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다시피 마음만 먹으면 도망칠 수 있었고 사면을 청하거나 망명 의사만 가졌어도 살았다. 그러나 그랬더라면 소크라테스가 아니다. 그에겐 법과 양심이 목숨보다 소중했기에 친구들 앞에서 초연히 독배를 마셨던 것이다. ‘악법도 법이다’를 되뇌며…….
길거리에서 교통단속을 하는 경찰관을 보았다. 의경(義警)인 듯했다. 단속에 걸린 시민이 왜 저 사람은 잡지 않느냐며 다른 위반자를 가리켰다. 곁의 순경이 그 경황에 ‘토끼몰이’ 얘기를 하자 그 젊은 시민은 그런 건 모른다고 했다. 그때 저쪽에서 경장인지 경사인지가 다가오더니 “하여튼 법규를 어겼으니 딱지를 끊어야 한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
다음은 이회창의 전성기에 내 노트에 끄적여 놓은 글이다.
그로부터 며칠 후―. 이회창이 오랜만에 기자들에게 자택을 개방하면서 자신의 ‘법철학’을 ‘강의’했다. 법과 원칙, 자연법과 실정법의 연계성이나 차별성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그는 경찰관의 자의적인 단속을 예로 들며 “이는 불공정하고 정의롭지 못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자의적인 단속이라도) 처벌은 불가피하며 실정법에서는 정의롭지 않더라도 법은 법이라고 역설했다. 다른 한편으로 “골라잡는 경찰관도 처벌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는데, 법과 원칙에서 추구하는 가치는 정의이고 정의의 본질은 페어니스(fairness․공정)라는 논리였다.
바로 그 며칠 전―. “정의로운 법만이 법이며, 정의롭지 않은 법은 이미 법이 아니다.” 얼른 듣기엔 ‘악법은 법이 아니다’라는 뉘앙스를 풍긴 그의 말에 대해 ‘거꾸로 된 법의식’이라고 상대 진영에서 비판한 건 다 아는 사실이다. 이회창은 예의 자택 ‘강의’에서 그러나 “악법도 법”이라며 저간의 논란에 쐐기를 박았다 한다.
법률을 범하여도 그녀(법률)는 소리를 치지 않는다고 누가 그랬더라?
“그렇다면 내 말을 들어 보게. 지금 우리가 승낙을 받지 않고 여기서 빠져나간다면, 우리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게 되지 않겠는가? 게다가 무엇보다도 해를 끼쳐서는 안될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일이 되지 않겠는가?”
2400년 전, 소크라테스가 소꿉친구 크리톤에게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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