치고 집안 망침이 이로 말미암..
2011-03-02
요토크 요일에 요도크 근교의 요도크라는 곳에서 요도크 하나가 발생하여 두 요도크를 앗아갔다. 어떤 요도크가 요도크를 타고 요도크로부터 요도크까지 운항했다. 잠시의 요도크 후에 어떤 요도크를 태운 요도크의 요도크가 요도크에서 발생했다. (페터 빅셀)
꽃샘추위가 제법..
2011-02-16
3.6명만 거치면 한국인 모두가 아는 사이. 부산, 대구, 대전 등지의 거주자들을 최초 출발자로 하여 서울 목표인물을 찾기까지 평균한 결과다. 편지 전달을 통한 미국의 실험에서는 5.5명이었다. 누구부터 찾을까? 아무도 안 거쳐도 되는 단 1명은 몇이나 될까? 찾지..
2011-01-26
명절 스트레스가 이렇게 클 줄 몰랐다. 충남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들이 기혼여성 100명을 조사했더니 명절 스트레스 지수가 평균 38.7이었다 한다.(본보 26일자 7면 머리기사) 명절 스트레스는 이혼(73), 부부의 별거(63), 가족 건강의 변화(44)보다는 낮았으..
2011-01-12
포클레인 기사 : 아직도 살아 계셨군요. 붕어님!
붕어 : 죽기를 포기했다네…. 요즈음은 기다리는 줄이 너무 길어져서 말이야.
―2011년 1월 ‘붕어빵 어록’(다음카페 ‘붓다의 뗏목’ 심묘)
미명(微明), '은미한 밝음'. 노자의 정치철학이 담긴 이 말뜻은..
2010-12-29
◀INT▶ 정부임/축산농민
“어떤 엄마소는 미리 졸도를 해 버리더라고. 자기 새끼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엄마가 새끼소를 가랑이에 넣어놓고 안 내놔.” (‘MBC뉴스’에서)
새해 달력을 이틀 먼저 건다. 아이들 머리맡에서 읽어줬던 『소공녀』의 '~셈 치기 놀..
2010-12-15
“언론 매체 덕분에 환경운동의 새로운 도깨비가 생겨났다.” 브라이언 클라그가 ‘괴짜생태학’에서 내보인 불온한 속살들은 삐딱하다. 환경 문제를 패턴 의존 성향에서 비롯된 패턴 찾기로 본다. 그런데 편견에 기울어진 우리가 더 삐딱함을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
2010-12-01
허황하고 근거 없음, '터무니없다' 한다. 어원에서 '터무니'는 '터(근거지)의 무늬', '터의 자취'로 본다. 사실관계가 터무니없으면 '소설 쓴다'고 비난받지만 창조된 이야기의 세계는 확연히 다르다. 필연성과 개연성으로 짜인 통일적 효과가 '진실'이 되며 맛깔난 '..
2010-11-17
“행동이 굼뜬 ‘관공서일’, 국정의 갈피 없음과 행정 난맥상의 표현인 ‘고려공사불과삼일(高麗公事不過三日)’. 무려 19번이나 조선왕조실록에 튀어나오는 ‘고려공사삼일.’ 조선 후기부터 쓰인 ‘조선공사삼일’. 사흘거리로 정책과 규정이 바뀌는 ‘한국공사삼일’은 영원히 없기..
2010-11-03
'파꽃 한번 오지게 둥둥둥 피어난다/ 거두절미하고 힘찬 사내의 거시기 같다'(이중기 시, '참 환한 세상'). 아무래도 지난회에 쓴 '구리모토의 팬티'를 뒤집어 입은 것 같다. 대전 서남부권에 조성 중인 도안신도시 아파트숲이 '오지게 둥둥둥' 피어나는 파꽃처럼 보이니..
