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밖]마음속 칭찬, 이빨 사이 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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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 밖]마음속 칭찬, 이빨 사이 아부

  • 승인 2007-03-22 00:00
  • 신문게재 2007-03-23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때론 아부도 인생에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물론입니다. 좋은 게 좋은 것일 때가 많은 세상이라서.
아부해 보신 적 있습니까? 그다지 없습니다.
그래서? 피 좀 봤습니다. (작가 김은미)


근면함의 대명사인 일개미를 잘 관찰해보면 30%가 빈둥거린다. 그 무리를 솎아내도 새로운 30%의 날라리 개미가 생겨난다. 어느 조직에나 있는 이러한 부류의 처세 수단은 대개 아부다. 아부가 인류의 생존전략이며 염색체라는 예찬론에 태클을 걸 생각은 없다. 그저 칭찬은 마음속에서 나오고 아부는 이빨(이) 사이에서 나온다 했으니, 달콤한 입은 좀 조심하라고 하고 싶다.

박정희 시절에 어느 장관은 자신을 둔한 말로 낮춘 ‘둔마(鈍馬)’라 불러 아부의 극치를 달렸다. 아는 얘기지만, 자유당 정권 때는 대통령의 방귀에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라고 죽을 맞춘 장관이 있었고 ‘그분’ 앞에만 서면 감동의 도가니에서 눈물을 주체못한 장관도 있었다. 둔마장관, 지당장관, 낙루장관들은 권력을 얻으려면 권력이 원하는 말을 하라는 금언을 철저히 신봉했다.

권력자에게 용비어천가를 불러 아부하기는 쉽다. 그러나 우리 대통령들이 국민에게 아부 잘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고 현재는 더더욱 아니다. 아부를 허영심을 향해 꽂히는 열 추적 미사일로 표현한 스텐겔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미국 대통령들의 인기 비결은 국민을 상대로 한 아부였다. 대통령은 아부 대표선수이고 백악관은 아부 드림팀의 합숙소였다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 어떤가. 우리는 아부하는 아랫사람이나 칭찬하는 여론은 ‘우량’으로, 그렇지 않으면 ‘불량’으로 씨감자 가르듯 가른다. 아부는 고사하고 국민모독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때가 한두 번 아니다. 대통령은 죽어서도 대통령이다, 할말은 한다더니 이번에는 “전략 없는 것이 전략”이라고 했다.

가정을 해서, 레이건 대통령처럼 “국민의 지혜를 믿었을 때 저는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습니다”라는 아부를 했다면, 카터 대통령을 모방해 “우리 행정부가 국민만큼 훌륭하기 바란다”라고 기도하면 어땠을까? 칭찬처럼 들리는 아부에 국민은 신명나지 않았을까? 둘의 경계가 모호하기도 하지만 아부든 칭찬이든 귀에 좋은 명약이 됐을 테고, 자신을 뽑아 권력을 안겨준 국민에게 아부하는 긍정적 전략을 썼다면 적어도 대통령이 공공의 적처럼 내몰리진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해본 생각인데, 국민과 칭찬으로 소통하고 침 바를 준비가 되어 있다면 차기 대통령감으로 괜찮겠다. 단, 품격을 갖춘 칭찬 기법으로 단련된 사람이라야 한다는 조건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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