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2004-03-04
도올 얘기는 되도록 안 쓰마 했는데 또 쓸 일이 생겼다. 한 대학의 논어 특강에서 도올은 ‘군자는 덕을 품고 소인은 땅을 품는다’며 논어 이인편의 한 구절을 소개했다. 내가 아는 대로 새기기로는, 군자는 도덕의 세계를 항상 잊지 않고 생각하며 소인은 태어난 고향의 토지..
2004-03-04
쇼팽을 ‘피아노의 시인’이라고 처음 부른 사람은 러시아의 피아니스트 안톤 루빈스타인이었다. 이에 못지않게 피아노의 진수를 잘 나타낸 사람이 엘튼 존이다. 1947년생이니까, 웬만큼 늙은 그의 공연 실황을 밤 늦도록 보고 가진 소회였다.
‘피아노 맨’이라는 자신의..
2004-03-04
비가 내렸다. 비 오는 날, 빨간 양복을 입고 파리 시내를 활보하고 싶다던 오스카 와일드. 여태 품었던 의문부호가 이 시점에서 감탄부호로 바뀌는 건 왜일까? 어떤 의미로 그는 색깔혁명의 선구자처럼 여겨진다.
이 제4, 제5의 도도한 물결이 보이는가. 반란을 꿈꾸..
2004-03-04
우연은 가끔 필연을 낳는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처럼 착각이 위대한 오해가 되기도 한다.
우리 나라 근대 생물학 개척자의 한 사람인 나비박사 석주명(石宙明, 1908~1950)도 그런 케이스다. 그가 개성 송도고보에서 교편을 잡을 때였다. 미국인 모리스가 일본..
2004-03-04
새 생명을 탄생시키는 임부들의 아픔은 실제보다 훨씬 과장된 것이라고 한다. 처녀 배우가 출연해 애낳는 연기를 실감나게 하는 ‘씨받이’와 같은 영화를 보는 등의 간접체험이 진통을 가중시킨다는 얘기이다. 연구 결과를 들먹일 것도 없이 남편의 심리적 지원은 고통도 줄이고 제..
2004-03-04
극우파 장 마리 르펜은 우리 식으로 ‘대통령병 환자'다. 그의 돌풍은 프랑스 현대 정치사의 최대 이변이다. 당선의 문턱에서 좌절됐지만 그로 인해 ‘르펜현상'이란 말까지 생겼다. 그는 1974년 대선에 처음 나선 이후 근 30년간 단골 후보였다.
우리에게도 대선..
2004-03-04
라면 먹을래요? 자고 갈래요? 좀더 친해지면 해요. 영화 ‘봄날은 간다’의 대사들인데 유행어란다. 반듯하게 차려 입고 집을 몰래 빠져나가는 이영애에게 아버지가 한 말은? “쟤! 쟤! 또 카드 긁으러 나간다.”
이것도 유행어란다. 미디어는 좋고도 무섭다.
때는..
2004-03-04
“충남 청양에서 아들이 텔레비전에 나온다고 좋아하셨던 분들. 두 분은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네덜란드 보이프렌드와 동거할 때 누나에게 살짝 고백한 적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인간적인 배려라 생각했다. 그때 누나는 펄쩍 뛰며 울고불고 어쩔 줄을 몰..
2004-03-04
점잖은 분을 차에 모시고 가는데 윤도현이 ‘총털 불변의 법칙’이라는 괴상한 법칙을 말하고 있었다. 머리숱이 적은 상사와 목욕탕에 가서 본즉 몸 전체 털의 총량은 변하지 않더라는 참 해괴한 이론이다. 둘 다 웃었다. 나도 그랬고, 그분도 동네 목욕탕의 누드라도 떠올렸을..
2004-03-04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이백 리/ 외로운 섬 하나 새들의 고향/ 그 누가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도/ 독도는 우리땅/ 하와이는 미국땅 대마도는 일본땅/ 독도는 우리땅 우리땅’
왕년에 무던히도 불렀던 노래다. ‘독도는 우리 땅’으로 잘 알려진 가수 정광태...
2004-03-04
‘황혼아 내일은 또 저 푸른 커튼을 걷게 하였지./ 암암이 사라진 시냇물 소리 같아서/ 한 번 식어지면 다시는 돌아올 줄 모르나 보다.’
황혼이혼 또는 실버이혼이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와 접하니 이육사가 노래한 황혼이 먼저 뇌리에 맴돈다. 이 역시 일본이..
2004-03-04
“망년회에 참석하지 못한 것은 내의회사 망년회와 겹쳤기 때문이다. 소파에 눕는 등 불경한 행동은 피곤 때문에 본의 아니게 실수로 저지른 것이다.”
10여 년 전, 프로야구보다 ‘군기’가 세다는 코미디언실에서 어떤 사단(事端)이 났을 때, 주병진이 내놓은 변이었다..
