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적인 관심일 테지만, 저 파꽃 무리를 지나칠 때마다 서구-유성구 간 행정구역(구간 경계) 승강이가 목에 늘 걸린다. 도안동로와 동서로 등 대로 중심의 서구 안, 계백로 및 갑천을 기준으로 도안신도시와 개발예정지까지 편입하는 유성구 안, 제3의 안, 혹은 무엇이 좋을까. 3년째 매듭을 못 푸는 이 문제지만 거두절미하고 님비나 바나나(절대로 어디에든 아무것도 짓지 마!), 핌비와 동렬에 두는 것엔 반대다.
협상력의 부재나 공공정신의 약화를 통렬히 비틀 수는 있다. 한 예식장이 서구 관저동과 유성구 원내동에 걸쳐져 쓰레기 처리를 떠넘기거나 양쪽 구청에 세금을 내는 행정 공백과 이중 행정은 그 표본이 되는 해프닝이다. 동구·대덕구에도 반반씩 물린 건물이 있다. 신도심 개발과 상권 이동, 도시 면모 변화에 따른 대전 전체의 전면 선긋기도 시도할 일이지만 우선순위에서 도안보다 한참 후순위다. 선거구 늘리기라는 정책적 고려 역시 주민, 정치인, 지방의회의 동의나 법령 손질에 걸리는 시간의 경제상 발등의 현안은 아니다. 선거구가 대전보다 많은 광주에서 현행 국회의원 정수 유지를 전제로 경계 조정을 하는 과정을 기술적으로 참고할 필요는 있다.
도안신도시에서 하나 깨달은 게 있다. 진취적이나 실천이 안 되는 광자(狂者), 진취적이지 않지만 죽어도 원칙을 고수하는 견자( 者) 식으로 타협이 힘들다는 세상 이치다. 정치적으로 풀면 정치력이 모자라며 행정적으로 풀기엔 행정력이 아쉽고, 그사이 자기논리만 과잉 생산되고, 구청장·국회의원도 공세적(?)이지 않고, 대전시는 '강제성 없음'을 내세워 뒷짐이고…. 겉볼안(겉만 보면 속은 안 봐도 '비디오')이라면 지나칠까.
부산시가 사하구와 서구 간 감천동 지역의 경계 획정에서 보인 조정 능력을 대전시라고 못 보일 이유가 없다. 주민투표나 여론조사, 특정지역을 주고받는 일대일 협상, 세수 감소와 구세 약화를 보전해주는 방식도 마다할 까닭이 없다. '주민편익'과 '불편 해소'는 말로는 못 이룬다. 첩보영화 주인공에게 중요한 것이 에어로졸 아닌 보안 레이저망이듯 무엇이 나을지에 대한 선택과 가치가 중요하다.
어떠해야 한다는 주장과 어찌 하다는 진술은 또 다르다. 도안신도시 행정구역 조정의 원리와 방법은 다 나와 있다. '내버려 둬', 우스개로 '내비둬'로 해석되는 비틀즈의 '렛 잇 비(Let it be)', '순리에 따르라'는 고통과 어둠의 순간이면 몰라도 2008년 도안신도시 계획 당시부터 질질 끌어온 경계 설정엔 너무 소극적인 충고다. '화살 되어 궁궁궁궁 달려갈' 저 오진 파꽃들을 봐서 화려한 수사에 감춰진 주장을 끝내고, 두 구 사이를 가르든, 어느 한 구로 주든, 새 독립구를 만들든 어서 단안을 내리자. 경계에 쓰레기 대신, 진짜 꽃이라도 피게 하자. /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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