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충식 논설위원 |
그렇다면 그 첫 번째 번개를 말할 차례다. 딱 1년 모자란 1400년 전(서기 612년) 백제 수도 부여의 구드래나루터에서 뱃길 따라 일본으로 건너가 기악과 춤으로 신선한 문화충격을 안겨준 미마지(味摩之)가 일으킨 바람이 그것이다. 동아시아 가면극의 꽃이던 당대의 백제기악, 동남아 일대에서 먹히는 현시대 한국가요(K-팝)의 돌풍은 닮은 구석이 많다.
일부러 애써 관련성을 입증하지 않아도 미마지는 한류스타의 원조다. 일본 정치와 문화 중심지 나라현 사쿠라이에서 흥행몰이에 성공한 미마지는 도쿄 신주쿠에서의 한류 가수들의 흥행과 감성적으로 닿아 있다. 그보다 먼저 파견되긴 했지만 시덕 삼극, 계덕 기마마차, 대덕 진타 같은 음악인들이 오늘날의 동방신기, 빅뱅, 카라 아니겠는가.
7세기 초, 그 시절의 열풍만큼은 아니나 21세기 일본열도는 미마지 이래 두 번째 한국음악에 푹 젖어 있다. 카라의 규리는 일본에서 '메가미(めがみ) 사마'(여신)로 불린다. '제1차 번개' 때 백제음악을 '천녀(天女)'의 음악으로 칭하던 거나 어금지금한 일이다. 또 한국 가수들의 일본 활동 음반에 '똑딱똑딱', '콩닥콩닥' 등이 쓰인 이상으로 미마지의 음악에 백제어가 다수 섞이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며칠 전 영국 BBC 방송은 '한국 국가브랜드가 이제 삼성에서 카라(Korea national brand, now in Kara from Samsung)'로 이동했다고 했다. 파리 도심에선 “K-팝 공연 하루 연장하라”며 시위가 벌어졌다.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에프엑스, 샤이니 공연 티켓이 동나자 열 받은 프랑스 팬들은 “네게 네게 네게 빠져 빠져 빠져 버려~”를 합창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멕시코 국빈 방문 때 현수막을 들고 “동방신기 보내달라”던 멕시코인이 생각났다.
그냥 웃어넘기거나 마냥 신기해할 일이 아니다. 한국 대중문화에 관심 갖는 나라가 아랍권과 아프리카 지역을 포함해 자그마치 70개국이다. 이쯤에서 상업성을 넘어 문화 수출국 진면목을 보여줘야 한다. 작금의 부여 정림사 복원 추진 움직임을 이런 각도에서도 바라본다. 외형만이 아닌, 오악사와 백제음악까지 재현해 낸다면 전혀 새 차원의 번개가 될 수 있다. 그러자면 요즘 줄임말로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던 고대 '백제류'에 버금가는 거품 없는 문화현상에 도달해야 할 것이다.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그런 뜻에서 1400년만의 'K-팝의 부활', 혹은 한류 원형 백제를 에너지 보존의 법칙에 집어넣어 본다. 다른 에너지로 바뀌어도 에너지 총합은 늘 일정하며 그 에너지 한도 안에서 사용된다는 물리 법칙은 미마지 이래 어딘가에 존재했고, 두 번째 번쩍하는 순간을 맞는다. 그러니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건성건성 하지 말고 첫 번째 번개 때보다 잘 활용하자! 액션!
/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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