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이소룡

  • 오피니언
  • 문화칼럼

사이버 이소룡

  • 승인 2004-03-04 00:00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대중은 그들로부터 사랑을 받다 일찍 죽은 사람들을 두고두고 아쉬워한다. 돌무덤의 예수 같은 부활을 꿈꾸는지도 모른다. 삼각지에 세워진 ‘돌아가는 삼각지’ 노래비, 그 주인공 배호가 떠난 지 30년만의 ‘배호 가요제’, 또 ‘이중섭 예술제’도 같은 희망에서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로큰롤, 컨트리, 가스펠 등 3대 장르에서 명예의 전당에 등재된 진기록도 그런 추모의 정에 힘입는 바 크다. 어느 곳의 ‘요절과 숙명의 작가전’에선 17인의 존재를 환기시켰다.

참으로 옛날 이발소 벽에다 걸렸을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만고의 명언이다. 허균의 여동생인 난설헌 허초희는 26세의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사후에 나온 213수의 시로 조선조의 여성 시인이 됐다. 둘 다 37세로 죽은 프랑스 시인 랭보와 우리의 천재 이상, 35세의 모차르트…….

그리고 브루스 리로 불렸던 홍콩의 이소룡이 있다. 할리우드가 밀려오고 성룡의 코믹 액션이 밀려오기 전까지 그가 주연한 ‘정무문’, ‘용쟁호투’, ‘당산대형’ 등 무협영화는 실로 우리를 열광시켰다. 그에게 태권도를 가르친 이준구 사범이 같은 한국인이란 게 못내 자랑스러웠다. 청소년기에 나는 그가 입던 옷을 맞춰 입고 그의 무술을 흉내냈으며 그처럼 복근에 왕(王) 자가 새겨지는 운동을 하려고 용을 썼다. 쌍절곤을 돌리다 스스로 뒤통수는 얼마나 맞았던가.

진작에 유하는 산문집 ‘이소룡세대에 바친다’를 냈으며 은희경은 ‘마이너리그’에서 긴급조치, 월남패망, 교련실기대회, 임예진, 휴거 등과 함께 당대의 우상으로 이소룡을 열거했다. 아마 ‘부활 이소룡’이라는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아는 젊은 친구들이라면 구태여 아버지나 삼촌에게 묻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그는 한국이 무대인 ‘사망유희’를 준비하다가 33세에 급사했다. 그런 이소룡의 부활 소식에 우선 반갑다. 신씨네가 만든다는 ‘드래곤 워리어’는 죽은 배우를 주연으로 쓴 최초의 영화라고 세계 영화사에 한 줄 남을 것 같다.

잘만 하면 이소룡이 한국배우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 방식은 배우를 캐스팅해 찍은 뒤 몸동작(모션 캡처)과 얼굴 표정을 재현(페이셜 트래킹)하는 기법을 이용하는 것이다. 여기에 맞상대인 실제 연기자의 모습을 합성하는 데 그 마무리는 할리우드에서 한다.

모두 65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되며 2004년에나 개봉된다니 차분히 기다려야겠다. 무협이 문화 전면에 끼어든 작금의 추세를 빌려 성공을 점치고 싶다. 생전에 ‘두루미의 둥지'라고 아끼던 이소룡 저택이 ’러브호텔‘로 변했다 해서 쓰린 가슴이 조금은 달래진다. 그나저나 이소룡 흉내내기를 멈추지 않을 걸 잘못했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주인공도 바뀌었을지 모르는 일 아닌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