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붓글씨 연습이 싫증난 그는 우산을 쓰고 뜰 앞에 나왔다가 개구리가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 수양버들 가지에 뛰어오르는 걸 보고 깨달은 바 있어 피나는 수련으로 일본 최고의 명필이 되었다. 이런 어마어마한 교훈이 담긴 그림이다.
나는 화투를 과히 좋아하지 않지만 이 화투짝의 교훈만은 아낀다. 어째서 도공은 자기가 빚은 도자기를 아낌없이 깨뜨리는가. 더 좋은 도자기를 빚기 위해서다. 40장의 원고를 쓰려고 1600장의 파지를 내는 “노력의 천재”(작가 이외수가 스스로를 지칭한 말)의 ‘노력’을 좋아한다. 송나라의 문장가 소동파도 ‘적벽부’를 쓰면서 무려 한 바구니의 파지를 냈다.
454g의 꿀을 얻기 위해서 벌통과 꽃 사이를 3만7000번이나 왕래해야 하는 꿀벌의 노동은 그저 본능일 뿐인가. 1초에 200번씩 날개를 쳐야 하는데 말이다. 200만개 이상의 대구 알에서 새끼로 남는 것은 고작 5개에 지나지 않는다. 에디슨은 수만 번의 실패를 수만 번의 성공으로 환치시켰다.
진주조개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눈물겹기까지 하다. 한 알의 모래알을 진주로 키우기까지, 그 아픔의 결정(結晶)인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조개류는 10만3000종으로 알려져 있다. 진주가 생기는 조개는 약 1만5000종, 이 가운데 보석의 가치를 지니는 진주가 되는 조개는 약 1300종이다.
하나의 진주를 만들자면 5년에서 10년까지 이물질과의 싸움에서 고통을 참아내야 하며, 이를 잘 견디는 조개만이 진주를 만들 수 있다. 조개 속의 모래는 부드러운 속살을 이리저리 긁고 찌르지만, 그럴 때마다 조개는 체내에서 분비액을 내서 아픔을 주는 모래를 감싸는 것이다. 모래의 그 모난 부분들이 모두 감싸졌을 때 비로소 다시는 찌르지 않는 아름다운 진주가 된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사람의 힘으로 조개껍데기 같은 미세조직까지 만들게 됐다. 도자기보다 단단한 인공 조개껍데기가 곧 나올 모양이다. 조개 속에 인공핵을 삽입하여 어렵잖게 양식진주를 만들고 갈치 비늘을 넣어 만든 모조진주가 있지만 그 가치가 천연진주에 미칠까?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 다가온다. 가만히 그냥 둘 걸 공연히 세월을 재촉했나 보다. 수험생의 심리는 언제고 똑같은 성싶다. 땀나는 뇌(腦)가 팬티에 그려진 합격기원용 상품이 나왔다 한다. 뇌에 땀나도록 공부하라? 그토록 치열하게 살 수 있는 것도 행복이라면 행복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