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충식 논설위원 |
약은 그저 바람 잘 날 없는 갈등 이슈의 원천이다. 그 백지화 쓰나미에 30일 동남권 신공항 공약이 휩쓸려갔다. 경제성 미흡을 이유로 실체 없는 공약은 종언을 고했으나 문제는 더 커졌다. 특히 신공항 백지화로 들끓는 민심의 불똥이 애먼 충청권으로 튈 수도 있다. 그러잖아도 영남권 시·도는 멀쩡한 과학벨트에 열심히 짬짜미하던 중이었다. 국가백년대계, 국민통합, 국가균형발전의 가치들은 가식적인 수사가 되고 말았다.
지역마다 공약의 텍스트가 품고 있는 의미는 약간씩 다르다. 그러면서도 정쟁과 지역갈등의 도구인 공약은 이미 만신창이다. 신공항 백지화 땜질용으로 대구·경북 쪽에 과학벨트를 뚝 떼준다는, 죽도 밥도 아닌 그림까지 그려진다. 제 지역구만 눈에 보이는 정치인들은 아예 트러블 메이커 역을 자처하고 나선다. 요동치는 민심을 업은 정치인들의 '결사항전' 패턴에도 대의민주주의의 메커니즘이 숨어 있었다.
이번에도 그랬지만 선거와 경제위기 뒤끝엔 늘 공통의 요소가 있다. 시차를 두고 반드시 뒤따르는 정책의 쓰디쓴 대가다. 그 유명한 “다리를 만들겠습니다”, “강이라도 만들겠습니다”의 레퍼토리에 빠져 허적대느라 4대강 하나 빼곤 온전한 공약이 없다 할 만큼 상황 수습이 안 되고 있다. “대통령 하는 대로 따라가면 망한다”는 여당 의원을 보면 공약 때문에 거지반 콩가루 집안 신세가 된 듯하다.
신공항이 '신(新)공황' 된 것도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물론 100% 득(得)만 있는 선택은 없다. 하지만 남발된 공약의 죄과로 대한민국은 어디에나 현수막 나부끼는 일상 투쟁의 시위장이 됐다. 갈등구도 해소 시스템이 전무한 지금 예측 가능한 것은 더 볼썽사납고 더 험한 '사수'의 장이 되리라는 전망이다. 두 자식이 떡 놓고 싸운다고 모두 빼앗는 꼴? 나라꼴이 왜 이 지경인지, 신공항 후폭풍 속의 과학벨트가 걱정이다.
/최충식 논설위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