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국의 정치학자인 캐럴 페이트만이 내세운, 결혼이란 근원적으로 불평등 계약이라는 주장엔 수긍하기 힘들다. 4대 계약, 즉 결혼・고용・매춘・대리모 계약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가장 그렇다.
현실은 직장생활이라는 산맥, 가사와 육아라는 통합된 또 하나의 백두대간 같은 거대 산맥 앞에 가로놓인 여성들의 부담을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다. ‘모자간의 유대’는 그만큼 중요하다. 다음의 실험 결과를 주목하자.
방금 낳은 아기 원숭이를 어미 원숭이로부터 격리시키고 인공으로 만든 대리 어미 원숭이를 우리 안에 넣었다. 대리모(代理母)는 두 종류였다. 하나는 허수아비처럼 철사로 몸을 만들었고, 다른 하나는 몸에 타월을 감았다.
잠시 후,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새끼 원숭이들은 타월을 감고 있는 대리 어미 곁에만 모여들었고 깨물기도 하고 들러붙기도 했다. 움직이는 장난감을 우리 안에 집어넣어보니 원숭이들은 겁을 먹고 타월을 입힌 쪽으로 일제히 도망을 갔다.
새끼 원숭이의 감수성도 이러한데, 인간의 아기가 인간적 접촉을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지는 불문가지(不問可知)이다. 낯선 인간들에 둘러싸여, 혹은 격리되어 있을 때 갓난아기에게 어떻게 작용할지는 묻지 않아도 능히 알 수 있다.
출산 전 3개월과 출산 후의 1년간은 아기가 급속한 학습을 하며 심리적, 정서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 점에 있어서도 육아휴직은 앞으로 점점 장려될 전망이다. 누가 담당하든 미래의 주역이 될 건강한 아이를 양육하는 일은 중요하다.
조달청 남자직원이 1년간 육아휴직을 갖는다 하여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아직은 육아휴직제를 활용하는 맞벌이 여성도 드문 현실에서 이번 선택은 결단으로까지 받아들여진다. 임명권자의 결단에도 찬사를 보낸다. 모성보호 관련 법 이전에 육아는 단순히 여성이나 남성의 문제에서 한발 앞선 사회적 지원과 책임이어야 한다. 더불어 모자간의 유대 못지않게 부자간의 유대도 중요하다.
조달청 중앙보급창 보급과 최중석 씨. 정말 인간적으로 존경스럽고, 늦둥이를 하나 두고 싶은 욕심이 생길 정도로 너무너무 부럽다. 진심이다.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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