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전부라고 믿었고 내 인생의 모든 것을 걸 만하다고 믿었던 사람들이 끝끝내 갈라서거나, 그저 습관적으로 상대를 대하는 모습을 보면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사랑한다는 엄숙한 선서의 무게가 백지 한 장보다 가볍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까짓 사랑이 밥 먹여 주느냐? 이런 마음이 들다가도 누구나 한번쯤은 열다섯 살의 순수를 꿈꾸기도 한다. ‘울렁울렁 울렁대는 처녀 가슴……’ 하는 대중가요 구절처럼 속이 울렁거리거나 보기만 하여도 손에 땀이 나는 기간은 극히 짧다.
미국의 한 대학 연구소의 연구 결과도 이를 입증했다. 뇌 안의 애정 유발 화학물로 인해 사랑에 빠지는데 그 분비 기간이 만난 지 18개월, 길어야 30개월로 나타났다고 한다. 또 다른 연구소에서는 열애하는 커플들의 오줌 속에 페닐 에틸라멘이라는 각성제 성분이 많았다는 색다른 실험 결과를 도출해냈다. 연애(짝사랑, 상사병 포함)할 때 상대를 생각하면서 겪는 도취감이나 식욕 감퇴나 불면증도 이 각성제 성분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말의 뿌리로 보면, ‘사랑한다’는 원래 ‘생각한다’는 뜻이었다. 생각하는 것은 사랑을 내포(內包)하고 있으니, 사랑한다는 것은 생각의 외연(外延)이다. 사랑에 관한 한 한자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이설이 많지만, ‘사랑 애(愛)’ 자를 풀어보면 윗부분은 밥을 배불리 먹고 포만감에 뒤로 젖힌 모습이고 아랫부분은 발걸음이 무거워 떨어지지 않음을 나타낸다. 마음으로든 물질로든 터질 정도로 아낌없이 주고 떠나기 싫어하는 형상이 사랑이다.
정작 우리는 ‘사랑의 칵테일’이라는 화학 물질보다는 마음의 결핍을 걱정해야 한다. 돈만 있으면 능히 명예와 `권세도 부리고 사랑까지도 살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아무리 먹고 살기가 힘들어도 호흡으로, 눈물로, 자기 앞의 생애를 걸고 사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이번에는 사랑을 하면 뇌에 불이 켜진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머리에 번쩍 전구처럼 켜지는 것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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