2004-03-04
밤에 무엇을 입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마릴린 먼로가 “샤넬 No.5만 입어요”하고 대답했다. 온 세상 남자들을 성에 눈뜨게 했다는 먼로다운 대답이다. 영어로 ‘옷을 입는다’와 ‘향수를 바른다’는 표현이 같다(ware). 바로 이 향수로 세상의 모든 남편을 빼앗겠다는,..
2004-03-04
우리 시대 최악의 신드롬인 국제통화기금 체제를 겪으면서 직장을 잃고 배회하거나 사랑하는 가족과 생이별하는 사람들을 숱하게 봐 왔다. 몸소 그 일을 겪은 몇몇 분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대략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었다. 하나는 경제난 때문에 가정이 해체되는 경우고..
2004-03-04
‘삼국사기’를 쓴 김부식을 사대주의자로 낙인 찍은 이는 단재 신채호였지만, 일단 찍히면 만회하기 힘든 게 인간사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그에게 민족주의를 요구하는 건 부당하다. 당시의 사회적 현실, 송나라나 북방 유목민족들의 성쇠를 아우른 흐름을 간파하면 그렇다...
2004-03-04
영국 총리가 육아휴직을 가겠다고 해서 비난과 칭찬을 한몸에 받은 일이 있다. 제도 자체에 대한 찬부(贊否)가 아니었다. 총리처럼 중차대한 직책에 있는 사람이 개인적인 사유로 국사(國事)를 멈추는가 하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지만, ‘가정적’인 그는 많은 점수를 땄다. 뒤에..
2004-03-04
엔지(NG・No Good)는 라디오나 텔레비전 또는 영화에서 녹음이나 녹화 또는 촬영에 실패하는 것을 말한다. 하다못해 학예회의 연극에서 크고 작은 실수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난처함을 겪어 보았다면 그게 어떤 것인가 잘 알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2004-03-04
외국의 직장은 성희롱에 대해 아주 엄격하다. 미국에서 아침 인사로 동료 여직원의 옷 색깔이 곱다고 말해 성희롱(sexual harassment)으로 걸린 일이 있다. 성에 비교적 개방적인 일본도 이를 혀 짧은 소리로 ‘세쿠하라’라 하여 엄히 다스린다.
관련법이..
2004-03-04
뼈가 무려 37개가 된다는 멸치(어느 스님의 법어에서 나왔다고 함)는 잘 모르겠고 확실히 인간은 세상만사를 자기 위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자신들만을 ‘인간’으로 부른 오만도 그 탓이다.
빈 라덴은 빈 라덴의, 부시는 부시만의 생각이 있다. 여..
2004-03-04
그리스 신화에 ‘판도라의 상자’가 나온다. 제우스가 판도라(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류 최초의 여성으로 ‘모든 선물’의 뜻)를 창조하고는 사람을 불행하게 하는 악과 화근을 담은 상자를 선물로 주었다. “절대로 그 뚜껑을 열어 봐서는 안되느니라”고 타일렀음은 물론이다...
2004-03-04
환경운동가 배은식 씨는 남북정상 닮은꼴 찾기 대회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닮은 인물로 선정됐다. 그는 ‘위원장’의 얼굴로 식품 광고에 출연하려 했으나 번번이 좌절되자 ‘닮은 것도 죄냐’며 소송 불사를 들먹이며 나왔다.
이 얘기를 접하고 김대중 대통령과 개그맨 심현섭..
2004-03-04
도피 중인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얘기를 쓰다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별세 소식을 접하고 부랴부랴 글을 고쳐 쓴 적이 있다. 후반부에 소개할 ‘99.9’라는 글이었는데 주로 정 회장의 1%에 관한 단상들이었다. 김우중 씨의 ‘기소중지’ 조치를 보니 두 재벌 총수..
2004-03-04
고려 15대 왕 예종은 개국 공신인 신숭겸과 김락을 기려 ‘도이장가(悼二將歌)’를 지었다. 신숭겸은 후백제군과 싸우던 주군 왕건이 위기에 처하자 왕건의 옷을 입고 싸우다 대신 숨졌다. 대구 공산(팔공산)의 신숭겸 유적지가 관광 명소가 된 것은 순전히 드라마 덕인 듯하다..
2004-03-04
명절을 바짝 앞두고도 사과, 배, 단감, 감귤 등 과일의 시중가격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시장에 나가 보면 국산 과일이 잘 팔리지 않는다고 아우성이다. 워낙 안 좋은 경기(景氣)도 경기이려니와 물밀 듯 밀려오는 수입 농산물 등쌀이 한 원인일 것이다.
매사가..
2004-03-04
실패한 대통령, 실패한 임금 뒤에는 잘못 보필한 참모가 있었다. 현정권의 난맥상의 화살을 지도자의 지혜를 돕는 책사(策士)라 할 청와대 참모진에게 돌리고 싶다.
지난날을 되짚으면 호형호제하던 태종과 이숙번, 성종과 김종직 콤비가 떠오른다. 궁궐 문지기에서 수양대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