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2004-03-22
신문 경제면에 나온 모델들의 과장된 긴 다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백화점의 스타킹 패션쇼 사진이었다. 패션가에서는 일찍부터 미니 스커트와 스타킹의 부상을 예고한다. 여성들이 스타킹을 신을 때마다 선망이 되는 '다리'가 있다.
세계에서 다리가 가장 긴 모델인 체코 출..
2004-03-22
일본 남자들은 예쁜 한국 여자들을 좋아하고 일본 여자들은 정의로운 한국 남자들을 좋아한다는 '뉴스위크'의 지적은 일부 옳다. 저 란제리 패션쇼를 보고 패션쇼 속의 여인처럼 속이 시원히 비치지 않는 일본인이 생각난다.
"과거 양국간의 불행했던 역사를 감정적인 차원에..
2004-03-22
우리 교과서에 새로 실린 어떤 글이 유난히 인상 깊게 읽힌다.
초등학교 4학년 교과서 '생활의 길잡이'와 중학교 1학년 도덕 교사용 지도서에 소개된 오토다케 히로타다(乙武洋匡)의 '오체불만족'이 그것이다. 그가 일본인이면 어떻고 한국인이면 어떤가. 일본열도뿐만 아..
2004-03-22
외신의 두 기사가 눈길을 끈다. 하나는 오거스타 골프장의 성차별을 이슈화한 것이다. 흑인 운동가 제시 잭슨 목사와 미국 여성단체들이 여기에 가세하고 있다. 타이거 우즈는 "오거스타에도 여성 회원이 있어야 한다"면서도 애매하게 중립을 선언했다.
다른 하나는 홍콩에..
2004-03-22
우미관의 '조직'이건 궁중이건 상전에 대한 복종심을 보면 부끄러울 때가 있다. 그러한 복종이 정당하다거나 부러워서가 절대 아니다. 그냥,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세태에 대한 반성이자 회의라고 해두자.
조선왕조 마지막 상궁인 성옥염 상궁이 생각난다. 김명길, 박..
2004-03-22
"책은 소년을 유혹하고 노년을 즐겁게 하며 무료함을 달래며 모든 번뇌를 잊게 하며 걱정과 정욕을 누그러뜨리고…… 용기를 준다."
회사 엘리베이터에 씌인 문구인데 오랜만에 공감하는 문구다. 사실 나는 스무살 이후로 잠언을 잘 믿지 않았다. 한때는 이른바 '사상집'에..
2004-03-22
경이로운 세상이다. 가상현실 속 이성과의 사랑은 영화 아닌 현실의 일이 됐다. 실제로 결혼 6년차인 남자가 여대생과 인터넷상에 각각 분신(아바타)을 만들어 살림을 차리고 동거하는 '이중생활'을 즐기다가 들통나서 끝내 현실의 아내와 이혼한 경우가 있었다.
컴퓨터와 인..
2004-03-22
극장가에 10대, 20대, 70대의 성을 주제로 한 영화가 나란히 걸렸다. 중학생들의 성적 성장기를 다룬 '몽정기', 대학생들의 질펀한 섹스 코미디인 '색즉시공', 노년의 성과 사랑을 다룬 '죽어도 좋아'가 호형호제하며 박스 오피스를 점거하고 있다. 영화도 섹스도 레저..
2004-03-22
"나체가 되면 의사소통할 수 있다. 우리에게 음란한 느낌을 주는 이 비밀스런 길 때문에 육체는 연속성에 열려 있다." (프랑스 사회학자 조르주 바타이유) "예술이 에로티즘에 집착하는 이유는 의사소통 때문." (예일대 석좌교수 피터 브룩스) "예술은 정숙하지 않다. 정숙..
2004-03-22
문치빈 대전시무용협회장과 차를 마시는 중에 어느 한쪽만 쓴 나머지 다른 한쪽은 불균형한 예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확실히 특정 기능만 주로 쓰는 댄스스포츠 선수, 한쪽 팔이 긴 야구선수들을 봐도 그렇다. 조각상을 보면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
2004-03-22
나이를 먹어간다는 징후일까? 한낱 미신으로 치부하던 하찮은 것들이 귀하게 여겨지며 우연만도 못한 인연일지라도 챙기고 싶어진다.
밤늦은 시간, 아는 이가 보잔다. 동갑내기인 그가 치는 모처럼만의 통기타가 반갑고 희미하게 웅얼거리는 '사랑하기 때문에'는 더 반가웠다..
2004-03-22
이맘때 누구나 한번쯤은 암송했을 시가 있다.
시몬 나뭇잎으로 구르는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이 시를 쓴 구르몽은 필화(筆禍)를 겪고 병고에 신음하다 요절했다. 필화 얘기를 꺼내자..
2004-03-22
저번에 쓴 '개갈 안 나게 생긴' 개암나무 얘기는 순수한 의미로 소수자(마이너리티), 일반 서민, '지방사람들'을 대입시킨 것이었다. 말인즉 '밭머리에 우듬지를 가지런히 하늘로 뻗은 채 우뚝 서 100년 저쪽의 역사까지 증언하고 있는 꾸지뽕나무' 같은 존재를 염두에 두..
