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밖]봄바람, 그리고 아마조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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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 밖]봄바람, 그리고 아마조네스

  • 승인 2007-04-19 00:00
  • 신문게재 2007-04-20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이러다가 싸움 잘하고 용감한 족속들, 활쏘기에 거추장스럽다며 한쪽 젖가슴을 도려내기도 했던, 그 무시무시한 ‘여자족속’이 출현하는 건 아닐까?


안과 밖, 그 순환의 연속은 이맘때의 자연계에서 그야말로 초절정을 이룬다. 춤추고 노래하며 교태 부리고, 빛으로 사인 보내고, 반짝이는 깃털로 유혹하는 수법이 자연계만의 ‘사업’일까마는, 봄은 확실히 자신의 유전자를 심거나 받으려고 혈안인 온 지구상 만물, 모든 청춘의 계절이다.

적나라하게 표현해서 동물에게는 인간의 결혼 같은, 일테면 ‘성(性)에 대한 독점적 지배사용권’ 제도는 없다. 서로 앙탈하거나 인정머리 없이 차일 수도 있고 연속극 장면처럼 한 상대를 두고 을러메거나 치고받는 등의 파트너를 찾는 소정의 절차가 저들에게 없지는 않다. 얍삽한 어느 애송이는 우월한 수컷의 방심을 틈타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교미를 해치우기도 한다.

저번 ‘너무 독보적이어서 슬픈 존재’ 편에 적시했던 대로 상대를 꼬이려면 선물도 준다(본보 홈페이지 참조). ‘남의 것을 착취하는 사람’의 비유로 사전 표제어에 오른 ‘각다귀’의 선물 포장법은 애교스럽기까지 하다. 꽃잎 넣은 선물상자를 뜯느라 여념 없는 사이에 미친 척 행위를 치르는 수컷은 그렇다 치고, 그걸 야금야금 먹은 채로 행위에 응하는 암컷도 있다.

텅 빈 상자를 주는 녀석들은 또 뭔지, 하여튼 가관이다. 선물과 뇌물이 그런 것처럼 의례적 접대와 대가성 있는 접대의 경계 또한 모호하다. 남성이 여성에게 하는 선물이 막연하게나마 성적 화답을 바라는 기대감에서라는, 정통한 선물 연구가 러셀 벨크와 그레고리 쿤의 견해는 사실 무시 못할 ‘벌 소리’다.

이같이 복잡한 노력과 충전의 절차마저 여의치 않은 족속들은 처녀생식을 해야 한다. 수정되지 않은 암컷 생식세포에서 배아가 생기는 생식법은 진디, 물벼룩, 도마뱀 등 개체군에서 나타난다. 이 암컷이 알을 낳으면 암컷만 나온다. 인간을 포함한 포유동물 집단에선 단성생식이 안 나타나야 정설이다.

정설에는 늘 이를 깨는 이설이 따른다. 그 치명적인 이설의 하나는 신화 속에나 등장하는 여성시대 아마조네스에 대한 성급한 전망들이다.

다름 아닌 줄기세포 연구 결과다. 실제일 경우, 골수로 인공 정자를 만들어 물벼룩이나 도마뱀의 방식에 좇아 인간도 남성 없이 임신이 가능할지 모르게 됐다. 여성 세무조사팀 별칭이 ‘아마조네스’이고 서울시청 여자축구단이 ‘서울 아마조네스’인데 뭘 그러시오, 하지 말아야겠다.

남자라면 구실 못하게 해놓고 귀찮은 가사노동이나 시켰던 고대 아마존 여성들― 실현 가능성과 윤리성을 넘어, 현대 생명공학 기술까지 사람을 주눅 들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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