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2008-10-01
진짜 친구는 화낼 때 같이 화내준다. 가짜 친구는 묵묵히 듣거나 웃다가 뒤에 안주 삼아 씹는다. 진짜 시와 가짜 시? 읽고 느낌이 안 남으면 가짜 시다. 글쓰기란 오류를 드러내는 것. 오류를 잘 피할수록 잘 쓴 글이다. 그러면 진짜 인재는? 가짜 인생을 산 공주 J자연..
2008-09-25
『칼의 노래』를 쓴 김훈은 얼마 전까지 기자생활을 하면서 컴퓨터를 거부하고 연필로 원고를 쓰며 자전거 타고 취재를 다녔다. ‘자전거레이서’를 자임하는 그는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고 또 무서워하는 물건은 자동차”이며 “내가 싫어하는 차는 서너 명씩 타게 되어 있는 승용..
2008-09-24
주로 혼자 있는 아이에게 다가가 질문의 형태로 공격을 합니다. 손톱을 보여달라고 하면 손톱을 뽑아버리고 목을 보여달라고 하면 머리를 뽑아버린다고 합니다. 뒤에서 이름을 부르며 어깨에 손을 대기도 하는데 그럼 그 반대쪽으로 보셔야 생명이 보장됩니다. 전화를 하는 경우도..
2008-09-18
올 여름 잘 돌보지 못한 소철나무에 거미가 살금살금 쳐놓은 줄을 보니 녀석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뜻밖의 거미 연구를 시작한 동기는 이것이다. 사실은, 베르베르의 개미 연구를 마치 복기(復碁)하듯 하며 헤밍웨이를 읽으니 느낌이 좀 다르기도 했다. 이따위 시시한 재미에 붙..
2008-09-17
헬싱키올림픽 5000m, 1만m, 마라톤 우승자였던 에밀 자토벡은 말했다.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인간은 달린다고. 현대문명의 상징인 자동차는 이 원초적 질주본능에 불을 댕겼는지도 모른다. 충남지방경찰청 영상분석설이 과태료 몇 만원에 목숨 건 과속 은폐 수법들을..
2008-09-11
남자가 섹시해 보일 때는 이럴 때라니 참조하시길. 스킨 향기 아련히 풍길 때, 소매 걷고 뭐든 열중할 때, 능숙하게 운전할 때, 키스할 때, 땀 흘리며 운동할 때, 팔뚝 근육에 핏줄이 설 때, 깔끔하게 정장을 한 모습을 볼 때, 특히 요리할 때.
감정에는 공식이..
2008-09-10
의사가 말했다. 의사가 최초의 직업이지. 아담 갈비뼈로 이브를 만든 의료행위 알지? 그러자 건축가가 말하기를, 사람 나오기 전에 에덴동산 만든 건 건축행위 아냐? 철학자도 거들었다. 혼돈(카오스) 속에 만들었으니 철학 몫이야. 이럴 때 정치가가 빠질 수 없다. 그 혼돈..
2008-09-04
돈으로 사랑을 살 수 있나? 행복은? 행복과 경제 성장이 꼭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스털린의 역설이다. 그러나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등 부국 국민들이 토고, 캄보디아, 짐바브웨 등 빈국보다 행복 수준이 높다. 같은 값이면 고소득자가 행복하다. 예외는 많다. 쪼..
2008-09-03
19년 동안 지구촌 39개국 4만7000여㎞를 걸으며 환경사랑을 전파하고 다니는 폴 콜먼(54)의 행적은 기인 같기도 하지만 몸으로 뿜어내는 메시지는 맑고 뚜렷하다. 우리에게 가치를 똑바로 이해하고 제대로 지키는 법을 가르쳐준다. 어떤 ‘사랑`이건 말로 하는 게 아니라..
2008-08-28
요즘 나를 가벼운(또는 무거운) 충격에 빠뜨린 네 여성이 있다. 첫 번째는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 두 번째는 송아지에게 젖먹이는 TV 아나운서, 세 번째는 천안의 말레이시아 이주여성 우이비훈. 네 번째는 야유하던 남자들에게 젖을 드러내놓고 당신들도 먹고 싶으냐고 당..
2008-08-27
떠듬떠듬/ 어눌한 내가 공산당이란다/ 말 많으면 공산당이란다/… 말 한번 시원하게 해봤으면/ 공산당, 그 말 기분 좋겠다
조해운의 시 ‘공산당’이다. 그 친구와 룸메이트가 되어 혼자 떠들다 지친 기억이 새롭다. 말 많으면 공산당이라는, 떠도는 말에 따르면 그날 난..
2008-08-21
보문산 숲길에 내 멋대로 붙인 베르테르로(路). 닉네임을 딴 이름에 이정표가 있을 리 없지만 가끔 이 길을 산책하며 어지러운 머리와 험해진 입을 씻는다. 녹지 밀도가 학교폭력과 반비례한다는 일본 환경당국의 보고는 입증하지 않아도 된다. 나무와 숲의 가치는 이 이상 논하..
2008-08-20
클레오파트라가 그녀 젖가슴 형상으로 만들어 안토니우스를 접대할 때 쓴 유방술잔, 기생의 가죽신에 부어 마신 신발잔을 빼고도 술잔의 유형은 많다. 번개술잔은 순배(巡杯)를 빠르게 진행하는 술잔이다. 큰 잔에 따라서 벌컥벌컥 들이켜면 고래술잔이고 주는 족족 납죽납죽 잘 마..
