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함도 많다. 당선이 떼어 놓은 당상 같던 후보에게 들려준 '멸치의 꿈' 이야기가 가장 미안하다. 멸치의 꿈에 몸이 하늘로 날다 곤두박질치고 까무룩 실려 가다 몸이 뜨거웠다 추워졌다 한다. “멸치님, 용 되실 꿈입니다요.” 망둥이의 설익은 해몽이다. 아래로 떨어짐은 용이 비를 내림, 둥개둥개 실려 가는 건 구름 타고 다님, 덥고 춥고의 되풀이는 날씨를 주무를 능력이라니 멸치가 우쭐한다. 비위가 상한 가자미가 거든다. “어이 멸치, 그건 낚시 걸리는 꿈이지!” 하늘 비상은 낚싯대에 들려짐, 실려 감은 바구니로 옮겨짐, 냉온 교차는 푹 삶겨 멸치덕장에 꾸덕꾸덕 말려짐이다. 극과 극의 해몽을 들은 후보의 낙선사례는 못 찾겠다.
아마 그 후보는 심중을 감추는 미네르바 효과에 속고 침묵의 나선이론(주류와 반대인 소수의 침묵)과 브래들리 효과(앞서던 후보가 선거에서 낮게 나옴)에 울었다. 덕담이나 할 걸 그랬다. 잡념을 뒷전으로 하고, 단계별 분포를 따져본다. '감사하다'가 하십시오체 종결어미에 더해진 것이 92.1%이고 해요체 4.3%, 하오체 1.6%, 하게체 이하는 각각 1% 미만이다. '고맙다'는 하십시오체가 45.4%에 해요체, 하오체가 각 18%, 16%, 해라체가 11.5%로 나타난다. 밥보다 진지, 나이보다 연세, 머리보다 두상(頭上;두상은 신라 관직명)처럼 토박이말보다 한자말을 윗길로 보는 관성인 것도 같다.
근거는 희박하지만, '고맙다'의 '고마'를 공주 '고마나루'의 '곰'이며 '곰 어머니'로도 본다면 “고맙습니다”는 “은혜가 어머니와 같다”가 된다. '고마'를 신, 왕에 이으면 엄청나다. “고맙습니다”의 뜻=“당신이 하느님처럼 존귀하게 여겨져 이 가슴 공경심이 가득 차나이다.” 19세기까지 '고맙다'는 '존'(尊)과 '경'(敬)의 대응어였다.
지방정치의 스펙트럼이 골백번 바뀌어도 주민 섬김의 자세는 바뀔 수 없다.
현수막을 둘러보다 젊은 친구의 차 꽁무니에서 본 “I♥乳” 문구에 웃음이 난다. '젖 유(乳)' 자에 젖 먹던 힘까지 발휘하길 바라는 가벼운 비약을 한다. 감사무지, 감사천만, 감사만만을 이제 현수막 아닌 가슴에 새기며, 주민들로부터 일 잘해 고맙고 감사하다고 평가받을 차례가 왔다. /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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