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법이 생기기 전에는 회사 간부가 경리상의 비밀을 빌미로 “나하고 연애를 해야 된다”고 추근대는 사례가 한둘 아니었다는 것이 국내 상담원들의 전언이다. 미인계를 쓴다며 거래처 직원과의 원치 않은 데이트나 특정 역할을 강요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지금은 업무적이든 업무외적이든 성적 관계의 강요는 물론이고 음담패설 또는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 더 나아가 술을 따르도록 하는 행위까지 성희롱의 범주에 들어간다. 예쁘다고 눈망울이 오래 머물러선 안 되고, 동료들끼리 춤추러 갔다가도 블루스 타임이 되면 황황히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교수가 이성인 여교수에게 내뱉은 “××나 ××라”는 성적인 욕설을 성희롱으로 처음 인정한 이번 사례는 풍속사에 기록될 만한 사안이다.
누구든지 이 문제에 관한 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청와대에서 시작하여 직원 몇뿐인 소규모 사업장까지 남녀가 있는 곳이면 언제든지 발생할 소지가 있는 까닭이다. 실제로 정부 부처에서 부하 여직원에 대한 아무개 국장의 성희롱으로 홍역을 치렀다. 군에서는 성희롱 피해자가 정신이상자로 몰려 집단 따돌림을 당했는데, 고위 관계자란 사람이 (꼬리치는) “여군 장교 때문에 아까운 별 몇 개 사라졌다”며 “허리 아래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하는 게 아니다”고 말해 혀를 내두르게 한다.
시각적 성희롱, 언어적 성희롱, 육체적 성희롱 등으로 나누는 ‘교범’대로라면 다시 한번 언어적 ‘확인사살’을 한 격이다. 어느 대학이 만든 예방 지침에는 수업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성적 농담도 성희롱으로 못박고 있다. ‘강간죄에 있어서 행위의 기수 시기’를 논하는 법대 강의실, 간음・간통을 설교하는 교회에서도 신중해야 할 것 같다.
여성 자신도 성적 노리개가 아닌 만큼 잘못하여 성희롱이냐 성유혹이냐는 논란에 휘말리지 말아야 한다. 남녀차별금지법이나 남녀차별개선위원회의 지침에 따르자니 가면을 쓰는 듯한 강박관념에 사로잡힐지 모르지만, 남과 여가 반반씩 섞여 사는 이 지구에서 늑대나 여우 취급을 받지 않으려면 단단히 ‘바른 생활’로 재무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