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 대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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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드 대소동

  • 승인 2004-03-22 00:00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나체가 되면 의사소통할 수 있다. 우리에게 음란한 느낌을 주는 이 비밀스런 길 때문에 육체는 연속성에 열려 있다." (프랑스 사회학자 조르주 바타이유) "예술이 에로티즘에 집착하는 이유는 의사소통 때문." (예일대 석좌교수 피터 브룩스) "예술은 정숙하지 않다. 정숙한 예술은 예술이 아니다." (화가 파블로 피카소) "누드는 순수에의 회귀다." (소설가 마르시아스 심)

누가 뭐라고 했건, 누드가 욕망의 상징이란 생각을 털끝만치도 없이 털어내고 육체를 육체로만 돌려놓을 수 있다면 완벽한 도인의 경지이리라. 사실, 자신의 나신을 동호회원들과 나눠 보는 숫기 좋은 세태에서 그 기준 설정은 좀 애매한 측면이 있다.

그리고 첫 누드사진으로 기록되는, 30년대 기생의 벗은 뒷모습을 찍었을 때와 지금은 엄청난 갭이 있다. 16세기에 리돌프 갈란디요의 '사랑에 빠진 비너스'는 음란을 이유로 19세기초 한 무명화가가 옷을 입혔다. 20세기말 이탈리아에선 이 그림의 겉옷을 벗겨냈다. 벌거벗은 비너스가 화살을 잃은 큐피드와 키스하는 눈부신 누드로 되살아난 것은 별로 뉴스가 되지 않는다.

차라리 누드의 배경이 풍경이면 예술, 돈이 배경이면 상술, 침대면 외설이라는 단순 도식이 그럴싸할 때가 있다. 아닌게아니라 대가의 손끝을 거친 누드에선 안개 자욱한 자연 또는 동양화의 심연이 느껴지기도 한다. 인체의 피부와 땀구멍이 태안 신두리 사구처럼 보이다가 오아시스가 샘솟고 뭉게구름이 피어오르는 모습이란 그대로 인체로 그려낸 풍경화다.

예술성만이 아니다. 급기야 누드는 사회적 의미까지 덧붙여 대접받고 있으며 잘하면 장사가 된다. 탤런트 정양의 경우, 별거 아닌 듯 해도 400만명이 접속해 40만명이 돈 내고 감상했다. 알몸을 보여주면 줬지 화장 안한 '원판'은 절대 못 보여준다며 버티는 사람이 있는 판이다. 탤런트 성현아도 마약 복용 혐의로 구속될 당시, 사진이 공개됐다고 소송을 내며 낯가림한 일이 있다.

그 성현아가 누드 화보를 만들어 인터넷에 공개했다. "새 출발을 위해서"란다. 100만명이 1만원씩 낸다고 가정, 100억원의 수입을 예상했다 한다. 한데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접속이 폭주, 서버가 다운됐고 설상가상 해킹을 당하더니 비밀리에 유포돼 꼴이 우습게 됐다. 해커에 대해 현상금까지 내걸고 색출을 다짐하고 있어 성현아의 '도발', 이승연의 위안부 누드는 또 어떻게 마무리될지…….

각기 나름대로 해석해 적기 나름인 게 여자와 종이의 공통점이라던가. 이번 '사태'도 그런 측면이 다분하다. 그만큼 우리가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뜻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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