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연애하고, 여자친구에게 정조대나 채우고…
하지만 다른 것도 있다.
성적인 부분도 절대 놓칠 수 없다. 보쌈이나 하고 말지, 어떤 영장류는 젖먹이를 납치해 어미를 유인하는 수법을 쓴다. 자식이라면 하늘 끝도 멀지 않은 모성애를 악용한 것이다. 수십 마리를 거느려 몇 주에 백 번씩(!) 짝짓기하는 바다코끼리, 그 독점의 그늘 아래 혼자 플레이하며 총각으로 늙는 수컷도 부지기수다. 성 취향도 다양하다. 동성애에 열올리거나 목숨을 담보로 연애하는 족속도 있다. 벌레를 뇌물로 바쳐 암컷이 그 포장을 뜯는 사이에 거미줄로 꽁꽁 묶고 거사를 치르는 거미 얘기는 새롭지 않다. 아델리 펭귄 암컷은 순전히 알을 올려놓을 반듯한 돌을 얻으려고 이웃 수컷 펭귄에게 몸을 판다. 끈적끈적한 액체로 암컷 생식기에 정조대를 채우는 다람쥐 녀석도 있다.
동물의 바람기는 보다 나은 유전 형질을 갖춘 후손을 얻기 위한 번식 본능에 가깝다. 모르긴 몰라도 인류가 유희로서의 성에 탐닉한 시점은 자본 축적이 가능해 팬둥팬둥할 시간이 생기면서부터였고 진화론적 결론을 빌리면 그때를 기점으로 봉곳한 젖가슴과 성감대가 발달했다. 수천 수만 가지의 기술, 로맨틱한 연애감정은 인간의 독보적인 경지라고 봐야 한다.
인류 최초의 직업이 창녀라고도 하고 포주라고도 주장한다. 다 좋은데 문제는 애 어른 할 것 없이 독보적이지 말아야 할 것까지 독보적인 데 있다. 중학생 성매매를 알선한 ‘포주’급 또래 중학생이 준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술 취한 중학생들이 집단 성폭행한 여중생이 숨지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본성보다, 성욕보다 사회적 윤리관을 못 가르친 반쪽짜리 대책의 결과다.
뇌과학에서는 인간과 동물의 차이가 적다는 연구 성과를 잇달아 내놓는다. 곧 있으면 시골처녀 봄바람 나듯 생명체들이 구애에 나서리라. 걱정인 것은, 할 수 있는 일만 하는 그것들과 달리 도저히 해서는 안 되는 일도 일삼는 인간이다. 동물들의 비행(非行)이 저들 세계에서 불법이나 범법행위인지는 연구가 필요하거니와, 인간의 영역은 흥미로 다룰 수 없어 더욱 가슴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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