2008-08-14
‘걸어갈 땐 좌측통행.’ 금과옥조처럼 여겨온 이 말은 골목마다 넘쳐나는 ‘주차금지’ 표지처럼 사람을 은근히 억압한다. 하지만 우측보행이 원래 우리의 통행방식이었다. 고궁이나 사당의 삼문(三門)을 드나들 때 사람은 오른쪽으로 들어가서 왼쪽으로 나오는 게 원칙이다. 가운데..
2008-08-13
어젠가 그젠가, 강아지 아롱이가 점촌역 명예역장에 임명됐다. 임명장을 세워 놓고 명예역장실(개집) 앞에서 부역장 다롱이와 함께 포즈 취하는 그 시간은 많은 동료 개들이 솥에 삶아지고 있는 바로 그 시간이었다. 개도 팔자소관(八字所關)이지 싶다.
이규보의 ‘슬견설(蝨..
2008-08-07
루벤스나 렘브란트는 날씬함이 빈곤의 상징이던 시대를 살며 풍만한 여체를 화폭에 남겼다. 클레오파트라는 통통한 외모를 포장하려고 망사 스타킹을 신고 화려한 액세서리를 걸쳤다. 미의 기준이 날씬하거나 뚱뚱함, 가볍거나 무거움에 있다는 미학 이론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2008-08-06
아프리카 남부 보츠와나. 그곳 쿵족(族)은 하루의 40%를 사냥하거나 사냥 얘기로 소일한다. 하루 70% 이상을 언어중독증에 갇혀 사는 나 같은 사람의 관심을 붙드는 것은 그들이 쓰는 ‘고기 고프다’라는 표현이었다. 술 고프다, 고기 고프다… 많이 듣던 가락 아닌가?..
2008-07-31
남자답다는 것, 또는 여자답다는 것. 평등세상에 그딴 것 따져서 뭐에 쓰느냐고 반문하겠지만 이것은 수천 년을 내려오면서 쌓이고 쌓인 습성이다. 엄연히 남녀는 남자답거나 여자다운 차이가 있어 차별 아닌 구별을 해야 한다는 견해는 필자의 확고한 지론이기도 하다.
애정..
2008-07-30
난 내 복에 살아요, 내 덕으로 먹고살게요. 민담, 설화의 복 많은 막내딸 얘기라면 들어줄 만하나 금지옥엽 키운 딸이 어느 날 이렇게 정색을 하고 나오면 난감한 일이겠다. 신라 진평왕의 막내딸 선화공주도 자신의 꿈과 운명을 관철시키느라 부모 속을 새카맣게 태운 대표선수..
2008-07-24
김치 웨스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설정도 우화 같고 서사가 달리지만 좋게 봐서 이탈리아판 스파게티 웨스턴보다 기발하다. 독도 문제로 짜증난 터에 말 탄 좋은 놈이 역주행하며 일본군에게 총질하는 장면은 관객에게 한 줄기 소나기 같지 않았을까? 내용보다 재..
2008-07-23
한 끼만 먹으면 일식씨, 두 끼 먹으면 이식군, 세 끼 다 먹으면 삼식 새끼, 한 끼도 안 먹으면 영식님. 집에서 밥 먹는 횟수에 따라 남편을 분류한 유머다. 그렇지만 세상의 아내들이여! ‘경제도 어려운데(!)’ 이식이, 삼식이 남편이라도 눈칫밥 먹이지 마시길. 남자..
2008-07-17
‘삑사리`, ‘삑사리 났다`. 뭔가가 ‘삑` 하고 지나가는 느낌을 주는 말. 빗맞음, 어긋남, 틀어짐의 뜻. 노래할 때 고음부에서 옥타브가 순식간 올라가는 현상도 삑사리라 한다. ‘헛치기`로 순화하는 순간, 말맛이 싹 사라지는 정말 여운이 묘한 단어.
연주회에서..
2008-07-16
분야를 막론하고 사고의 60∼90%는 인간 행위에 기인한다. 자기가 잘 아는 부분은 생각을 여간해서 바꾸지 않는 외고집, 잘못 되면 남의 탓과 여건 탓에 귀속시키려는 귀인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모르는 부분에 대해 남을 순순히 믿는 것도 문제다. 그러길래 견마난 귀매이..
2008-07-10
남보다 일찍 일어나 ‘벌레`를 잡을 뿐 아니라 더 높이 날고 멀리 봐야 진정한 ‘얼리버드(early bird)`라 할 수 있다.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일찍 잡아먹힌다. 이 농담이 실현되면 안 되니까.
임금은 하루..
2008-07-09
전통이란 맷돌의 아래짝과 같은 것이어서 전통과 현대와의 조화는 맷돌 위짝과 아래짝이 맞물려 곡물이 갈아지는 이치와 같다. 백제를 겉돌지 않게 하려면 짝만 맞춰선 안 되고 손잡이도 달려야 한다. 맷돌의 나무손잡이가 민간어원설로 ‘어처구니`다. 맷돌에 손잡이가 없으면 어처..