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밖]공무도하가를 불러주오

  • 오피니언
  • 문화칼럼

[안과 밖]공무도하가를 불러주오

  • 승인 2007-02-22 00:00
  • 신문게재 2007-02-23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公無渡河 (공무도하) 임이여 물을 건너지 마오
公竟渡河 (공경도하) 임은 그예 물을 건너셨네
墮河而死 (타하이사) 물에 빠져 돌아가시니
當奈公何 (당내공하) 가신 임을 어이할거나


떠난 임을 보낸 뒤끝에는 얄궂게도 ‘시원섭섭’이라는 감정이 묻어난다. 쓴맛 섞인 단맛(bittersweet)과는 다르면서 또 같은 그런 맛이다. 사람들은 지난 시절을 그리워하나 해묵은 테이프를 거꾸로 돌리는 걸 원치 않는다. 한번 떠난 임은 돌아오지 않을수록, 돌아올 확률이 적을수록 애절하다.

한바탕의 봄꿈 같아야 부르는 이별가가 사람의 심금을 울릴 수 있다. 일전에도 그랬다. 여당 전당대회 축하공연에서 신효범이 열창한 노래가 심상히 들리지 않는다. ‘멀리 떠난 내 님아 언제나 돌아오려나/ 나의 사랑 내 님아 언제나 돌아오려나/… 한번 떠난 내 님은 또 다시 돌아오지 않네∼’ 이 소절에서 이 땅의 문학사 최초로 ‘임’이 된 사나이, 백수광부를 떠올리게 된다.

임아 그 물을 건너지 마오/ 임은 그예 물을 건너셨네/ 물에 빠져 돌아가시니/ 임을 장차 어이할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아픔을 노래했지만 실패한 무당의 권능이거나, 신화적으로 해석해서 여성의 성(생활)을 나타낸 노래라 봐도 무방하다. 썩 내키지는 않지만 정치에도 대입시킬 수 있겠다.

자, 루비콘강을 건너버린 여당의 이른바 통합신당파와 당 사수파 사이, 후보 검증으로 도덕성을 까보자는 야당 두 진영 발아래에도 술 취한 백수광부가 건너던 시퍼런 이별의 물결이 넘실댄다. 결국 갈라선다 안 갈라선다, 여론조사 비용이 아깝다. 만남과 헤어짐의 드라마가 곧 정치이며 권력 앞에서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는 게 정치의 생리 아니던가.

연애론적 주석을 달면 정치는 남녀간처럼 아름다운 오해일 수 있다. 연애의 필수 요소가 바로 콩깍지다. 오해란 강제적인 축약인바 생략할 건 생략하고 웬만한 밉상은 예쁘게 봐주는 것이다. 연애가 오해라면 사랑은 이해, 결혼은 비참한 이해다.

참 이해와 오해, 참 합의와 거짓 합의를 공유하는 정치과정에는 아름다운 오해와 말없는 사기의 속성이 들어간다. 사이를 가로지르는 다리가 있고 빈틈없는 강물이 있다. 목숨을 내주고 겨우 엿보는 물빛도 있다.

위기의 강을 건널 땐 머뭇거리지 말라지만, 강 나름이다. 죽음의 요단강인지 영광의 루비콘강인지 따져보는 것도 해롭지 않다. 해는 지고 강물은 자꾸자꾸 불어나는데 뮤즈 여옥이 바친 슬픈 발라드를 수천 년을 건너 되돌려 들으려는가. 님아 님아 물을 건너지 마오 님아 님아 내 님아 나를 두고 가지 마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