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2007-04-25
잔(盃)이란 그릇이 아니라는(不皿) 뜻이고, 잔(盞)이란 글자는 창(戈) 두 개를 그릇(皿) 위에 얹어 서로 다툼을 경계한 것이지. 죽음을 따르는 것(從卒)이 취함(醉)이고 삶에 속하는 것(屬生)이 술깸(醒)인 것이지. ―연암 박지원
낮술이 더 취하나 밤술이 더..
2007-04-19
이러다가 싸움 잘하고 용감한 족속들, 활쏘기에 거추장스럽다며 한쪽 젖가슴을 도려내기도 했던, 그 무시무시한 ‘여자족속’이 출현하는 건 아닐까?
안과 밖, 그 순환의 연속은 이맘때의 자연계에서 그야말로 초절정을 이룬다. 춤추고 노래하며 교태 부리고, 빛으로 사인 보내..
2007-04-18
딸이 학교 심화반 친구 몇몇과 단체로 S대, E여대 견학을 다녀왔다. 사진이 없었다. 이유를 물으니 "제 마음에 담아 왔어요"라고 답한다. 마음이라…? 이보다 확실한 각인이 어디 있으랴?
사랑은 편애(偏愛)다. 한 사람밖에는 안 보이는 사랑, 남들 눈길 모두 밖으로..
2007-04-12
“Men and women can’t be friends because the sex part always gets in the way.”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없어. 섹스가 언제나 문제가 되기 때문이지.)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중. 해리가 샐..
2007-04-11
#56 수랏간 식당. ‘대장금’에서 최고상궁 정상궁이 고기 채에서 단맛이 나는 원인을 묻자 어린 장금은 말한다. “어찌 홍시라 생각했느냐 하시면 그냥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 생각한 것이온데….”
카이 카지 칼라 카이/ 머라 카노 칼까봐/ 안 칼라 카이/ 자꾸 카이..
2007-04-05
남편들이 이십대에는 아내, 삼십대에는 마누라, 사십대에는 여편네, 오십대에는 할망구라 부르는 가정의 수호천사. 이외수의 감성사전이 내린 ‘아내’의 정의다. 그렇다면 ‘공명선거’는? ‘후진국에서 선거 때만 되면 슬로건으로 내거는 낙동강 오리알.’
보궐선거를 앞두고 매..
2007-04-04
“딱하다. 똥이여! 똥을 똥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슬픈 현실이여! 아비를 아비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한 ‘길동’의 심정이 저러했을까?” ―필자 글 '사색의 향기인가' 중
시루봉 가는 길에 어느 모녀의 대화를 듣고 엄숙주의 숲에서 진짜 향기를 맡았다고..
2007-03-29
‘콘돔’의 새 이름을 공모할 때 나온 ‘고추장갑’, ‘버섯돌이’라는 이름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다. ‘버섯’보다는, 한민족의 언어공간에서 실제 성기가 고추와 동시성을 지닌 언어적 의미를 띠므로 여기서는 ‘고추’로 통일하기로 하고…
‘삼국유사’를 보면 지철로왕(지증왕..
2007-03-28
주민은 달라면 주고 기다리라면 기다리는 ‘봉’인가. 공직은, 잡으면 임자이고 키우면 봉황이 되는 ‘벼슬’이런가. 아, 벽오동나무, 그 꽃 몇 해나 더 피워야 거문고 되어 대청에서 청아하게 울어대려나?
옛날 한양에는 세 곳의 조세물품(조운) 창고가 있었다. 그중 와..
2007-03-22
때론 아부도 인생에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물론입니다. 좋은 게 좋은 것일 때가 많은 세상이라서.
아부해 보신 적 있습니까? 그다지 없습니다.
그래서? 피 좀 봤습니다. (작가 김은미)
근면함의 대명사인 일개미를 잘 관찰해보면 30%가 빈둥거린다. 그 무리를..
2007-03-21
어느 표가 어디로 이동할까, 거품이 빠지면 얼마나 빠지며, 나에게 유리할까 불리할까…. 용꿈을 꾸는 각 대선 주자들은 민심이 기댈 의지처를 찾지 못하는 지금의 유동성을 마치 주인 없는 빈 산으로 혼동하지 않을지…?
방은 방이라도 여자의 방은 규(閨)라 한다. 남..
2007-03-15
가죽에서 막 거둔 상태가 피(皮), 살과 털을 없애 무두질하면 혁(革)이다. 예전에 죽간이나 목독을 가죽끈으로 묶어 책을 만들었는데, 낡은 가죽끈을 갈아주는 것이 개혁이다. 개혁은 무엇이냐, 가죽을 고치는 것이다. 가죽을 고친다고? 어떻게?
비어나 속어를 고사성어..
