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봉급을 ‘수당 별도’인 올해 공무원 봉급표와 한참을 비교해보고 얻은 결론은 정말 터무니없는 박봉이었다는 것과, 이제는 치부할 욕심만 버리면 살 만하겠다는 두 가지였다. 그 좋다는 공직을 박차고 기자를 택한 자신이 아주 잠깐 후회막급한 것은 세 번째 생각이다.
각설하고, 1년에 쌀 100석, 옷감 32필인 정1품 최고위직 정승들의 녹봉은 오늘날 총리나 장관의 그것과는 비교할 나위 없이 박하다. 청백리가 은퇴하면 제사 차리기 힘들다는 말은 괜한 엄살이 아니었다. 종9품 최하위 관리는 1년에 쌀 14석과 옷감 4필로, 입에 풀칠하기조차 어려웠지만 국가 입장은 달랐다. 국가 총 수입 26만 4000석 중 인건비로 14만석이 지출돼 삭감 주장도 나돌았다. 한데 4대를 망해도 양반 소리 듣는다, 책 속에 많은 녹봉이 있다(書中萬重祿)며 청춘을 바치기도 했다. 철밥통이니 신이 내린 직장이니 따위는 사실 국민의 시각에서는 도저히 말도 아닌 배부른 소리다.
보도된 대로, 고액 연봉 논란을 빚은 대전시 공기업 사장들의 연봉이 조정된다고 한다. 대전도시개발공사 사장의 연봉은 9837만원에서 8880만원, 대전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은 8756만원에서 8178만원, 대전엑스포과학공원 사장은 8904만에서 8316만원, 대전도시철도공사 사장 연봉은 1억922만원에서 대략 8072만원 수준으로 깎일 전망이다.
그런 한편에서 봉 가는데 황 간다더니, 유급화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연봉을 들먹이는 의원들이 있다. 평균 재정자립도가 시 39%, 군 16%, 자치구 40%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기초의회 의장협의회가 대전 서구청에 모여 채택한 공동건의문은 기초의원 보수를 부단체장 수준인 7000만원선으로 올리자는 것이었다. 땅 파서 하는 것 아니니, 공직에 나서려면 기부를 해야 한다는 공리주의자 제러미 벤덤의 극단론은 꺼낼 계제도 아니겠다.
하지만 분명히 해두자. 지방세로는 인건비조차 못 줘 국가에 의존하는 기초단체가 150곳이 넘을 만큼 빠듯하다. 사정이 아무리 절박한들 피땀 흘려 세금 내는 주민정서법에는 맞지 않는다. 그건 당당히 겸직 및 영리행위 금지를 확약한 다음에 시도해도 늦지 않다. 정말 납세자인 주민이 톡톡히 짠돌이가 되어야겠구나, 하는 생각부터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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