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사슴벌레든 장수풍뎅이든 제대로 알아야 정확한 표현이 나올 것 아닌가. 내가 박제된 몰포나비류에서 색감(色感)을, 파필리오 멤논이라는 나비에서 영감(靈感)을 얻었다면 믿지 않을지 모른다.
나아가 그 곤충들로부터 피타고라스의 삼각형을, 폴리클레이토스의 비례를, 그리고 황금분할(golden section)을 보았으며 더 나아가 그리스와 우주를 보았다면 한낱 글쟁이의 허풍일까?
미가 객관적 속성이었던 시대가 있었다. 그리스 건축가들은 건물 기둥을 만들 때 3 대 4 대 5의 ‘피타고라스의 삼각형’을 이용했다. 그게 단조로우면 신전 기둥의 2분의 2 지점에서 살짝 도들림을 주었다.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의 볼륨은 여체의 곡선에 뒤지지 않다. 수적 비례는 길이를 3분의 1 줄이면 소리가 5도 올라가고 반으로 줄이면 한 옥타브 올라가면서 아름다운 화음을 낳는다.
피타고라스를 위대하다고 여기는 이유는 그가 우주를 거대한 현금(弦琴)으로 보았다는 데 있다. 밤하늘에서 궤도를 따라 나타났다 사라지는 별의 움직임은 곧 연주였으니, 거기에서 우주라는 장엄한 오케스트라의 선율을 들었던 것이다.
우스운 얘기이겠지만, 배꼽티 입은 여성을 볼 때마다 이 황금비를 생각하게 된다. 몸 전체를 황금분할하는 지점이 딱 배꼽인 것이다. 상반신을 황금분할하는 점이 어깨, 하반신을 황금분할하는 점이 코……. 그리스 이래로 이 황금분할을 최고의 비례로 쳤다. 배꼽을 중심으로 한 상체(0.382)와 하체(0.618)의 길이가 이것이다. 건축가 졸토프스키가 측정한 아폴론상도 이와 일치한다.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책이나 담뱃갑, 명함, 엽서의 가로와 세로의 비에 황금비를 이용한다. 주식시장에서 시세의 상승과 하강 주기에 대한 비에도 쓰인다고 한다.
우리가 쇼핑할 때는 부지불식간에 황금비가 반영된 것을 고르게 된다. 눈부신 이 비례관계는 소라고둥이나 꽃잎에서도, 피라미드에 있는 왕의 방에서도, 이밖에 눈(雪)의 결정, 곤충, 물고기 등에서도 관찰되고 있다.
그러면 벌집은 왜 정삼각형이나 정사각형이 아니고 정육각형인가. 꿀벌들은 최대의 각(꼭지점)을 가진 정육각형을 선택했다. 가장 많은 꿀을 저장하기 위해 공간을 아끼겠다는 엄청난 경제의 대원칙인 것이다. 자연 속의 기하학적 도형은 신비로움과 함께 조화로운 미를 느끼게 한다. 인생도 황금률처럼 아름다울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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