2004-03-22
25년째 읽고 있지만 덜 읽은 책이 있다. 선친이 사 주신 '노벨상문학대전집'. 볼륨으로나 내용으로 보나 그야말로 대전집이다. 지금도 본가에 가면 읽는데, 읽다가 졸리면 그걸 베고 잠이 든다.
부피도 목침 높이로 두툼해 적격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가와바다 야스나..
2004-03-22
정신의 가장 발달한 성감대가 예술이라던가. 지금 미국 뉴멕시코 주의 산타페 세계민속박물관에는 비키니를 입은 성모 마리아가 전시되고 있다고. 이것을 보니 장 푸케의 젖 먹이는 '성(聖)모자상'이 연상된다. 모델은 프랑스 국왕 샤를르 7세의 애첩인 아네스 소렐. 화가는 성..
2004-03-22
한국노인문제연구소 강지현 박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하철 안이었다. 나는 다짜고짜로 물었다. "강 박사님, 지금도 노인 문제의 절반이 성이라는 소신엔 변함이 없으신가요?" 그러자 강 박사가 "그런 말 한 적 없는데요. 누가 그럽디까?"라며 펄펄 뛰었다. "어? 분명히..
2004-03-04
일본 교과서 왜곡은 시정돼야 마땅하지만 우리 교과서의 난맥상도 기필코 손질해야 한다. 일제는 한반도를 집어삼키기 전에 벌써 한국사 연구를 끝내고 식민주의사학의 토대를 만들었다.
해방 반세기를 훨씬 넘기도록 우리는 주로 지리적 결정론, 사대주의론, 문화적 독창성론..
2004-03-04
장관 자리가 많이 바뀌었다. 개각을 앞두고 교체 대상에 오르내린 일부 장관들은 실세들에게 줄대기를 하는 등 안간힘을 쓴 흔적들이 감지된다. 부인들까지 발을 동동 굴렀을 것이다. 이런 모습들을 보니 조선 선조 때 학자 미암 유희춘이 생각난다.
미암은 오늘날의 장관..
2004-03-04
죄송하지만 화투의 비 스무끗짜리를 한 번 보시기 바란다. 우산 쓴 선비가 수양버들 가지를 향해 펄쩍 뛰어오르는 개구리를 바라보는 그림일 것이다. 이 ‘우중(雨中) 영감’은 실제 주인공이 있다. 10세기 무렵 일본 헤이안(平安)시대의 오노 도후(小野道風)란 명필이다...
2004-03-04
월드컵 때 응원가로 붉은 물결을 들끓게 했던 남한 ‘놀새떼’(윤도현의 표현, ‘놀새’는 북한식 오렌지족) 윤도현밴드가 평양 무대에 섰다. 며칠 앞서 열린 이미자의 ‘평양 동백 아가씨’ 공연에 이어 동평양대극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는..
2004-03-04
한번은 집에서 흙으로 코끼리를 빚어 플라스틱으로 ‘상아(象牙)’까지 붙였다. 운 좋게 잘 만들었다 싶은 생각이 드는 순간, 가족들이 “너무 진짜 같아” 무섭다고 이구동성이어서 밤중에 내다 버린 일이 있다.
사실성의 한계와 기준에 대한 물음에 직면할라치면 그때 일을..
2004-03-04
누가 젊은 베르테르의 고뇌를 모르고 어찌 청춘을 안다고 할 수 있으랴! 소설 속에 나온 찻잔이 유행했던 건 황신혜 머리핀의 유행처럼 자연스럽다. 친구의 약혼녀인 샬로테 버프를 향한 베르테르의 열정을 흠모한 젊은이들이 베르테르의 푸른색 코트, 노란색의 짧은 바지를 즐겨..
2004-03-04
카드놀이에서 하트와 클로버, 스페이드와 다이아몬드가 여러 장이지만 조커는 딱 한 장이다. 많은 철학 유파들이 다투어 자기네들의 원조(元祖)로 모셨으며 철학 때문에 죽었던 소크라테스야말로 진짜 ‘조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알다시피 마음만 먹으면 도망칠 수 있..
2004-03-04
해무(海霧). 남해의 부유스름한 안개를 떠올리게 한다. 하도 ‘예고된 적이 없는 새로운 세계의 출현’이라기에 밤을 꼬박 새워 ‘칼의 노래’ 두 권을 읽고 난 감상이다. 언론인 출신 김훈은 작법도 문체도 묘한 이 작품으로 이번 동인문학상을 받았고 5000만원의 상금을 거..
2004-03-04
판사들도 미인을 죽인 피고에겐 무거운 형량을 선고한다든지(랜디와 애론슨의 실험) 선생님들이 예쁜 아이들을 더 귀여워하는 건 실험에서 밝혀졌다.(다이언의 실험) 굳이 실험을 통하지 않더라도 그 무시 못할 후광효과를 누구나 잘 안다.
기이한 점은 미인이 절도죄 등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