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다리가 가장 긴 모델인 체코 출신의 아드리아나 테스. 이탈리아 스타킹 회사에서 모델로 활동한 그녀는 키 183cm에 다리 길이가 무려 126cm에 이르는 '롱다리'이다. 각선미의 여왕인 나디아 아우어먼의 115cm를 능가하고도 남는다.
다리, 여성의 긴 다리에는 욕망과 금욕이 공존한다. 지구상 어디를 가든 여성에게 다리를 벌리고 앉거나 서도록 가르친 문화는 거의 없었다. 바지가 유행하기 전까지는, 또 섹시함이 생명인 모델이나 배우는 예외로 하고 말이다.
여자가 다리를 벌리고 서서 치마로 빗방울을 받는 수자원 관련 공익광고가 외설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다. 우리처럼 봄가뭄이 심한 일본에서 있었던 일인데, 벌어진 두 다리가 도발적인 유혹의 신호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아프리카 어느 족속은 치마 길이가 짧은 관광객은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한다. 음욕을 일으키는 가장 아름다운 부위가 다리라는 관념에서다. '글래머'지에 따르면 남성은 여성이 미소지을 때가 가장 섹시하다고 응답했다지만, 어느 조사를 막론하고 다리가 섹시함의 상위 순번을 차지한다.
우리 나라 여성들의 장딴지 근육 제거 수술이 처녀막 복원과 나란히 미국 월스트리트의 비웃음을 산 때가 불과 얼마 전이다. 날씬한 다리를 위해서라면 미국에서조차 꺼리는 장딴지 제거 수술을 서슴없이 하는 꼴이 그들 눈에 신기하게 비친 것이다.
우리 고전에도 이마를 넓게 보이려고 머리카락을 뽑는다든지 눈썹을 가는 버들 같은 여덟 팔(八)자로 고쳤다는 얘기가 등장한다. 이러한 기질적인 관습에다 미에 대한 맹신이 극단적인 성형수술 붐에 일조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여성들이여! 날씬한 다리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에드가 드가의 '욕조를 넘어서는 여자', 카미유 봉브와의 '팔을 든 나부'의 다리는 풍만하면서도 눈부시다. 검게 그을린 정구 선수의, 스타킹을 신지 않은 다리에서도 풋풋한 건강미가 넘친다. 꿈꾸는 듯한 시선을 가진 독일 배우 마리네 디트리히는 앞서의 나디아를 제치고 세계 최고의 다리로 공인받았다. 그런 그녀가 남긴 말은 천만 뜻밖이면서 의미심장하다.
"남자는 자신에게 관심을 갖는 여성에게 마음이 끌린다. 그러므로 내가 아무리 아름다운 다리를 가졌다고 해도 그것으로 남자의 흥미를 끌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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