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도 빈 산이 있다. 나무가 많아도 잎이 다 지고 수척하거나 인가도 인기척도 없는 쓸쓸한 산이 빈 산이겠다. 울창한 숲이라도 감정에 따라 하염없이 텅 빈 산이 될 것이다. 정치에 있어서도 그런 유추가 가능한데, 빈 산이 아닌데 멋대로 빈 산을 재단하고 주인을 버젓이 두고 무주공산(無主空山)으로 넘겨짚는 대선 고지에서는 더 그러하다.
용꿈을 꾸고 있는 각 대선 주자들의 손익계산서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탈당으로 더한층 복잡하고 미묘하다. 사고뭉치 둘째아들의 가출쯤으로 폄하하는 한쪽에서는 대안카드라며 짐짓 김칫국을 마시려 든다. 가능성 자체가 힘이 되는 상황으로 이해할 수도 있고, 꼭 있어야 할 뭔가가 빠져 있으면 그도 빈 산이긴 하다.
아마 그래서 대안 정치세력의 부재를 무주공산으로 생각하나 보다. 무주공산 충청, 무주공산 호남, 무주공산 강원, 무주공산 경남 등으로 어딜 가든 대충 임자 없는 산이라 깃발 꽂고 지나가면 임자인 줄 아는 모양이다. 무주공산도 민둥산도 아닌 민심은 그러나 네가 잘나 일색이냐, 너무 비싸게 굴지 말라며 시큰둥하고 있다. 그걸 모르고 있다.
등산의 바른길을 물었을 때 갈홍(葛洪)의 포박자(抱朴子)는 말한다. 산에 들어가는 법을 모르는 자는 많은 피해를 입게 된다. 민심이 없는 산이 빈 산이란 얘기로도 들린다. 포박자는 또 말한다. 산에 들어가는 데 비책이 없으면 반드시 해를 당할 것이다. 모든 대선 주자들, 검증의 험한 산을 넘어야 할 손 전 지사에게 특히 해당되는 말이다. 상황은 그가 산마루에 올라 습관처럼 목을 축이는 몇 모금의 소주같이 시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민심의 공간은 무주공산보다 크고 넓다. 비었다는 것은 ‘하늘’이란 뜻도 있지만 ‘헛되다’는 뜻도 있다. 누가 기름진 중원을 임자 없는 산으로 지칭하는가. 빈 산에 인적은 보이지 않고 다만 말소리만 두런거린다(空山不見人 但聞人語響)는 왕유의 ‘녹시(鹿柴)’의 경지라도 느껴볼 일이다. 남자 마음 떠난 여자의 방이 빈방이고, 민심 떠난 곳이면 그곳이 바로 썰렁한 공산이다. 무주공산이 어드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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