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특정 기능만 주로 쓰는 댄스스포츠 선수, 한쪽 팔이 긴 야구선수들을 봐도 그렇다. 조각상을 보면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야 해부학적으로 왼쪽 어깨가 약간 들려 올라가 편안하다. 고통을 표현하려면 오른쪽으로 돌리게 하면 된다. 심장에 부담이 가는 자세이기 때문이다.
정치계에 3김이라면 야구계엔 3이가 있다. 이상훈, 이승엽, 이종범 등 올해 돈을 가장 많이 번 야구선수는 모두 왼손잡이다. 우연의 일치일지라도 공교롭다. 국내 성인인구의 4.5∼6.2%(어린이는 17%)가 왼손잡이라는 통계청 데이터에 비춰볼 때 야구 쪽은 '좌완' 천국인 것 같다. 자신이 왼손잡이인 대전도시개발공사 소속 펜싱 선수 김영호는 "펜싱의 경우 왼손잡이 선수는 상대와의 순간거리를 가늠하는 데 매우 뛰어나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왼손잡이에는 노력형보다 천재형이 많다. 이들이 주로 쓰는 오른뇌는 시각·감성·공간적 사고에서 앞선다. 인류의 조상은 어땠을까? 우리 앞에 화석으로 모습을 드러낸 유인원 오스트랄로피테쿠스도 오른손잡이였다. 그렇다고 인류의 조상이 모두 오른손잡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오류다.
어쨌든 이 아프리카 화석 속 주인공의 손에 죽은 비비원숭이들의 두개골에 난 상처 부위가 하나같이 앞머리 왼쪽 혹은 뒷머리 오른쪽에 있었다. 도망치거나 달려오는 비비를 오른손으로 후려갈겼음을 말해주는 흔적들이다.
왼손잡이들은 자동차 시동을 걸거나 컴퓨터 마우스 작동시 불편하다. 가위질도 힘들다. 이들을 위한 왼손잡이용 가위가 선보였다. 또 왼손잡이 주부들을 위한 칼, 뒤집게, 국자, 깡통따개, 왼손으로 들었을 때 눈금이 바로 보이는 계량컵이 만들어졌다. 학용품도 눈금이 왼쪽부터 시작되는 자와 줄자, 왼손으로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려야 깎이는 연필깎이가 나왔다.
일본의 기타무라 겐지는 정영경(正映鏡)이라는 '바로 비추는 거울'을 만들었다. 일반 거울 두 장과 투명유리 한 장을 세모로 짜맞춰 허상을 실상으로 되돌리는 원리를 이용했다. 왼손잡이가 비로소 왼손잡이로 보이는 거울이다.
'디스커버'라는 잡지의 최신호는 오른손잡이라도 왼손을 묶어두고 글씨를 쓰면 20%나 속도가 느리다는 연구 결과를 실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듯한 손이 무언의 협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왼손잡이는 소수자 배려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국회에서도 왼손잡이를 위한 법을 만든다더니 잠잠하다. 선거가 끝나야 뭐가 돼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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