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잠언 같은 영국 속담처럼 정직하면 행복한가. 그리고 정직과 부패는 어떤 변수로 작용하는가.
한국 부패지수가 10점 만점에 4.2점, 세계 92개 조사국 가운데 42위로 나왔다. 같은 아시아권의 싱가포르(9.2점, 4위), 홍콩(7.9점, 14위), 일본(7.1점, 21위)에 한참 뒤처진다. 가장 깨끗한 국가군인 핀란드(9.9점, 1위), 덴마크, 뉴질랜드, 아이슬란드, 스웨덴과 비교할 때는 턱없이 초라하다.
이것은 어이없게도 하루 전 ‘리더스 다이제스트’의 우쭐함을 짓뭉개고도 남는다. 사람 왕래가 잦은 곳에 떨어뜨린 돈지갑에 대한 회수율 체크 실험이었다. 결과는 노르웨이나 덴마크(100%)가 1위였으며 한국(70%)은 호주, 일본과 나란히 공동 4위를 마크함으로써 모처럼 미국(67%)를 앞질러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제외한 다른 유럽국가보다 낫다는 것이었다.
통계숫자의 허구성을 감안해도 불과 하루만의 반전에 입맛이 영 깨끔찮다. 부정직과 부패는 별개가 아니라 의좋게 호형호제하며 짝자꿍이를 놓는 것 아니던가. 이때 찰떡궁합으로 바늘과 실처럼 따라붙는 게 금품일 것이다. 이런 수작에만 도가 트여 영악한 사람이 출세하는 것은 비뚤어진 사회구조 탓이지 그게 정의이거나 하느님이 보우해서가 아니다.
임오군란 때 충주로 피신한 명성황후의 밥상에 펄쩍펄쩍 뛰는 물고기를 바쳐 고속 출세한 을사오적의 이근택이 그 전형적인 인물이다. 개중에는 경북도청 아무개 직원처럼 출장갔다가 당시 150원짜리 냉면 한 그릇 얻어먹은 죄로 관폐 공무원으로 지목돼 옷을 벗은 일도 있다.
부정직한 돈은 사회를 도덕 불감증에 빠뜨린다. 돈이 발언하면 다른 모든 것은 침묵한다는 말은 돈이 전부란 뜻으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 마른 고기는 물리치고 필묵은 받은 것을 의아히 여긴 제자에 대해 “가벼운 걸 받아서 절교하지 않을 뜻을 보이고 중한 걸 물리쳐 그 사람의 잘못을 깨우친 것”이라는 퇴계의 가르침은 지금도 현실의 보감(寶鑑)이 되기에 족하다.
왜 위정자들에게서 공정한 판관을 기대하기 어려운가. 부패한 까닭이다. 왜 대통령이 개혁을 외쳐도 장관들은 웃고만 있는가. 정직하지 않은 까닭이다. ‘선정(善政)은 정직한 사람이 무참한 꼴을 당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 시오노 나나미가 트라야누스 로마 황제의 정직에 바친 평가는 오늘 우리에게도 해당되는 치세, 그리고 처세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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