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면 볼수록 가슴 쓰리고 아린 이름이 있다. 고속철도 천안아산역(온양온천)! 지극히 모양 거시기한 동거 같지만 차이를 긍정하는 똘레랑스(관용)란 없는 곳, 천안인 듯 아산인 듯 하다가 둘 다 아닌 곳…, 타협안이면서 무마형의 억지춘향 이름, 초행길 길손들이 먼저 그 유래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듣고 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되는 묘한 이름이다. 괄호 안 온양온천을 뺀 이름을 대하면 또 한번 어리둥절해진다.
이 이름에는 천안이 깨지나 아산이 무너지나, 장장 3년을 치른 싸움의 편린들이 화석처럼 박혀 있다. 플랫폼 위치를 재고, 아산 장재리다 천안 불당동이다 해서 지방자치권이 미치는 속지주의를 가려봤댔자 사안의 본질을 떠남으로써 붕어빵과 붕어처럼 묵직한 인문학적인 주제가 다된 느낌이다. 어디서 김서방 문패를 박서방 집 안마당에 다느냐 항변하지만 역사성과 자치권만으로 당연시하기엔 이 역시 선을 넘어버렸다.
유사한 사례로 죽자 사자 갈등하는 곳이 한둘 아니다. 평택-당진항, 부산신항이 그랬고 사천시와 남해군을 낀 대교(大橋)도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집착의 속사정은 기대이익과 돈 문제로도 회귀된다. 변강쇠전의 뿌리를 캐거나 옛 지명을 부여잡고 원조 논쟁을 벌이는 것, 좋은 의도지만 경춘선 신남역에서 김유정역으로 간판을 바꿔 단 것도 기실은 그래서다.
지금이 몇 라운드인지조차 가물거린다. KTX에 이어 수도권전철을 놓고도 이웃사촌 천안~아산이 옹진 옹당골의 두 옹(雍)좌수가 되어 저마다 옹좌수라며 옹옹하고 있어 걱정이다. 뭐라고 끝을 맺나? 근사하게 ‘다원의식의 잣대’ 어쩌면서 ‘원인과 결과는 돌고 돈다’? 그때, 마음속에 사는 여신이 속삭인다.
“한심한…! 한 손에 저울 들고 또 한 손에 칼 드는 거, 그게 진짜 중립이지. 공정한 저울로 달아서 죽일 것 죽이는 게 진짜 중립이지”. 못하겠다. 비겁하고 겁나서 편을 안 들고 못 드는 게 아니라, 아무리 저울로 달아도 기울지 않는, 모두 내 편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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