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터무니' 있는 '이야기'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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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밖]'터무니' 있는 '이야기'를 하자

  • 승인 2010-12-01 14:11
  • 신문게재 2010-12-02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허황하고 근거 없음, '터무니없다' 한다. 어원에서 '터무니'는 '터(근거지)의 무늬', '터의 자취'로 본다. 사실관계가 터무니없으면 '소설 쓴다'고 비난받지만 창조된 이야기의 세계는 확연히 다르다. 필연성과 개연성으로 짜인 통일적 효과가 '진실'이 되며 맛깔난 '스토리'의 원천이 된다. 이야기 좋아하면 부자 된다.


사실과 허구와 진실, 이 사이를 오가는 이야기를 찾는다며 지자체들이 스토리텔링 캠프를 열거나 스토리텔링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대전문화산업진흥원에서도 '태왕사신기' 작가, '불멸의 이순신'의 김탁환 소설가 등 탁월한 이야기꾼과 카이스트 교수를 강사로 세워 대전만의 이야기와 과학을 한데 묶겠다고 벼르고 있다. 정보의 태양이 지면 이야기를 가진 자가 시장을 지배한다는 가설이 서서히 적중하는 징후가 아닌가도 싶다.

이야기를 알면 지갑이 열린다는 신념에 값하기 위해 충남도 역시 충남문화산업진흥원 주관하에 '충남의 이야기꾼' 양성 사업을 본격화한다. 격세지감마저 든다. 제자백가의 음양가, 유가, 묵가, 명가, 법가, 도가의 6가에 종횡가, 잡가, 농가, 소설가가 포함된 10가 중 맨 말석이던 '소설가'(이야기꾼)의 생명력은 참 질기다. 현장에서 '문학이 죽었네' 하지만 춘추전국시대엔 다른 9가에 치여 정통이나 주류엔 얼씬 못한 채 돗자리 깔고 이야기로 연명하던 소설가가 지금처럼 '일가'를 이룬 적은 없었다.

문화가 산업이 된 시대의 전문 이야기꾼 양성에 대해 충남도 관계자는 “친숙한 이야기로 풀어내는 창작 스토리” 발굴로 규정했다. 여기에 대중을 사로잡자면 역사든 설화든 문학적 내지 서사적 보편성의 옷을 입혀야 한다. 화장품에도 '자녀의 피부를 걱정하는 엄마의 잔소리'(맘스내깅)처럼 이야기가 붙는다. '해리포터' 같은 히트작을 봐도 마음의 현을 건드리는 문법과 화법이 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엔 뇌에 세로토닌과 엔도르핀을 유발하는 단어들(she, girl, yes, kind, smiled, suddenly…)이 다수 포진해 있다. 20억권 판매의 저력은 마약과도 같은 언어에 있었다.

정보화 다음 시대인 감성의 시대를 선도할 지역 스토리텔링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산재한 역사·문화 자원, '충남연가(忠南戀歌)'로 작명된 옛길 구축에 쓰일 이야기, 숯골냉면 가락에 깃든 이야기 하나에도, 스토리텔링 기법을 도입한다는 충북 중소기업들의 경영에도 보편적인 호소력은 있어야 한다. 우선은 전승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산 영도구에서 진시황 밀명으로 부산을 찾았다는 불로초 원정을 상품화하고 있는데, 좋은 예다.

다만 아쉽게도 지자체의 경쟁적인 이야기꾼 양성 사업은 조금 피상적이고 너무 성급하다. 전문 이야기꾼은 하루아침에 배출되지 않는다. 요즘 일부 대학에서 할리우드 시나리오 컨설턴트와 스토리텔링의 거장들을 초빙하고 있다. 동시에 알아둘 사실은 스토리가 동이 난 할리우드도 스토리 애널리스트가 이야기 찾아 세계 전역을 훑는다는 점이다.

지역에도 할리우드가 탐낼 만한 자원은 풍부하다. '터의 무늬'가 있는 스토리라인으로 만드는 작업은 지역의 아이디어 엔진들에 달렸다. '이야기 좋아하면 가난하다'는 그 비생산성이 부각된 그저 옛말이다. 대전에 HD 드라마타운이 생기지만 욕구와 열망에 부응하는 스토리도 쌍두마차처럼 뒷받침돼야 한다. 전문 이야기꾼은 거리 풍속을 적는 패관 출신인 옛 소설가적 기질을 닮을수록 좋다. 스토리텔링과 스토리텔러의 위치는 터무니없음과 터무니 있음의 어느 중간 지점이면 좋을 듯하다./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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