2010-10-20
'어서 오십시오.' 화폐박물관 정문에서 찍어 온라인 매체의 대문용으로 걸었던 사진이다. 이 밋밋한 직설화법의 사진을 클릭하면 웬 묘령의 처녀가 히치하이크하는 사진으로 돌연 바뀌는데, 그걸 보고 동행을 마다하는 길손은 보지 못했다. 그때만 해도 '화폐 수집'에 관심이..
2010-10-06
배추가 땅에서 뽑힐 때, 통배추의 배가 갈릴 때, 소금에 절일 때, 고춧가루와 젓갈 범벅이 될 때, 장독에 담겨 땅에 묻힐 때(김치냉장고에 넣어질 때) 각각 죽는다는 배추 오사론(五死論), 여기에 김장 나눔 커뮤니티를 통한 이웃사랑에 한 번 더 죽는다고 추가해본 적이..
2010-09-15
'어제(15일)'라고 쓰지만 글을 쓰는 시점은 '오늘'이다. 오늘을 어제라니, 하루 일찍 세상을 사는 셈이다. 조간에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한 이색적인 전시회에 대한 사진이 실렸다. 전시회 제목이 '신문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
전시회는 신문의 가치를 재발견..
2010-09-01
9월 안으로 들어왔다? 9월 속으로 들어왔다? 뭘 써야 옳은지 지인이 물었다. 뭐 그런 멋진 표현을 다 쓰시나! 느낌에 충실해서 써요, 했다. 알았다고 전화를 끊더니 전화를 또 한다. 정 그러면 ‘9월 속…’으로 쓰죠. ‘시크한’ 여자라도 들어왔나요? 9월 속으로...
2010-08-18
서정주의 '내 아비는 종이었다.' 상당한 충격이었다. 실제 종이 아닌 마름(소작지 관리인)이었고, 이러한 시의 거짓말을 시적 진실이라고 말한다. 시인의 화법으로, 농구 대통령 허재를 키운 건 “8할이 아버지”였다. 20년 동안 뱀 1만2000마리를 고아 먹인 얘기에..
2010-08-04
별별 심리학이 다 있다. 붕어빵을 머리부터 먹으면 낙천가, 꼬리부터 먹으면 신중파. 지느러미부터 먹으면 신경질적, 배부터 먹으면 활동적. 그보다 붕어빵은 세월이 가고 식성이 변해도 거부감이 없다. 프랑스 제빵왕 리오넬 푸알란이 정의한 '복고혁명', 맛의 갱신은 불필요..
2010-07-21
기분 좋은 기사 하나를 읽는다. 오늘 본회의에서 뚜껑이 열리지만 전국 최초의 영어 행정동명으로 화제를 모은 대전 유성구 ‘관평테크노동’이 ‘관평동’으로 바뀐다는 기사다. 꼭 석 달 전, 민선 4기 유성구의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주민 뜻”인데 지방자치의 ‘지’ 자도 모..
2010-07-07
지구상에서 가장 흔히 쓰이는 낱말은? '옥스퍼드 영어사전' 사(社) 조사로 time(시간)이 1위, 3위는 year(해), 5위는 day(날), 2위는 person(사람), 4위는 way(길, 방법), 생각보다 낮은 65위가 money(돈), 시간의 유한성 때문일까..
2010-06-23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사람, 못하는 사람이 있다. 이름이 헛되지 않은 명불허전(名不虛傳)이 있는 반면에 거짓과 야합과 권위주의 허울에 가린 허명이 많다. 유명이든 악명이든 사후까지 정말 제대로 이름값을 하기도 한다. 샌드위치가 된 샌드위치 백작, 동파육(東坡肉)이란..
2010-06-09
당선사례(當選謝禮) 현수막에서 확인한 것은 '감사하다'만 있고 '고맙다'는 찾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신기철과 신용철 형제의 큰사전에는 '감사'를 '고마움, 고맙다고 느낌, 고마운 마음으로 사례함'으로 올렸고 '고맙다'를 찾으면 '감사하다'로 환원한다. 느껍고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