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명가적 입장에서 이름 자체는 괜찮다. 그런데 사회심리학적 견지에서 보면 부서명이 노골적으로 솔직(?)해도 손해 볼 일이 생긴다. 친절한 금자씨, 친절한 복희씨가 받는 스트레스쯤은 웃으며 감수해야 한다. '항상 친절', '항상 행복' 의지를 표명하고 사는 공무원들에겐 '과잉 일반화'(over generalization) 스트레스가 만득이처럼 붙어 다닐 수 있다.
과도한 일반화의 고충은 격에 안 맞게 '운천재(雲泉齋)' 당호를 걸고 살아본 필자가 잘 안다. 샘물(泉) 같은 아이디어, 구름(雲) 같은 스트레스가 동시다발로 피던 그 집에서 '나제당(齋堂)' 간판을 단 백옥섬(白玉蟾)의 배짱을 부러워했었다. 버젓이 '게으름의 집'이라니, 지금도 굉장히 부럽다.
운천재에서 스스로 그랬듯, 친절치 못한, 행복케 하지 못하는 한 단면을 보고 열[十]을 안다고 확대시키면 이건 난감한 일이다. 어느 날 선량한 시민이 시청 친절행정국이나 행복도시국을 찾는다 치자. 첫 정보인 친절과 행복은 전체 인상을 만드는 '첫머리 효과'로 민·관 관계 설정에 이롭더라도 불친절할 때(어쩔 수 없이 불친절해야 할 때)나 덜 행복할 때는 반동도 크다.
이 지방자치시대에 톡톡 튀는 늘푸른과, 행복나눔과 등의 작명 뒤편에서 주민생활국(주민복지실), 도시관리국(뉴타운개발국)으로 되돌리려는 일부의 기도는 모종의 멍 때림 현상을 막기 위해서가 아닐까. 말에 영향받기는 민원인이건 공무원이건 매한가지다. 청소행정과를 폐기물자원과나 환경관리과로 고쳐 부르면 어조, 어감이 상당히 달라진다.
지나친 관념과 추상은 '친절', '행복'의 또 다른 취약성이며, 이 취약성으로 부서명이 상징적인 슬로건이 될 소지마저 상존한다. 역점사업에 따른 슬로시티조성팀(서귀포)이나 산림비즈니스과(경북), 특산물에서 딴 곶감담당(상주)이나 대추담당(보은) 등에서 보이는 구체성의 결여 또한 약점이다. 행정은 더구나 안개꽃 꽂고 모차르트 들으며 커피를 마시듯 늘 향기롭진 않을 터.
항상 기뻐 감사해요. 이런 소리 들으면 “다 맛있어요”가 “다 맛없어요”와 동의어로 들리는 식당 생각이 난다. '친절도시', '행복한 시민' 철학의 옷을 입은 친절행정국, 행복도시국이 아날로그적인 '이름 바꾸기 놀이'에 그치면 '좋은 것은 훌륭한 것의 적(敵)'의 논리가 실현된다. 좋은 이름에 딱 맞는 훌륭한 국·과의 탄생을 기다려 본다. /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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