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묘사한 731부대 전경을 좀더 들여다보자.
‘일본 관동군 제731부대 죄증 진열관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는 진열관은 고등학교 한쪽을 막아서 차려 놓은 것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세 곳으로 나뉘어서 각종 기구가 진열되어 있고, 벽에는 당시의 사진 자료들이 확대되어 있었다.…… 비교적 살이 찌고 말쑥한 모습의 피해자 사진도 있었다. 사진 밑 설명의 한 글에는 실험당하기 전에 잘 먹여서 살을 찌웠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관동군 731부대. 일본군의 세균전 부대였다. 한국인, 중국인 등을 대상으로 페스트와 유행성출혈열 등 각종 세균의 생체실험을 했던 곳이다. 뿐만 아니라 원심분리기 사용, 밀폐된 방안의 공기 빼기 등 입으로 형언할 수 없는 실험들이 자행됐다. 최근에는 한국인이 생체실험 대상자인 ‘마루타’로 이용된 사실이 기록과 사진을 통해 확인되기도 했다. 흑룡강인민출판사가 간행한 ‘일군 731부대 죄악사’(한효, 신배림 공저)에도 이 마루타 수용소인 특별감옥에 수감된 사람 중에 “조선인도 있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그날의 마루타는 30살쯤 된 금발의 러시아 여인과 3살 난 그의 딸이었다. (중략) 이때 가스가 천장에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여인은 딸의 고개를 바닥에 밀어붙이고 작은 체구를 한껏 벌려 감싸는 등 청산가스의 마수로부터 딸을 보호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허사였다.” 소설이 아니다. 유리방 밖에서 모녀 마루타에 대한 독가스 실험을 지켜본 실제 731부대원의 증언인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 부대 시설에 대해 세계유산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그곳은 원자폭탄이 처음 투하된 일본 히로시마의 원폭 돔, 나치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이은 세 번째 2차대전 관련 유적이 될 것이다.
아산 영인산 휴양림에 마루타 영화 ‘푸시케’ 세트장과 마루타 박물관이 들어서 서울의 한 기업인이 수집한 생체해부대, 고문틀 등 1000여점의 마루타 유물이 전시된다고 한다. 박물관 예정 부지에서는 역사교과서 왜곡 규탄대회 및 731부대 유물 기증식을 갖기로 했다. 제대로 추진되어 이곳이 중국 현지 731부대와 함께 인류의 잔혹성과 반문명성을 널리 알리고 경계하는 산 역사 교육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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