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밖]매니페스토, 장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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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 밖]매니페스토, 장난 아니다

  • 승인 2007-04-05 00:00
  • 신문게재 2007-04-06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남편들이 이십대에는 아내, 삼십대에는 마누라, 사십대에는 여편네, 오십대에는 할망구라 부르는 가정의 수호천사. 이외수의 감성사전이 내린 ‘아내’의 정의다. 그렇다면 ‘공명선거’는? ‘후진국에서 선거 때만 되면 슬로건으로 내거는 낙동강 오리알.’


보궐선거를 앞두고 매니페스토(참공약) 협약식을 갖는 곳이 많다. 그러니까 낙동강 오리알 같은 슬로건일랑 내놓지 말자는 약속이다. 식목행사를 겸한(가장한?) 이미지메이커들의 선거 지원도 있었다. ‘까칠하게’ 들으면, 추잡한 ‘젓갈공화국’을 빠져나와 투명한 물 속에 반짝이는 은어가 되겠다고 다짐하는 소리 같다.

쉽고 간단하게 매니페스토란 유권자에게 거짓말 말자는 것이다. 거짓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사회적 기술로 통하는 선의의 거짓말도 있다. 개성이 뚜렷하다고 하면 못 생겼다는 뜻도 된다. 다시 연락하겠다는 건 다시는 보기 싫다는 암시이다. 소위 완전 소중하다는 완소녀, 완소남 타입이면 직접화법으로 예쁘다, 멋지다 말할 것이고 진정 다시 만나고 싶으면 그렇게 에두르지 않는다.

선거에서는 그런 하찮은 거짓말까지 가려내야 한다. 후보자에게 진실을 요구하기 전에 안 속는 게 안전하다. 유권자 몫이 크다. 승패는 게임의 속성이고 또한 선거의 법칙이다. 교과서적으로 대선은 ‘전향적 투표(prospective voting)’, 총선은 ‘회귀적 투표(retrospective voting)’ 성향이 강하다. 앞을 내다보느냐와 뒤를 돌아보느냐다.

대전서구을 선거에 한정시키면 인물론과 정당론에다 이상의 두 요소가 혼재할 수도, 둘 다 아닐 수도 있다. 메시지에 반복 노출되면 가랑비에 옷 젖듯 설득당하고 개인으로 남을 때보다 약해질 수 있는 게 대중의 생리다. 패거리보다 한 사람이 그래서 무섭다. 칸트의 합리주의를 발효시킨 이성 덩어리 독일인들이 히틀러 앞에서 눈멀고 귀가 멀었던 걸 보라.

소설이나 영화로 치자면 얼뜬 구성력에 독자와 관객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반전도 허술하면서 거침없이 당선되는 지역 몰표도 그와 같은 과다. 이 경우의 표심 왜곡은 집단 이기주의보다 남 당선될세라 겁내는 집단 불안심리의 투영이기도 하다.

―선거 때와 성교 때는 본인들이 극도로 그 일에 열중하기 때문에 곁에서 다른 사람이 보는 것을 모르는 수가 있다. 오래 전에 읽은 성의학 칼럼이다. 명칼럼이다.

당선이 지상목표인 후보자는 사냥꾼 속성에 가깝다. 한 소리, 한 냄새, 한 느낌만 뒤쫓다간 탈이 난다. 유권자는 파수꾼 모드로 잘못된 후보에게 복수라도 해줘야 한다. 제일 참담한 복수는 낙선. ‘친절한 금자씨’의 감독 말마따나 때론 복수가 정신건강에 좋다. 실천이 없으면 ‘진짜순참공약’은커녕 전깃줄 위 참새가 짹짹거리는 소리밖에 안 된다.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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