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하게 대중문화의 저력이나 사회적 영향력을 역설하고 싶지는 않다. 아무튼 교훈을 주거나 꼭 상상력을 끌어내야 한다거나 하는 무거운 교의(敎義)에서 벗어나서 재미있으면 그만인 만화책이 주목을 끈다는 자체가 범상치 않은 일일 것이다.
당연히 인기만큼이나 돈도 벌었다. 일본에서 1000만권, 한국에서 250만권이라는 판매량은 탄탄한 뒷심을 엿보게 한다. 모 회사 유성연수원의 기획력 향상 과정 교재로 채택됐고 내로라하는 모모 회사들은 그 독후감을 제출받아 화제가 만발했다. 어떤 경제연구소는 책 내용과 경영의 관계를 연구하기도 했다. 호텔 요리사의 지침서라 해서 새삼 신기할 것 없다.
아니, 이런 따위는 차라리 허울이고 허수라는 얘기다. 아득바득 사는 우리에게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는 끌리는 존재다. 반면에 노력형 대중문화의 표본으로 단연 초밥왕을 꼽겠다. 그렇다면 책상머리에서 낑낑거려 짜낸 리얼리티와는 뭔가 선이 분명히 다른, 초밥이 싫은 사람들조차 끌어당긴 흡인력을 찾아볼 차례다.
의문은 의외로 쉽게 풀렸다. 엊그제 '초밥왕' 데라사와 다이스케(寺澤大介)는 '타짜'로도 유명한 '식객' 허영만을 만난 자리에서 같은 초밥집을 400번이나 들락거렸음을 털어놨다. 본판 27권과 전국대회편 17편을 섭렵하면 주인공 쇼타와 그 창조주에게 고개가 숙여진다. 치열함, 아이디어, 직업 윤리, 고객 창출 등은 만화책을 쟁쟁한 CEO들의 경영 필독서 반열에 올린 요소다.
한마디로 자기 입맛이 아니라 먹는 사람 입맛을 생각하는 철저함이다. 밥알 350알을 기본으로 개개 손님 덩치와 입 사이즈까지 따지는 정신이 대단하다. 입는 사람, 보는 사람, 즐기는 사람의 평균 입맛에 맞추는 것이 키포인트다. 혼나고 눈물 콧물 흘리며 먹던 밥맛을 어른 돼도 잊지 못한다는 것은 사연으로 버무리라는 조언이다. 말하자면 독자를 확보할 비법까지도 은근슬쩍 일러준다. 정말 거하게 초밥 한 상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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