2007-03-14
중국(남조문화권)과 일본(아스카문화권) 등 ‘범백제권’(?)을 아우른다는 프로젝트가 끌리지만 세계화의 길은 멀다. 백제유적이 “엉망”이라고 일침을 가한 충남지사. “손볼” 때는 백제문화의 뿌리깊은 한류 전통도 깊이 섭새기며 아주 ‘센’ 바람을 일으키도록…
그 바람은..
2007-03-08
사실이냐 아니냐, 진실이냐 아니냐를 영화에서 가리는 것은 무익한 일이다. 거짓 같은 진실, 진실 같은 거짓, 거짓처럼 보이고 실제로도 전혀 터무니없는 거짓인 경우도 늘어나고 있고…
우리 사는 현실도 그렇지만, 진실과 거짓이라는 대립적 가치를 어떻게 버무리느냐가 영화..
2007-03-07
“네 구제함이 은밀하게 하지 말라? 공개리에 보시는 너희 소비자들이, 팬들이, 모든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이, 유권자와 시민들이 갚으시리라?”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 모르게 하라는 것이 마태복음의 가르침이다. 금강경은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이라 해서..
2007-03-01
배신하고 상납하고 유괴하고, 정력 절륜함을 과시하고,
목숨 걸고 연애하고, 여자친구에게 정조대나 채우고…
하지만 다른 것도 있다.
사람 공부를 하다 보면 동물 공부를 하게 되는데 꽤나 흥미롭다. 가령 동물계에도 약취나 절도가 있는데 퍽치기, 아리랑치기 수법이 다..
2007-02-28
청천하늘에는 잔별도 많고, 세상에는 말도 참 많고…
이렇게 말 많은 세상에서 말은 현실을 비추는 거울,
어쩌면 일그러진 거울 아닐까?
동일한 사람을 두고 남자는 ‘누나’로, 여자는 ‘언니’로 부른다. 식당에만 가면 ‘언니야!’를 외쳐대는 남자, 버릇처럼 아무..
2007-02-22
公無渡河 (공무도하) 임이여 물을 건너지 마오
公竟渡河 (공경도하) 임은 그예 물을 건너셨네
墮河而死 (타하이사) 물에 빠져 돌아가시니
當奈公何 (당내공하) 가신 임을 어이할거나
떠난 임을 보낸 뒤끝에는 얄궂게도 ‘시원섭섭’이라는 감정이 묻어난다. 쓴맛 섞인 단맛..
2007-02-21
"누구든지 만약 자신의 생애에서 한 번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가슴에 와 닿으면서 마치 그 책이 오직 자신을 위하여 쓰여진 것처럼 느껴지는 때가 없었다면 그 삶은 참으로 비참할 것…" ―괴테.
옛 PC통신 시절부터 `베르테르`라는 닉네임을 쓰고 있다. 청년기..
2007-02-15
"삶의 마지막 순간에 바다와 하늘과 별 또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한 번만 더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말라. 지금 그들을 보러 가라.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 것, 그것을 지금 하라." ―`인생수업`에서
날씬한 명절 보내는 10계명, 아내에게 사랑받는 명..
2007-02-14
정화시켜 표현해서 ‘팥소 없는 찐빵’처럼 안산 신길온천역에 갔더니 눈을 씻고 봐야 온천이 없다.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온천 개발을 고려해 붙인 이름이라 한다. 공단 없는 공단역, 대학교 입구가 없는 대학교입구역이 있는 터에 그리 신기한 얘깃거리는 못된다. 붕어빵에 붕어..
2007-02-08
출산 후유증 저리 가라는 출간(出刊) 후유증에서 가붓하게 해방시켜준 책이 있다. '미스터 초밥왕'이다. 만화 투의 '뻥'을 빌려 이 책을 말하면 맛의 천국에 혼이 날아갔다 온 무한한 깊이에 곤드레만드레 상태가 되게 했다. 만화책 얕잡아볼 일이 못 된다. 다만 먹는 행위..
2007-02-07
명분과 실리는 모순되기 쉽고 맞서는 두 축이다. 우리 사회에서 몰상식이 상식을, 미성숙이 성숙을 완전 ‘KO패’시킨 듯해도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등에 업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많다. 아주 드물게는 쪽박을 차더라도 지켜야 할 도리나 의리도 아직 남아 있다.
한솥밥..
2007-01-09
이런 가정을 해본다. 어떤 도시가, 정말 착한 몸매를 봤을 때와 유사한 끌림이나 설렘을 준다면 자치시대, 세계화시대에 단연 앞서지 않을까. 오나가나 색깔 없고 판에 박힌 브랜드 슬로건 경쟁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하이 서울, 다이내믹 부산, 잇츠 대전, 충남 하트..
2006-12-11
미국 작가 폴 오스터는 '빵 굽는 타자기'란 표현을 썼다. 글로 생계를 꾸린다는 의미다. 고백하건대 필자도 눈뜨기가 무섭게 '밥 버는 노트북' 앞에 앉아 있다 보면 간혹 겁이 더럭 나지만 그만큼의 절박감이 그만큼의 창조의 본질이려니 하고 마음을 다그칠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