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밖]백제가 원조 한류다

  • 오피니언
  • 문화칼럼

[안과 밖]백제가 원조 한류다

  • 승인 2007-03-14 00:00
  • 신문게재 2007-03-15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중국(남조문화권)과 일본(아스카문화권) 등 ‘범백제권’(?)을 아우른다는 프로젝트가 끌리지만 세계화의 길은 멀다. 백제유적이 “엉망”이라고 일침을 가한 충남지사. “손볼” 때는 백제문화의 뿌리깊은 한류 전통도 깊이 섭새기며 아주 ‘센’ 바람을 일으키도록…


그 바람은 새롭고 훈훈한 한류(韓流)여야 할 것이다. 백제 여인의 수줍은 치마폭까지 느낄 정도의 섬세한 백제풍이면 좋겠다. 첫 한류의 씨앗은 고대 야마토정권의 아스카시대에 이미 뿌려졌고 이미 꽃피워졌다. 시대를 격해 해협을 건너, 지금 욘사마 배용준에게 경외감과 친밀감을 갖는 일본 아줌마들의 열광 속엔 그 옛날 백제가 가르쳐준 한자로 만요(万葉)를 지어 부르던 그 피가 섞여 흐른다.

의심스러우면 당대 선망의 대상이던 한반도 물건, 즉 카라코로모(韓衣-한복), 카라스키(쟁기) 등의 카라모노(韓物)를 물증으로 보라. ‘백여 명 모두 백제옷을 입었으며 보는 이들이 매우 기뻐하였다’는 역사 기록도 있다. 백제역(구다라역)과 백제초등학교(구다라소학교), 증아강(曾我川)으로 이름이 바뀌긴 했지만 백제 여인이 풀어놓은 옷고름같이 흐르는 백제강(百濟川)을 보라. 영국 욕(York) 사람들이 미국땅에 ‘새로운 욕’(New York)을 건설한 것에 맞먹는 역사적 흔적이다.

보기에 따라 전승국 신라의 뒷전에 밀린 패망국 백제의 흔적은 부여나 공주보다 일본에서 잘 살아 있다. 그러나 백제가 선진문물의 창구였다 해도 인과관계의 천으로 짜인 역사마당에서 우월감과 콤플렉스가 전부는 아니다. 이 점에 유의하며 한류 바람 침체 이후의 대안은 ‘백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일본을 존재케 했던 전설의 한국 여인 등 드라마틱한 소재는 필자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좋은 의미로 한류를 상업화하는 문제와도 결부하고 싶다.

마침 일본 오사카 왓소축제와 백제문화제의 상호 교류도 추진된다고 한다. 백제를 동경하고, 백제 것을 최고로 치던 고대 일본인의 원형질적인 그리움을 한류에 접목시키자면 문화와 경제가 어느 지점에서 합류할지를 끝없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찻잔을 팔 때 다도를 가르쳐야 하는 이치처럼 우리가 아스카문화촌을 만들 때도 뿌리를 알려는 모든 일본인들이 옛 백제땅을 찾아 즐기고 온몸으로 느끼도록 해야 한다.

그리하여 일본 여성들을 꿈의 포로로 만든 후유노 소나타(겨울연가)보다 더 길고, 욘사마보다 짜릿한 한류를 일본열도 안에 꽃피울 차례다. 시멘트만 덕지덕지 바를 생각은 말고 콘텐츠의 다양화, 그보다 콘텐츠의 코드를 성공시키자는 뜻이다. 1500년 전부터 길게는 수백 년씩 백제의 형제문화권에서 있는 듯 없는 듯 맥맥이 이어온 한류 전통을 최소한 천 년 이상 잇는 일은 우리, 백제 상속자들이 할 몫이고.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