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2004-03-04
나는 어떤 일을 시작하든 반드시 된다는 확신 90%에 되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 10%로 완벽한 100%를 채우지, 안 될 수도 있다는 회의나 불안은 단 1%도 끼워넣지 않는다.
정주영 회장의 너무도 확신에 찬 자서전을 읽으면 그 힘의 원천이 늘 궁금했다. 신의..
2004-03-04
한국에서 하지 말아야 할 일 5가지가 있다.
첫째, 정치에 관심을 갖지 마라(혈압 오른다). 둘째, 연예인 하지 마라(몰래카메라가 튀어나와 언제 인터넷에 올려질지 모른다). 셋째 모모 하는 금융기관에 돈 넣어두지 마라(별로 불우하지도 않은 이웃 돕게 된다). 넷째,..
2004-03-04
가족신문을 만들다가 낡은 사진 하나를 찾아 들고 웃음을 터뜨렸다. 대추나무 아래서 한껏 포즈를 취한 악동들의 모습이었다. 희귀하게도 필자는 ‘책씻이’의 경험이 있는데, 그때 동문들과 찍은 것이다. 소시적, 1․4후퇴 때 남하한 훈장 밑에서 공자왈 맹자왈 한학..
2004-03-04
드라마에서 진중의 군사들이 괴질로 픽픽 쓰러져 가는데도 약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장면을 보았다. 예전에 돌림병 예방약으로 마셨던 익을대로 익어 보얗게 뜬 김칫국이 생각났다. 하기야 그 시절엔 김치가 있었더라도 고춧가루를 넣지 않은 백김치나 나물 정도였을 테지..
2004-03-04
조기유학을 위해 자퇴하는 학생의 상당수가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해외로 떠나는 도피성 유학이라 한다. 서울대 조사 결과 신입생의 열 중 일곱이 수강제한 규정을 둘 정도로 기초학력 미달 수준이라 해서 충격을 던져 주었다. 비정상이 정상의 자리를 차지하는 공교육의 위기..
2004-03-04
새로운 것이 세상을 주도하는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잡종이 점점 각광을 받는다. 카레라면, 치즈라면, 해물찌개라면, 라면잡채, 볶음라면, 야채김말이라면, 라면맑은장국……. 국적 불명의 퓨전 음식을 먹으며 퓨전시대를 실감한다.
캘리포니아롤이라고 하던가, 밥을 밖으로..
2004-03-04
“저 앞에 보이는 이 학교 건물은 당시 제731부대 본부 건물 그대로입니다. 약간 수리해서 그대로 쓰고 있지요.” 정현웅의 소설 ‘마루타의 칼’에서 박 기자가 홍창민 기자에게 설명하는 장면이다. ‘마루타(丸太)’는 껍질 벗겨진 통나무를 의미한다.
작가가 묘사한..
2004-03-04
방금 도착한 신문을 보니 이제 집단 이기주의 폭력과의 전쟁에 들어갔다. 갑자기 범죄와의 전쟁에 맞서 공권력과의 전쟁을 선포한 폭력조직이 생각났다. 그렇잖아도 담배와, 까치와, 조폭과, 언론과 전쟁을 치르는 중이잖은가. 육종학(育種學) 쪽은 종자전쟁이 한창이고 암과, 탈..
2004-03-04
테러를 멈추는 건 전쟁이 아니라 음악과 시와 노래여야 한다. ‘악마의 시’로 이슬람의 적이 된 샐먼 루시디가 아프가니스탄 공습 직전에 이와 비슷한 말을 했다. 그렇다. 이 순간, 미사일 대신 시집을 뿌려 주고 탈레반 지도부 앞에서 유엔 주최로 시 낭송회라도 열면 어떨까..
2004-03-04
롯데백화점 샤롯데광장에서 열리는 곤충전을 보고 왔다. 차일피일 미루던 차에 마감이라는 말에 서두른 것이다. 나비박사 석주명의 책과 파브르의 곤충기를 탐독한 아이들도 좋아했지만, 나는 나대로 공부가 됐다.
톱사슴벌레든 장수풍뎅이든 제대로 알아야 정확한 표현이 나올 것..
2004-03-04
언제 보든 옛 도읍지의 퇴락한 뒷모습은 사람을 쓸쓸하게 한다. 그러면서도 가까이 가고 싶은 것은 보는 이로 하여금 세월의 무상함 앞에서 무뎌진 영욕을 강요당하지 않게 배려하면서 슬그머니 안겨드는 고졸한 맛 때문이다.
고궁이나 무덤을 봤을 때, 가령 우리가 왕조의..
2004-03-04
대중은 그들로부터 사랑을 받다 일찍 죽은 사람들을 두고두고 아쉬워한다. 돌무덤의 예수 같은 부활을 꿈꾸는지도 모른다. 삼각지에 세워진 ‘돌아가는 삼각지’ 노래비, 그 주인공 배호가 떠난 지 30년만의 ‘배호 가요제’, 또 ‘이중섭 예술제’도 같은 희망에서다.
엘비스..
