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한 점은 미인이 절도죄 등 매력과 무관한 일을 저지르면 죄가 가벼워지다가도 그 매력을 이용해 남을 농락했거나 사기를 쳤을 경우 더 많은 형량을 받는 수가 있는 현상이다.(시걸과 오스트로브의 실험)
황수정도 이런 ‘후광효과의 역작용’ 케이스에 속한다. 청초하고 단아한 이미지로만 뭉친 그녀의 마약 복용 파문은 사이버브랜드 증권시장인 브랜드스톡에서 그녀가 모델로 나온 모 백화점 주가의 하락폭을 상장 브랜드 중 가장 크게 만들었을 만큼 파장이 컸다. 실제로 체감하는 충격은 그 이상이었다.
이번 일로 노소를 아우르는 황수정의 두터운 팬층을 재확인했다. 일부의 서슬이 푸른 시각도 있지만 ‘연민의 정’이 압도적인, 그러니까 그녀는 만인의 연인이었다. 금새 “언니가 불쌍하다”며 울상인 여중생, “남자를 잘못 만나서……”라며 변호하는 이웃 아주머니를 봐도 그렇다.
직접 만났거나 통화한 몇몇 인사들의 반응도 대체로 엇비슷하다. 중리중학교 한희봉 교장은 “법을 어겼거나 도덕성의 문제가 있다면 마땅히 죄를 묻고 비판 받아야겠지만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청순미의 대명사’인 그녀를 아쉬워하는 한편, 너무 상품화로 치닫는 여론을 경계했다.
사실이다. 여배우가 이 닦는 모습까지 알 권리라는 이름으로 방송을 타는 세상이지만 그녀도 지나치게 발가벗겨졌다. 참한 며느리, 이상적인 아내감 0순위로 꼽힌 그녀에게 ‘속았다’며 일말의 배신감까지 갖는 사람도 꽤 있다. 어쩌면 우리가 속은 건 상업주의가 만든 허상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유머라곤 쥐뿔도 없는 정치권에 질려 뭔가 짜릿한 뉴스를 고대하고 있지나 않았는지.
그러나 조심할 것이 있다. 그녀가 공인(public figures)으로 분류되든 아니든 특수 상황에 처했다고 해서 논리적으로 ‘우물에 독약을 뿌리는 오류’, ‘논점에서 벗어나는 오류’에 빠지진 말아야 하겠다는 점이다. 사실이지 대중 사회는 이미지와 실체의 괴리가 너무 심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그리고 ‘예진 아씨’를 아끼는 한 사람으로서 좋은 글감임에도 쓰기를 차일피일 미뤄왔다. 그럴수록 주변에서는 황수정을 좋아하지 않느냐며 부단히 대답을 다그치고 있었다. 정작 그녀가 호박씨를 또는 수박씨를 깠건 그걸 통째로 털어 한 입에 넣었건, 진실은 법의 판단에 맡기고 ‘황수정 죽이기’를 그만 멈추자고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이렇게 미진하고 군색할 바엔 끝까지 쓰지 말 걸 그랬다. 아무리 곱씹어도 아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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