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분할

  • 오피니언
  • 문화칼럼

황금분할

  • 승인 2004-03-04 00:00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롯데백화점 샤롯데광장에서 열리는 곤충전을 보고 왔다. 차일피일 미루던 차에 마감이라는 말에 서두른 것이다. 나비박사 석주명의 책과 파브르의 곤충기를 탐독한 아이들도 좋아했지만, 나는 나대로 공부가 됐다.

톱사슴벌레든 장수풍뎅이든 제대로 알아야 정확한 표현이 나올 것 아닌가. 내가 박제된 몰포나비류에서 색감(色感)을, 파필리오 멤논이라는 나비에서 영감(靈感)을 얻었다면 믿지 않을지 모른다.

나아가 그 곤충들로부터 피타고라스의 삼각형을, 폴리클레이토스의 비례를, 그리고 황금분할(golden section)을 보았으며 더 나아가 그리스와 우주를 보았다면 한낱 글쟁이의 허풍일까?

미가 객관적 속성이었던 시대가 있었다. 그리스 건축가들은 건물 기둥을 만들 때 3 대 4 대 5의 ‘피타고라스의 삼각형’을 이용했다. 그게 단조로우면 신전 기둥의 2분의 2 지점에서 살짝 도들림을 주었다.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의 볼륨은 여체의 곡선에 뒤지지 않다. 수적 비례는 길이를 3분의 1 줄이면 소리가 5도 올라가고 반으로 줄이면 한 옥타브 올라가면서 아름다운 화음을 낳는다.

피타고라스를 위대하다고 여기는 이유는 그가 우주를 거대한 현금(弦琴)으로 보았다는 데 있다. 밤하늘에서 궤도를 따라 나타났다 사라지는 별의 움직임은 곧 연주였으니, 거기에서 우주라는 장엄한 오케스트라의 선율을 들었던 것이다.

우스운 얘기이겠지만, 배꼽티 입은 여성을 볼 때마다 이 황금비를 생각하게 된다. 몸 전체를 황금분할하는 지점이 딱 배꼽인 것이다. 상반신을 황금분할하는 점이 어깨, 하반신을 황금분할하는 점이 코……. 그리스 이래로 이 황금분할을 최고의 비례로 쳤다. 배꼽을 중심으로 한 상체(0.382)와 하체(0.618)의 길이가 이것이다. 건축가 졸토프스키가 측정한 아폴론상도 이와 일치한다.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책이나 담뱃갑, 명함, 엽서의 가로와 세로의 비에 황금비를 이용한다. 주식시장에서 시세의 상승과 하강 주기에 대한 비에도 쓰인다고 한다.

우리가 쇼핑할 때는 부지불식간에 황금비가 반영된 것을 고르게 된다. 눈부신 이 비례관계는 소라고둥이나 꽃잎에서도, 피라미드에 있는 왕의 방에서도, 이밖에 눈(雪)의 결정, 곤충, 물고기 등에서도 관찰되고 있다.

그러면 벌집은 왜 정삼각형이나 정사각형이 아니고 정육각형인가. 꿀벌들은 최대의 각(꼭지점)을 가진 정육각형을 선택했다. 가장 많은 꿀을 저장하기 위해 공간을 아끼겠다는 엄청난 경제의 대원칙인 것이다. 자연 속의 기하학적 도형은 신비로움과 함께 조화로운 미를 느끼게 한다. 인생도 황금률처럼 아름다울 수 없을까?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