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상(盤上)의 정치

  • 오피니언
  • 문화칼럼

반상(盤上)의 정치

  • 승인 2004-03-04 00:00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역사를 보면 황당한 일이 많다. 바둑광인 백제 개로왕 이야기도 그 하나다. 고구려 장수왕이 바둑 고수인 승려 도림을 백제에 스파이로 보냈다. 곡절 끝에 개로왕의 대국 상대가 된 도림은 일부러 바둑에 져 주며 환심을 샀다.

고구려는 왕이 바둑으로 날을 지샌다는 둥 수시로 거짓말을 보태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얼마 후 고구려 정황을 살피고 온다며 떠난 도림의 보고에 따라 장수왕은 군사를 일으켰다.
“고구려 왕과 바둑 시합을 벌이십시오. 제가 가르쳐 주신 대로만 두시면 문제 없습니다.”

도림의 거짓 편지에 놀아나 바둑에 정신팔린 개로왕은 질풍같이 밀어닥친 고구려 군사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붙들려 아차성 아래서 목이 잘렸다. 그때 한강 유역의 기름진 땅도 몽땅 빼앗겼음은 물론이다.

바둑만 두다 나라를 망친 극단적인 경우다. 김종필이 바둑대회에서 언급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바로 이럴 때다. 매사 지나치면 모자람만 같지 못하다.

근래의 바둑 열기는 인터넷 세상에도 그 접속률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국회에선 ‘바둑, 올림픽으로 가는 길 가능한가’를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바둑의 체육 편입 및 올림픽 상륙의 당위성이 거론되는 마당이다. 더욱이 바둑은 건망증을 막는, 매우 유용한 두뇌 스포츠다.

정치인 가운데 바둑 애호가가 많다. 국회의원 권한대행을 지낸 원로 정치인 민관식은 팔순 노구에도 코트에 서는 노익장(老益壯)이다. 오로지 평생 바둑을 두기 위해서란다. 그의 호를 딴 테니스대회가 지금도 열린다.

김종필도 바둑을 무척 즐긴다. 그의 아호를 넣은 ‘운정(雲庭)배 바둑대회’는 대회 자체보다 김종필・이인제 회동에 더 무게가 실렸다. 기대했던 수담(手談)은 불발인 대신 걸쭉한 입담만 남겼다. “8급이 1급짜리 훈수하더라.”(김종필・아마 1급), “실력이 낮을수록 훈수를 못 참는다.”(한화갑・한국기원 총재), “이세돌 같은 젊은 아이에게 못 당하는 건 집중력 탓이다.”(이인제・아마 5단)

특히 김종필씨의, 도자기보다 어려운 ‘사람 감정(鑑定)론’, 면도사(생명과 직결되므로)와 관상인(배반자를 미리 가리려고)을 대동한 서양의 왕 이야기는 압권이었다.

그런데 오찬 중 김・이 두 사람이 한마디 말을 건네지 않은 것, 그리고 자리 배치(김종필―한화갑―이인제)를 두고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는다. 거기에 담긴 함의(含意)는 뭔지, 단순히 신선놀음에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속담풀이인지, 나 같은 하수가 알 턱이 없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