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엄마소는 미리 졸도를 해 버리더라고. 자기 새끼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엄마가 새끼소를 가랑이에 넣어놓고 안 내놔.” (‘MBC뉴스’에서)
'그 남자, 언제나, 점핑, 라이트 나우, 왜 이러니…' 막내가 새로 받아준 벨소리 목록이다. “아론 카터의 '젊진 않지만 늙은 것도 아냐(Not to young, not to old)'없어?” 못 알아들었나 뭐라 중얼중얼한다. “네?” “비틀스의 '내가 예순네 살이 된다면(When I am 64)'은?”
맛도 없이 꾸역꾸역 먹어가는 나이 탓인지 그 가사가 자꾸 맴돈다.
―내가 늙고 병들어도 날 사랑해 줄 건가요? 내 나이 예순 넷이어도 날 필요로 하고 도와줄 건가요? 나이 들어 머리숱이 없어져도 밸런타인데이나 생일에 축하주를 보낼 건가요?
왜 늙느냐, 젊어서 번식을 돕던 유전자가 우리를 벼랑으로 등 떠미는 이유는? 자기복제에 유리한 쪽으로 행동하는 유전자 탓으로 진화생물학자들은 돌린다. 낡은 기계를 쓰느니 쓸 만한 새 기계를 마련하는 선택이지. 이제야 구제역 살처분(생매장)을 앞둔 어미소의 행동이 이해된다.
소는 그래서 송아지를 낳고, 꿩은 꺼병이를 낳는다. 갈치는 풀치를, 고등어는 고도리를, 가오리는 간자미를, 청어는 굴뚝청어를, 조기는 꽝다리를 , 숭어는 동어를, 열목어는 팽팽이를, 명태는 노가리를 후대에 남긴다. 젊음의 영속화 시도는 멍청한 짓. 걸리버 여행기 3편의 러그내그 섬에 사는 스트럴드브러그처럼 늙기만 하고 안 죽는 존재는 싫다.
생명은 부단히 위협받는 균형을 곧추세우는 것이라던가. 새해에는 어느 메이크업 강사의 화장 비법을 좀 따르겠다. 약점을 감추기보다 장점을 살리듯 한 곳에 포인트를 준다. 슬슬 중요한 포인트에 몰입하며 자신에게 장점이 꽤 있는 셈 치기.
제임스-랑게의 정서이론(뱀이 무서워 도망가는 게 아니고 도망가다 보니 무섭다…)을 응용하면, 늙음이 무서운 게 아니고 늙음을 무서워 하니 무섭다. 미얀마의 올랑 사키아 부족은 거꾸로 나이를 센다. 갓 태어나 60살, 60년 뒤에 0세, 다 까먹고는 10살을 덤으로 얹고 줄여간다. 자꾸 젊어지는 셈 치기.
또 행복한 셈 치기. 아버지의 급서로 다락방으로 내쫓긴 세라처럼, 저 테이블 위에 보드라운 머핀에 향긋한 차, 마룻바닥엔 인도 양탄자를 깐 셈 치기. 웰빙과 웰다잉 사이의 웰에이징, 즉 '잘 늙는 것'의 답은, 마음속 꽃첩과 나비첩을 펼치고 젊어지기 위해 젊은 척하기. 늙음이 아닌 완숙으로 가는 '셈 치고' 긍정의 테크닉으로 나이에 순응하기. /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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