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 “빵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던 MA(마리 앙투아네트)와 “내 식탁에 배추김치 대신 양배추를 올리라”는 MB(이명박 대통령)의 말이 패러디화해 도매금으로 씹히기도 했다. 청와대 양배추의 스토리텔링 실패는 사전 분석 미흡에다 눈물 흘리며 먹는 배추에 대한 공감대 부족에 기인한다. 배추는 '하필' 물가관리 지표인 52개 'MB물가' 품목의 하나였다. 호사가들의 말장난으로만 치부하기에는 좀 그런 이유다.
토머스 프리드먼이 쓴 『렉서스와 올리브나무』가 있다. 엊그제도 '제3 정당의 출현'을 쓰는 등 뉴욕타임스에 꼬박꼬박 칼럼을 싣는 프리드먼이 예시한 '렉서스'는 세계화, '올리브나무'는 과거 전통이다. 그는 이 둘의 균형으로 세계화 체제를 발전시키자 역설한다. 대비가 이보다 선명한 쪽은 『빅맥이냐 김치냐』(The Kimchi Matters)다. '김치를 알아야 한다'는 서론이 인상적인 이 공저에서 김치는 빅맥('시장경제') 뒤 특유의 '지역적 역동성'을 은유한다. 세계화, 그리고 안정과 번영을 원하면 '김치'를 잘 다스리라는 것. 한데 우리 고민은 김치가 동서 문화 융합의 이상이 아닌 현실의 일용할 양식이라는 데 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시추에이션'을 직접 보고 뿔난 민심도 이해 안 되는 부분이 많다. 왜 배추가 '금추'·'다이아추'가 됐는지, 근본 원인을 모르고 근본 대책이 나올지, 수급 조절 능력이 있기나 한지, 뒤늦게 남발하는 대책들이 안정화 대책, 안전성 있는 대책일지에 대한 꼬리를 무는 의문들이다. 이것이 '대란'이라면 지난해까지도 과잉 생산과 가격 폭락으로 트랙터로 배추밭 갈아엎기를 반복할 때부터 예고된 대란이다. 어쨌든 이제 “의식주 중 '식'과 '주'가 단군 이래 최대의 파동”(박병석 의원)을 겪으리라는 전망이 정면으로 틀리기를 기도라도 해야 할 판국이다.
아울러 배추 파동이 이상 기후보다 책상머리에서 짠 고식지계나 휴대폰 팔아 배추 사먹으면 된다는 신념 탓이 아닌가도 의심해봐야 한다. 퓨전 타악 '난타' 공연장에도 채소 절약 특명이 내려졌다는 소식이다. 인생배추로 인생김치 담글 이야기는 미루고 지금은 '김치(배추)를 바로잡을' 때다. 김치(배추)를 '잘 다스려야' 한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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