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 ‘운동’ 차원에 머무는 우리 사정을 헤아리면 특히 그렇다. 우리가 막연히 자연재앙을 미래의 일로만 생각하고 마음 편한 거짓에 젖어든 반면에 그들은 한발 앞서 불편한 진실의 길을 찾고 있다. 유기농 치약 아니면 안 쓰는 카메론 디아즈, 비닐봉지로 포장한 사과를 아예 사지 않는다는 케빈 베이컨, 재생종이 엽서로 팬레터를 쓰는 알리샤 실버스톤, 그들 모두는 쇼를 하는 것이 아니다.
새삼스럽더라도 우리는 미국에서 녹색 물결이 사회와 문화의 강을 건너 정치와 경제의 식탁에 올랐다는 사실에 눈을 떠야 한다. 경제협약인지 환경협약인지, 수출인지 환경규제인지 모를 조치들이 속속 행해지고 있다. 외교도 환경외교를 서둘러야 한다. 지구의 위기상황을 선거전처럼 연출해 뜻밖의 자리에서 정치인이 스타가 된 연유도 따지고 보면 기후환경에 대한 관심을 꿈의 산업인 영화계에서 시범 케이스로 보인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고어의 과도한 전기요금에만 신경쓰지 말고 지구온난화의 속도와 진행 방향에 깊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가 대선에 출마할 당시만 해도 환경의 ‘환’자도 꺼내지 말라는 게 참모들의 조언이었다. 어떻든 정치적 대통령 대신에 정신적인 환경대통령이 된 듯해 부럽다. 거칠게 표현하면 우린 아직 환경무시론을 들이대야 선거에서 표 얻기에 유리한 실정인데 말이다.
정도가 미미할 뿐, 지구촌 곳곳에 영화 같은 이야기가 실제상황으로 연출 중이다. 한여름 독일에서 철없는 폭설이 퍼부어도 무슨 길조인 양 좋아라하며 먼 나라의 얘기이겠거니 치부한다. 지구 역사 400년 이래로 가장 푹한 겨울을 보내고도 적게 든 난방비에만 안심하고 있다. 마음 편한 거짓말에 심취하지 말고 벌거벗은 진실에 귀기울여야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불행이 생기지 않는다. 불편한 진실이 언제라도 실시간으로 나타날 가능성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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