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의 명언 4종 세트에도 빵이 들어 있다. '아름다움은 어디서나 환영받는 손님이다.' '당신이 자신을 믿으면 어떻게 살지 알게 된다.' '즐길 수 있을 때 즐기고 견뎌야 할 때는 견뎌라.' '눈물로 빵을 먹은 적이 없는 자는 침대에 앉아 슬픈 밤을 눈물로 보내며….' 마지막 것은 굶주린 자에게 모독일 수 있다. 빵 없이는 못 살지만 빵만으로 살 수도 없다. 영화 '빵과 장미'에서 빵은 생존권, 장미는 행복추구권이다.
이때의 빵은 성심당 창업주 임길순 회장의 빵에 상당히 가깝다. 무슨 빵인고 하면, 그 옛날 미군정 배급 밀가루로 대전역전에서 찐빵을 만들던 시절부터 지금껏 이어진 기부용 빵이다. 20년 전 임 회장 생전에 필자가 인터뷰했을 때는 “풀빵집”으로 들었고 그대로 인쇄됐다. 작고한 창업주가 실향민이고 지금은 새터민에까지 남은 빵이 건네지니 인연은 인연이다. 공간적으로 성심당과 주교좌성당이 마주한 것 자체도 '스페이스 마케팅'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현실과 드라마 속의 남다른 제빵철학. 하나 드라마 설정은 드문드문 불만스러웠다. '대장금'류 요리 경합도 빈약했고 제빵 스킬이 나올라치면 피 터지고 사고 나기 일쑤였다. 빵은 언제 굽나, 아쉬움을 이제는 '세상에서 가장 배부른 빵'을 보는 맛으로 달랜다. 탁구와 마준의 대결에서 '식객' 성찬과 봉주의 요리대결을 그려본다. 순종 임금을 울린 '비전의 쇠고기탕'이 시시풍덩한 육개장이었듯 반전이 기다릴 것도 같다. 평생 밭 가는 민초의 쇠고기, 조선인 기세가 든 고추기름, 어떤 병도 이겨내는 토란대, 질긴 생명력의 고사리 등 육개장의 마음을 읽고 왕은 마침내 울어버렸다.
그 같은 미각 경험의 공유가 있을지, 있다면 어떨지는 작가의 영역. 다만 기교보다 기본이라는, 현상과 내면의 본질이 좋은 빵을 만든다는 너무 착한 줄거리로 흐르지 않을지 약간은 불안하다. 내 빵을 남 주면 영혼의 빵이 된다는 기적과 권세의 담론, 미녀같이 날씬하고 섹시한 빵도 사양하겠다. 무엇이 '세상에서 가장 배부른 빵'에 부합할 것인가. 팔봉제과점의 제빵 배틀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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