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 우리에게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훌륭한 전통이 있다. 옛날 ‘지붕지랄’이라 하여 평안도 박천에서 행해진 풍습은 말 그대로 장난이 아니었다. 아내가 이슬을 보이면 남편은 지붕에 올라가 비명인지 신음인지를 지르며 나뒹굴다가 야트막한 지붕에서 일부러 떨어지기도 했다.
남의 눈에 지랄발광일지언정 산모에겐 분만촉진제가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어떤 곳에서는 남편의 상투로 임부가 힘줄 때 쓰던 삼신끈을 대용했다. 남편이 문밖에서 창호지 구멍으로 상투를 처박으면 아내가 이걸 움켜잡고 서서 젖 먹던 힘까지 쏟뜨리는 광경을 상상해 보라!
흰 고무신 벗어 놓고 산실로 들어갈 제 내가 이 신을 다시 신을 수 있을까, 한숨지으며 산실로 들어갔다는 말을 어려서 할머니에게서 들은 기억이 있다. 이렇게 아찔한 체험 탓이었을까? 우리 나라가 보유한 몇몇 달갑잖은 1위 기록 가운데 새로이 추가된 것 한 가지가 제왕절개율이다. 줄잡아 산모 열에 넷이 배를 가르는 실정이며 이런 비율은 유명 병원일수록 높아져 심한 경우는 84.8%를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고대부터 행해진 제왕절개는 황제(Kaiser)와 절단(Schnitt)이 합성된 독일어 카이저슈니트의 직역인데 그 어원은 섹티오 카에사레아(Sectio Caesarea)라는 라틴어에서 찾는다. 카에사르(시저)가 이렇게 태어나서 그렇다고도 하고 카에스라(벤다)에서 나온 말로 시저와는 무관하다고도 한다.
아무렇든 제왕절개가 성행한 것은 출산 후 부부생활에도 좋으며 살찌지 않는다는 비뚤어진 속설 외에도 일부 병의원의 영리 추구, 좋은 사주를 받자는 미신적 사고방식, 여기에 왜곡된 여권 신장론까지 가세한 결과임에 틀림없다.
이런 출산문화는 놓아두고 의료 수가를 올리는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정부의 발상이 딱하다. 잘 나오고 있는 아기를 밀어넣은 뒤 억지로 제왕절개를 했다는 한 인터넷 게시판의 고발이 허위이거나 과장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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