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봤댔자 사랑의 유효기간이 3년을 넘기지 못한다니, 인정과 육정(肉情)을 자동차 바퀴보다 빨리 닳게 만드는 이 죽일놈의 세월이 야속하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봄날은 간다), “사랑에 유통기간이 있다면 만년으로 하고 싶다”(중경삼림) 따위는 영화 속 지껄임일 뿐이었나.
그러나 인본주의의 자(尺)를 대고 되도록 냉정히 해석해본다. 사랑의 유효기간이니 유통기한은 우리 마음이 움직이고 변하는 생물인 까닭에, 목석 아닌 까닭에 있는 것이다. 생각의 갈래, 생각의 뿌리는 켜켜이 복잡하다. 마음이 다 마음은 아니요, 생각이라고 다 같은 생각은 아니다.
생각도 생각 나름이다. 마음자리를 맴도는 생각을 염(念)이라 하고 마음을 짓누르는 생각을 려(慮)라 한다. 깊이 따진 생각이 사(思)가 되며 퍼뜩 떠오르면 상(想)이다. 다시(re) 일으키려는 생각(mind)이 상기(想起), 곧 리마인드가 된다. 마음밭에 갈무리한 대학에의 집념을 부단히 일깨워 일으킨다면 디카 사진쯤 안 찍어 무슨 대수일 리 없다.
워낙 시간적 존재인 사람의 생각에 시간이 개입되면 4차원적이다. 시간이 흘러 열정은 덤덤한 습관이 되고 부부관계도 하품을 동반하는 공허 그것이 되면 정 때문에, 자식 때문에 살고… 마지못해서 살고, 죽지 못해서도 산다. 그럴 때, 마음 한 끈을 놓으면 생각이 제멋대로 망아지처럼 날뛴다.
그러는 어느 아련해진 한순간, 좋았던 한때의 언저리를 맴돌고 싶을 때가 있다. 효도상품 구실이나 하던 ‘리마인드 웨딩’이 멀쩡한 부부가 서로 부부임을 곱씹는 의식이 된 이유도 그래서다. ‘붐’을 확대 재생산해야 먹고사는 상술도 들었겠지만, 무심한 세월의 대가로 놀러 나간 마음을 유지·보수하려는 호의를 향하여 배부른 이들의 호사라고 깐족이는 건 좀 야박스런 일이다.
그렇게, 회고의 추억을 감정의 아스팔트에 깔아 생각의 지도에서 점점이 멀어진 섬들을 불러모을 수만 있다면 설령 ‘리마인드 첫날밤’이라도 마다 않으리라. 희미한 생각을 붙잡고 그저 회상이 아닌, 그 푸르렀던 날들의 기억을 ‘리폼’하고 추억을 ‘리필’하며, 사랑하자. 죽도록 편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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