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밖]무주공산 땅 밟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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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 밖]무주공산 땅 밟기

  • 승인 2007-03-21 00:00
  • 신문게재 2007-03-22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어느 표가 어디로 이동할까, 거품이 빠지면 얼마나 빠지며, 나에게 유리할까 불리할까…. 용꿈을 꾸는 각 대선 주자들은 민심이 기댈 의지처를 찾지 못하는 지금의 유동성을 마치 주인 없는 빈 산으로 혼동하지 않을지…?


방은 방이라도 여자의 방은 규(閨)라 한다. 남편이 멀리 떠나 독수공방하는 아내를 보고는 공규(空閨)를 지킨다고 했다. 여자의 방은 남자가 없으면 사람이 있어도 빈방이었다. 남자를 맞고서야 생기가 비로소 감도는 여자의 방이다. 이 얼마나 은밀하고 그윽한가!

산에도 빈 산이 있다. 나무가 많아도 잎이 다 지고 수척하거나 인가도 인기척도 없는 쓸쓸한 산이 빈 산이겠다. 울창한 숲이라도 감정에 따라 하염없이 텅 빈 산이 될 것이다. 정치에 있어서도 그런 유추가 가능한데, 빈 산이 아닌데 멋대로 빈 산을 재단하고 주인을 버젓이 두고 무주공산(無主空山)으로 넘겨짚는 대선 고지에서는 더 그러하다.

용꿈을 꾸고 있는 각 대선 주자들의 손익계산서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탈당으로 더한층 복잡하고 미묘하다. 사고뭉치 둘째아들의 가출쯤으로 폄하하는 한쪽에서는 대안카드라며 짐짓 김칫국을 마시려 든다. 가능성 자체가 힘이 되는 상황으로 이해할 수도 있고, 꼭 있어야 할 뭔가가 빠져 있으면 그도 빈 산이긴 하다.

아마 그래서 대안 정치세력의 부재를 무주공산으로 생각하나 보다. 무주공산 충청, 무주공산 호남, 무주공산 강원, 무주공산 경남 등으로 어딜 가든 대충 임자 없는 산이라 깃발 꽂고 지나가면 임자인 줄 아는 모양이다. 무주공산도 민둥산도 아닌 민심은 그러나 네가 잘나 일색이냐, 너무 비싸게 굴지 말라며 시큰둥하고 있다. 그걸 모르고 있다.

등산의 바른길을 물었을 때 갈홍(葛洪)의 포박자(抱朴子)는 말한다. 산에 들어가는 법을 모르는 자는 많은 피해를 입게 된다. 민심이 없는 산이 빈 산이란 얘기로도 들린다. 포박자는 또 말한다. 산에 들어가는 데 비책이 없으면 반드시 해를 당할 것이다. 모든 대선 주자들, 검증의 험한 산을 넘어야 할 손 전 지사에게 특히 해당되는 말이다. 상황은 그가 산마루에 올라 습관처럼 목을 축이는 몇 모금의 소주같이 시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민심의 공간은 무주공산보다 크고 넓다. 비었다는 것은 ‘하늘’이란 뜻도 있지만 ‘헛되다’는 뜻도 있다. 누가 기름진 중원을 임자 없는 산으로 지칭하는가. 빈 산에 인적은 보이지 않고 다만 말소리만 두런거린다(空山不見人 但聞人語響)는 왕유의 ‘녹시(鹿柴)’의 경지라도 느껴볼 일이다. 남자 마음 떠난 여자의 방이 빈방이고, 민심 떠난 곳이면 그곳이 바로 썰렁한 공산이다. 무주공산이 어드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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