2004-03-04
단군신화에도 드러나 있지만 원시 공동체사회에서는 비를 관장하는 우사(雨師)가 대단히 중요한 존재였다. 하늘로부터 급수 조절을 담당하는 레인 메이커(rain maker)의 기능을 도맡았던 것이다.
그 흔적의 일부로 강우 주술이 아직 남아 있다. 예컨대 러시아 일부..
2004-03-04
역사를 보면 황당한 일이 많다. 바둑광인 백제 개로왕 이야기도 그 하나다. 고구려 장수왕이 바둑 고수인 승려 도림을 백제에 스파이로 보냈다. 곡절 끝에 개로왕의 대국 상대가 된 도림은 일부러 바둑에 져 주며 환심을 샀다.
고구려는 왕이 바둑으로 날을 지샌다는 둥..
2004-03-04
꽃에는 참 종류가 많다. 에버랜드에 가서 수백만 송이의 튤립을 보고 지레 질린 경험이 있다. 같은 장미만 하더라도 1만5000여종을 헤아린다. 하고많은 꽃 중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꽃을 조사했더니 장미, 국화, 백합, 순이었다.
다행스럽게 무궁화는 7위에 올라있다..
2004-03-04
하루만 행복하려면 이발을 하라. 한 주일을 행복하고 싶거든 결혼을 하라. 한 달을 행복하려면 말을 사고 한 해를 행복하게 지내려면 새 집을 지어라. 그러나 평생을 행복하게 지내려면 정직하라.
이 잠언 같은 영국 속담처럼 정직하면 행복한가. 그리고 정직과 부패는..
2004-03-04
아침에 신문에 끼워오는 광고 전단지엔 시장을 지키자며 탤런트 김을동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녀인 그녀는 김두한의 첫째부인 사이에서 태어났다. 둘째부인 소생 장남 김경민씨는 드라마에 대해 발끈하고 나섰다. “아버님과 관련된 대부분이 왜곡 전달되고 있다”는 것. 또..
2004-03-04
독립신문 창간호 사설에는 똑같은 한글을 가리키면서 언문과 국문, 두 가지로 표현하고 있다. 언문(諺文)은 진서(眞書・한문)에 대해 한글을 속되게 이른 말이다. 이것은 사설의 앞부분(언문=서재필)과 뒷부분(국문=주시경)을 두 사람이 나누어 써서 생긴 현상임에..
2004-03-04
세상 읽기가 힘들어졌다. 카바레의 제비족처럼 손만 잡으면 모든 걸 안다면 어떨까? 그 감촉만으로 상대가 호스티스인지 면도사인지, 재산은 얼마큼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 남들이 ‘예’ 할 때 ‘아니오’ 하는 경지도 광고가 아닌 다음에야 호락호락하지 않다...
2004-03-04
콜라색도 노랗게 바뀌는 시대에 파랑을 봄의 빛, 젊음의 색깔로만 묶어두기엔 너무 아깝다. 오광대에서 봄을 맡은 것도 청제(靑帝)장군이었다. ‘청춘예찬’의 민태원이나 양나라 원제가 아니더라도 푸름은 봄이며 청춘이니 굳이 누가 약동이라고, 활력이라고 가르치지 않아도 저절로..
2004-03-04
체세포를 복제한 동물의 성이 암컷 일색이다. 이런 방식으로 태어난 ‘진이’나 ‘영롱이’, 복제양 ‘돌리’도 암컷이다. 이론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는데 수컷은 황우석 교수 재주로도 아직 못 만든다. 여자는 수명만 긴 게 아니라 복제유전자의 세계에서도 남자보다 세다는 것이..
2004-03-04
SF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있다. 이 중 일종의 생명체인 원형질로 이루어진 것을 앤드로이드라 한다. ‘블레이드 러너’의 인조인간 넥서스가 이것이다. 이 앤드로이드와 기계, 또는 인간과 기계의 복합구성체가 사이보그인데, ‘로보캅’이나 ‘터미네이터’는 여기에 속한다...
2004-03-04
문민정부 말기엔 가상소설이 유행처럼 번졌었다. 아직 기억에 남은 이야기로 ‘불타는 청와대’가 있다. YS의 하룻밤 꿈을 통해 구태의연한 정치행태의 청산을 그린 것이었다. 그래선데 지금 대통령은 이즈음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타래타래 난마같이 얽혀 복잡한 현실정치처럼..
2004-03-04
밀로셰비치 전 유고 대통령이 도망다니다가 잡히는 꼴을 중계방송으로 보니 참으로 권불십년(權不十年)임을 실감하게 된다. 대통령을 안 하면 안 했지, 실정법을 떠나 대통령을 지낸 사람의 무게가 저것밖에 되지 않을까, 의구심마저 들었다.
재임시는 물론 퇴임 후의 행적으로..
2004-03-04
장 피에르 랑탱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실수한다’에는 그냥 지나치지 못할 깊은 통찰이 들어 있다. 합리적 또는 과학적 공리들이 착각이나 실수에서 비롯됐다는 ‘퓨전’ 같은 생각이다.
어리석음은 생명의 씨앗이자 샘이라고 찬양한 이는 에라스무스였다. 그러지 않고서야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